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순 칼럼] 정부·여당, 국제정세 변화 정확히 인식하고 대비책 마련해야 한다
트럼프와 김정은 밀약, 러·북 밀착, 중국과 관계 소원 등 3가지 불안요인 해소방안 강구 필요
[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중국에 “산에 비가 오려나…누각에는 스산한 바람이 가득하네”(山雨欲來 風滿樓)라는 말이 있다. 한여름 폭우를 앞둔 자연 풍광을 읊고 있지만, 사실은 위기를 예감하는 불안감을 나타낸다. 최근 우리 주변에 안보정세의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는 스산한 바람이 불고 있어 불안하다. 정세 변화가 불안한 것이 아니라. 변화 자체를 안이하게 보고 대책 수립에 소홀한 듯한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행태가 불안한 것이다.
필자가 갖는 불안감을 다음과 같다. 첫째, 2025년 1월 미국에서 만약 트럼프 2기가 출범한다면 트럼프와 김정은이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대해 어떤 밀약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이 결과 현재의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이 이완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둘째, 최근 러·북 밀착으로 러시아의 첨단 군사과학기술이 북한으로 이전될 것이 예상되는데 이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것인지, 셋째, 소원한 중국과 관계를 개선할 방안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 정부, 국제정세 변화에 너무 낙관적…문제 정확히 인식하고 고민하는지 의문
하지만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은 이런 불안과 궁금증을 해소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3일 한 언론에서 트럼프 진영으로부터 ‘한미동맹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그들이 ‘한미동맹을 강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에 대해 “미국 내 여야를 막론하고 탄탄한 지지 기반이 있다”라며 “정부는 예상되는 여러 변수에 신중히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현동 주미대사는 올해 4월 25일 우리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에게 미국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한미동맹의 큰 틀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 이유로 현재 한미 간의 다층적 고위급 논의와 핵협의 그룹(NCG) 같은 안보 협력체제, 경제 및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호진 실장은 6월 20일 러시아와 북한이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러·북 조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를 규탄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으며, 다음날에는 “무기 지원에는 다양한 방안들이 고려될 수 있으며, 러시아 측이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언론을 통해 접한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들은 낙관적이고 긍정적이어서 문제의 중요성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인지 그리고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의 경우 실현 가능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필자는 외교안보를 연구하는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 현 상황에서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착안 사항 등을 제시하고자 한다.
■ 트럼프와 김정은 밀약 저지, 러·북 밀착 대비, 중국과 관계 개선 등 필요
첫째, 트럼프 2기에 대한 대비는 우선 트럼프와 김정은의 밀약을 저지해야 한다. 트럼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과 관계 발전이 필요할 것이며, 북핵 위협이 미국에 미치지 않도록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성능개선을 중단시키고 핵 개발을 현 수준으로 동결시키려 할 것이다. 이에 대한 대가로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제재 해제, 핵보유국 지위 인정, 그리고 미국의 확장 억제력(핵우산) 약화 등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감축 또는 단계적 철수 등도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 다시 거론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이 우리에게 거액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할 것이 예상된다. 이러한 밀약은 미국과 북한이 각자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는 윈-윈(win-win) 거래인 셈이다. 트럼프 2기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미국 여론의 동향과 이에 따른 정책 변화의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둘째, 러·북 밀착에 대한 대비이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러시아의 첨단 군사과학기술이 북한에 이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군사과학기술은 군사 첩보위성, 대륙간탄도미사일 대기권 진입, 핵추진 잠수함 관련 기술이라고 알려져 있다. 정부는 러·북 밀착을 비난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 지원 검토 의사를 밝힌 바 있는데. 이는 ‘러시아가 하기에 달렸다’라고 조건을 달았다. 적절한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 러시아의 군사과학기술 이전 상황을 파악해야 하고, 어떤 군사과학기술이 어느 정도 이전되면 이에 상응해 어떠한 무기를 어느 정도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것이란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계획을 러시아에 통보하고 그대로 실천해야 한다. 이러한 의지와 능력이 있어야 러·북 밀착을 견제하면서 북한의 군사력 증강을 저지할 수 있다.
셋째. 중국과 관계 개선이다, 지금 중국과 많은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올해 6월에 개최된 한·중 외교안보 대화는 중국 측 요구로 개최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양국은 각자 자기의 주장만 했다고 한다. 앞으로도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이해가 엇갈릴 개연성이 크다. 그렇지만 우리는 중국과 대화와 교류를 통해 이해를 점차 넓혀가면서 궁극적으로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상호존중이 전제돼야 한다.
필자는 지난 25일 중국군 건군 97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상호 친분을 쌓는 한·중 군사외교 공간인데, 무슨 연유인지 한국군 관계자가 보이지 않았다. 과거에는 국방차관이나 국방정보본부장 축사가 있었고, 한·중 관계가 좋지 않았던 지난해도 국방부 정책기획국장의 축사가 있었다. 그런데 한·중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올해 한국 측 축사가 없어 중국을 소홀히 여기는 듯 느껴졌다. 우리가 중국을 존중해야 중국에도 존중을 요구할 수 있다.
■ 외교안보 초당적이란 말 공허해…정부·여당의 책임 크며 야당도 협조해야
필자의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는 것은 우리 정치권의 외교안보에 대한 무관심이다. 오늘도 국제환경은 변화하고 있지만, 우리 정치권은 정부의 외교안보 대책 마련을 독려하거나 감독하면서 서로 머리를 맞대기보다는 오히려 외교안보 사안에 등을 돌리고 국내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 외교와 안보는 초당적이라는 말이 한국에는 공허할 뿐이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여당의 책임이 크다. 정부·여당은 앞으로 다가올 위기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야당의 협조를 받으며 하루속히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야당도 국가 위기를 앞두고 정부·여당과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은 정부를 신뢰하고 정치권에 지지를 보낼 것이다. 국가가 위기에 처하거나 파국을 맞이하면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의 구분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 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미중 패권경쟁 승자와 손잡아라’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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