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유증' 사태…증권가로 번지나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최근 고려아연 사태 관련해 증권사로 옮겨지며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려아연 유상증자 관련 부정거래 의혹에 대한 조사를 본격화했고,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KB증권이 차례로 금융당국의 검사 대상에 오르면서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금감원)이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계획을 사전에 알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KB증권도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전일 KB증권에 검사 인력을 파견해 고려아연과 관련해 현장검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자사주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과정에서 적절한 검토를 거쳤는지와 불공정거래 행위가 있었는지 등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KB증권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서 온라인 공개매수 청약시스템을 담당했고, 유상증자와 관련해서는 공동 모집주선회사를 맡았다.
금감원은 지난달 31일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동일한 이유로 현장검사를 진행한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주관사이자 유상증자 대표 모집주선회사, 실사 등을 맡았다.
금감원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공개매수로 자사주를 취득해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차입금을 유상증자로 상환할 것이란 계획을 함께 세웠다면 부정거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즉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이 부정거래를 알고 방조했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이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보는 지난달 31일 자본시장 현안 브리핑에서 “고려아연 이사회가 차입을 통해 자사주를 취득해서 소각하겠다는 계획 이후 유상증자로 상환할 것이란 사실을 모두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러한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면 기존 공개매수 신고서에는 중대한 사항이 빠진 것이고, 부정거래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고려아연 이사회는 지난달 30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총모집주식수는 373만2650주로,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해 소각 예정인 주식을 제외한 발행 주식 수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1주당 모집가액은 67만원으로, 이번 유상증자로 2조5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유상증자는 일반공모증자 방식으로, 기존 주주를 포함한 불특정다수에 청약 기회를 주는 방식이다. 기존 주주들이 먼저 청약 기회를 받는 방식과 차이가 있다. 다만 우리사주조합이 20%를 먼저 청약할 권리를 갖는다.
금융당국이 이번 유상증자를 문제 삼는 이유는, 고려아연이 지난 11일 공개매수 신고서에서 “공개매수 이후 재무구조 등에 변경을 가져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서다.
만약 공개매수 신고서 작성 시 이미 유상증자 계획을 세우고 있었음에도 이를 기재하지 않았다면 주요 사항 누락·허위 사실 기재에 해당될 수 있다. 자본시장법(제125조1항) 위반이다.
고려아연 측은 날짜 기재에 대한 착오가 있었고,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를 별개로 추진했다고 주장 중이다.
한편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서도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고려아연 주가는 전장 대비 15.85% 오른 125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주가에 악재로 여겨진 고려아연 유상증자 추진이 금감원 조사 착수로 사실상 제동이 걸린 영향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