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순 칼럼] 비자면제국에 한국 포함한 중국의 결정, 분명한 대화 신호로 긍정적 검토 필요하다
중국의 핵심이익 인정하고 우리 안보 특수성도 수용하는 중간지점에서 전략적 대화 시작해야
[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중국이 지난 1일 우리나라를 비자면제국으로 발표했다. 이에 따라 우리 국민은 오는 8일부터 내년 12월 31일까지 비자 없이 15일 이내 중국 체류가 가능하게 됐다. 우리 외에 노르웨이 등 유럽 8개국도 이에 포함되면서 중국이 단기 비자를 면제해 주는 국가는 유럽과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29개국까지 증가했으나 미국과 일본은 제외된 상태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중국에 요청하지 않았는데 중국 정부로부터 이러한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또한, 중국이 우리에게 상응한 조치인 ‘중국인 무비자 15일 이내 한국 체류’를 요청했다는 보도는 현재까지 없다. 중국의 이러한 우호적인 조치는 윤석열 정부에게 대화를 하자는 신호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도 중국과 대화가 필요하므로 중국의 제의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 중국은 올해 초반부터 강압적 자세 완화하며 대화하자는 신호 보내와
중국은 2024년 초반부터 우리에 대한 강압적 자세를 완화하면서, ‘대화하자’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우리에게 ‘(한국은) 독립자주를 견지하고 외부의 간섭을 받지 말아야 한다“라는 발언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있고, 사드 포대 철수도 요구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우리를 고려하는 듯한 자세로 대화의 여지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2024년 5월 서울에서 개최된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한 중국 리창(李强)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중 간 대화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1개월 후 6월에 서울에서 한·중 외교안보(2+2) 차관급 회의가 개최됐으며, 10월에는 우리 외교부 차관보와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베이징에서 만났다. 한·중 FTA 2단계 협상 등도 개최될 예정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월 1일 KBS1TV에 출연해 “(외교)현장에서 (한·중 관계가 달라진 것을) 느끼고 있다”라고 언급하면서 “왕이 부장도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한·중 간에는 내년 11월 경주에서 개최 예정인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의 방한과 한·중 정상회담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 대화하려는 이유는 한미동맹 완화, 반도체 공급망 확보, 북·러 밀착 견제
중국이 우리와 대화를 하고자 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한국과 대화를 통해 한미동맹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한미동맹의 틈을 벌려서 한국을 중국 쪽으로 약간만 끌어당길 수 있다면 중국은 미·중 패권경쟁에서 다소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중국은 주한 미군이 중국을 겨냥하지 않게 하려면 한국의 역할이 필요하고, 특히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의 대만해협 전환을 한국이 제지해 주길 바라고 있다.
둘째, 한국은 중국이 4차 산업에 필요로 하는 첨단 반도체 생산국이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과학기술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자 중국은 당분간 한국으로부터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첨단산업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
셋째, 북·러 밀착 견제를 위해 ‘한국 카드’는 필요하다. 북한이 폭풍 군단 러시아 파병 대가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정찰위성 능력 등 첨단 군사기술을 이전받아 한반도 긴장을 조성한다면 중국 국익에 부정적이다. 한국과 대화와 협력 증대는 북한 모험주의를 억제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 중국의 핵심이익과 한국의 안보 현실 상호 이해하고 고려하는 자세 필요
중국이 우리에게 대화를 시작하자는 신호를 보냈지만, 구체적인 진척은 없다. 그 이유는 우리와 중국이 상대에 대한 이해와 고려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국의 핵심이익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 한미동맹 또는 한·미·일 안보협력이 대만과 남중국해로 작전 범위를 넓힌다면 중국은 핵심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여기고 반발할 것이다. 윤 대통령이 대만해협 문제에 일반적 언급을 했음에도 그들은 “함부로 말하지 마라”라고 비난했다. 중국과 대화를 이어가려면 이 문제를 자제하거나 회피해야 한다.
중국도 우리와 대화에 앞서 3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우리를 과거 중화질서의 종주국-번속국 관계로 바라보아선 안 된다. 이 문제는 우리 주권과 정체성을 훼손하는 행위이다. 둘째,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의 당위성을 인정해야 한다. 중국은 한국이 미국 진영에 가담할 수밖에 없는 역사적 배경을 이해해야 하며 북한핵 위협에 노출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안보정책이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현실을 긍정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중국이 생각하듯 과거의 유물이 아니고 현재 진행형이라는 의미이다.
셋째, 북한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자세가 문제다. 한국인들이 친구라고 여겼던 중국이 우리 편이 아니라서 충격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북한이 자행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 사건에서 중국이 북한을 감싸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그 후에도 중국은 UN의 대북제재를 우회해 간접적으로 북한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탈북자를 그들의 의사에 반해 북송하고 있는데, 시진핑 주석 집권 이전에는 이들이 한국으로 왔다. 이런 문제에 대해 중국은 한국과 한국인의 입장을 살펴야 한다.
중국이 우리를 ‘무비자 15일 이내 중국 체류’ 해당국에 포함한 것은 주중한국대사관에서도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전격적이었다. 중국이 우리와 대화와 협력을 원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이며, 우리도 중국과 대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중국의 핵심이익을 인정하고 중국은 우리의 주권과 정체성을 존중하며, 우리의 안보 특수성인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수용하는 중간지점 어디에선가 한·중 전략적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 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미·중 패권경쟁 승자와 손잡아라’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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