트럼프 2기 행정부와 미-북 관계
북한은 이해하기 힘들다. 주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허덕이는데, 연일 비싼 미사일을 공해상에 쏘아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이상 국경을 닫아걸었고 내부 소식은 알 길이 없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북한과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북한 내부, 남북관계, 국제상황 등을 살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동용승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순간 북한은 트럼프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는 자기 착각에 빠졌을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다. 그에 앞서 북-러 군사조약을 체결하고 북한 인민군을 러시아에 파병했다.
• 트럼프 당선에 ‘올인’했던 북한
한국과는 ‘적대적 2국가론’을 주장하며 대립각을 강하게 세우는가 하면, 일본과는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로 후순위에 머물러 있던 북한 문제의 우선순위를 올리려는 행동을 지속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과정에서 북한 문제를 거론했지만, 김정은과의 친분과 자신의 재임 시절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중단시켰다는 점을 부각시키는데 그쳤다. 북한은 대선 막판에 고각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미국민의 경각심을 높였다고 착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면에는 북한의 전술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은 영변지역의 핵활동 동결과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를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됐다.
이후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장기전이므로 미국의 태도가 바뀔 때까지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을 하면서 버틸 것이라고 했다.
이 기간동안 북한은 중국의 경제적 지원을 고려했겠지만, 미-중 전략경쟁과 중국 내 경제 침체 등으로 중국의 대북 지원은 북한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북한의 경제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졌고, 급기야 북한은 러시아로 눈을 돌렸지만, 경제적 갈증을 해소하는데 역부족이었다.
결국, 북한은 미국이 변해서 접근할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었고, 북한이 먼저 대미 접근을 시작하겠다는 계산에서 트럼프 당선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 핵보유 인정과 경제제재 완화 기대하는 북한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으로 돌아가길 원할 것이다. 다만 북한은 회담 결렬 이후 5년 동안 높여 왔던 핵능력을 내세워 미국에 보다 높은 가격을 요구할 것이다.
핵개발 중단이 아니라 핵군축을 내세울 것이다. 그 대가로 경제제재의 획기적 완화를 제시할 듯하다. 핵군축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 된다.
북한이 그동안 핵보유를 주장해 왔지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누구도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대북 경제제재는 중국은 물론 러시아도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공개적 행동에는 나서지 않았다.
북한 인민군의 러시아 파병은 북-러 군사조약에 기반한 행동이라는 입장이지만, 아직도 러시아와 북한은 공개적으로 파병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나 북한이 그토록 자랑한 북-러 군사조약에 기초한 파병이라면 대대적으로 선전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북한의 기대감이 커질수록 북한의 행동은 좀더 과감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미국과의 대화 채널을 여는 기회를 잡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모라토리엄, 핵실험장 폭파 등 선제적 행동을 취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한국을 통한 미국으로의 접근은 어렵지만, 그동안 트럼프-김정은의 친분관계를 활용하려고 할 것이다. 장거리 미사일 모라토리엄 선언과 함께 미국과의 직접 대화 재개를 타진할 수 있다.
• 환경 달라진 트럼프 2기 행정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 중 최우선 과제는 러-우 전쟁과 중동 전쟁이다. 러-우 전쟁은 한반도 문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관심이 집중된다.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48시간 이내에 전쟁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 바 있다.
미 재무부는 대선 직후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를 잠정적으로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비록 에너지 부문에 국한되는 한시적 제재 해제이지만, 트럼프 당선의 영향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장기화하는 러-우 전쟁에 유럽 역시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와중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직접 지원 중단 등을 내세워 강제적인 휴전상태를 유도할 듯하다.
이 경우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인민군은 피해복구를 위한 건설인력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와 국제제재로 대부분 귀국했던 러시아 벌목공을 대체하는 셈이 된다.
그러나 트럼프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NATO 문제,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를 비롯해서 쉽게 휴전으로 들어가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미-북 대화재개는 러시아 파병문제로부터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연될수록 대화재개의 가능성은 낮아지게 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재선의 부담이 없기 때문에 1기 당시 국내의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꺼냈던 북한카드를 활용할 필요성은 낮다.
더욱이 북한과의 협상 재개는 결국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는 토대에서 시작되는 것인데, 이는 한국의 핵보유 논란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한미동맹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큰 부담이 가로놓여 있다.
다시 말해 1기 때와는 달리 트럼프가 쉽게 미-북 대화를 재개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거나 시간이 많이 지연될 수 있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결렬로 김정은은 같은 해 4월 북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자아비판’에 가까운 자신의 판단 실책을 토로한 바 있다.
북한체제의 특성상 ‘무오류의 수령’이 잘못을 시인하는 정치적 부담을 떠안았는데 또다시 그런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북한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축배를 들고 있겠지만, 그 축배가 독배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하는 듯하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 동용승(Dong, Yongsueng) ▶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수료 /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통일북한학과 겸임교수 / (전)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경제안보팀장) / (전)대통령 통일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