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 관점에서 본 북한 문제 (16)] 북한 김정은 정권, 현실 무시한 정책의 연속 (上)

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4.09.12 00:30 ㅣ 수정 : 2024.09.12 00:30

[기사요약]
경제문제의 근본 해결에는 오랜 시간 걸려.. 옛 서독, 대한민국 사례에도 잘 나타나..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 현실 무시한 정책으로 질주하고 있어..
북한경제의 회복 위해서는 근본치료가 필요, 하지만 당장의 성과에 집착
먹을 것도 부족한 마당에 잔디 심으라고 하고, 보여 주기식 대규모 리조트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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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이해하기 힘들다. 주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허덕이는데, 연일 비싼 미사일을 공해상에 쏘아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이상 국경을 닫아걸었고 내부 소식은 알 길이 없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북한과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북한 내부, 남북관계, 국제상황 등을 살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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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28일 20×10 정책의 첫 공장 건설로 평안남도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건설 착공식이 김정은과 고위 간부들의 참석 아래 진행되었다. [출처=조선중앙통신]

 

[뉴스투데이=동용승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는 약을 함부로 쓰지 못한다. 자칫 목숨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문제도 동일하다. 북한경제의 현실과 수준에 맞는 정책이 필요함은 당연하다. 병이 깊을수록 회복을 위해서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 병이 깊을수록 회복 시간은 길어..

 

과거 서독이 통일 직후 동독 지역에서 가장 먼저 실행한 것은 도로, 전기 등 사회간접자본을 설치하는 작업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서독 기업들은 동독에 투자할 수 있었다.

 

노동력이 필요한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동독 주민들의 서독 취업 이주를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후유증도 많았지만, 나머지는 경제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하고, 주변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독일은 다시 유럽 최강의 경제국가로 올라섰으며, EU의 중심국가가 됐다. 사실상 게르만 민족이 추구했던 유럽통합을 통일을 이용해서 달성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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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cepr]

 

한국은 전쟁 이후 미국의 지원과 일본의 자금으로 경제를 회생시키는 작업을 했다. 그런데 우선적으로 취한 것이 국민들의 의식개선(새마을 운동), 포항제철 건설(주축 사업의 건설), 도로 건설, 산림녹화 등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고, 민주화의 진통을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짧은 시간이지만, 내부에서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 현실 무시한 조급한 정책이 화 부른다

 

북한의 김정은은 현실을 무시한 채, 조급하게 성과를 내기 위해 몰아치고 있다. 첫 사례는 ‘잔디 심기’였다. 김정은의 심정과 북한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례다.

 

김정은이 생각하는 국가 모델은 아마도 스위스였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을 보니 풀이 없었다. 그래서 주요 기관 등에 잔디를 심으라고 지시했다. 심지어 잔디를 심고 보존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결과는 전혀 달랐다. 모든 기관이 잔디 심기에만 집중한 것이다. 이례적으로 김정은이 현장에서 화를 내는 모습을 북한 언론에서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의 현실은 당장 먹고 사는 문제에 직면해 있는데, 너도나도 잔디 심기를 해야 평가를 잘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덕분에 접경지역의 중국 잔디업자들은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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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원산을 중심으로 대규모 리조트와 목장, 스키장 등을 건설하도록 지시했다. 이로 인해 자원 배분의 왜곡이 일어났다. 모든 기관은 목장에 들여올 젖소를 구하는 데 혈안이 됐고, 리조트와 스키장 건설을 위한 자재를 모으는 데 집중했다.

 

그런데 결과는 참담했다. 목장에는 소가 없고, 리조트는 건물 표면만 그럴듯하게 만들어졌지 내부는 전혀 손을 대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스키장도 시범 운영 이후 개점휴업으로 폐허가 된 지 오래다. 국제제재가 강화된 상황에서 각종 기자재를 수입하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외국투자도 유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이 정도 규모의 리조트는 기본적으로 내수 기반이 없으면 운영하기 어렵다. 외국 관광객을 유치해도 원산까지 접근할 교통 인프라가 없으면 충분한 관광객을 유치할 수 없다. 더욱이 북한과 같이 폐쇄된 곳은 제한된 ‘오지탐험 관광객’들이 관심을 보일 뿐이다.

 

김정은은 아마도 스위스 관광을 생각했을 수 있다. 현실을 무시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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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건설사업 현장 전경 [출처=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그런 사례는 수없이 많지만, 최근 ‘지방발전 20승10정책(20X10 정책)’을 들 수 있다. 매년 20개 군(郡)에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하고 이를 10년 동안 지속한다는 것이다.

 

2024년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14기10차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이 내놓은 것이다. 당과 내각에서 전면적으로 지원하도록 지시했으며, 이를 위해 중앙과 각도에 비상설 추진위원회도 구성했다.

 

그런데 투입할 자원이 없다. 산업은 가치사슬이 연결돼야 힘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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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조선중앙통신]

 

다음 편에서는 그나마 어렵게 형성된 산업 가치사슬의 특성을 무시한 채 그럴듯한 성과내기에 집중하고 있는 북한의 현실을 소개하겠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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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용승(Dong, Yongsueng) ▶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수료 /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통일북한학과 겸임교수 / (전)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경제안보팀장) / (전)대통령 통일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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