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떨어져 가계대출 부담 줄어든다는데…체감은 ‘아직’

김세정 기자 입력 : 2024.10.16 07:47 ㅣ 수정 : 2024.10.16 07:47

“기준금리 0.25%p 내리면, 연 이자 부담 약 3조원 감소”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이미 시장금리에 반영”
“대출금리 하향 어려워…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 오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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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 한국은행이 3년 2개월간의 통화 긴축 기조를 끝내고 기준금리를 0.25%p 내렸다. 고금리 시기 높은 대출 이자를 감당했던 차주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이 쏟아졌지만, 금융 여건 완화가 가계부채 증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해, 금리 인하를 체감하려면 시간이 다소 필요해 보인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폭 만큼만 떨어져도 가계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연간 3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가 내리면 통상 시장금리도 하락하고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 비용 역시 줄어들면서 결국 대출금리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한국은행을 통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p 내리고 대출금리 하락 폭도 같다고 가정했을 때 가계대출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3조원 줄어든다.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평균 약 15만3000원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소득 수준별로 보면, 상대적으로 대출 규모가 큰 상위 30% 고소득자의 이자 부담이 1조9000억원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중소득자는 8000억원, 저소득자는 3000억원 이자 부담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저소득·저신용 차주의 경우 이자 부담이 약 2000억원 줄어든다. 1인당 12만원 정도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금융 여건 완화에 따른 이자 부담 축소 효과는 시차를 두고 확대되겠지만, 이자 부담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취약차주의 경우 연체율 하락 폭이 더욱 클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지난 2분기 9.83%를 기록한 취약차주 연체율이 올해 3~4분기 10.2%까지 올랐다가 금융 여건이 완화하면서 내년 4분기에는 8.47%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금융권의 대출금리 움직임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이미 시장금리에 반영됐고,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가계부채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당장 대출금리를 하향 조정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은행권은 올 여름부터 꾸준히 가산금리를 올리고 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폭과 속도가 한계가 있고, 이미 가계 대출 금리가 기준금리 인하를 상당 부분 선반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경기 회복이 여의치않다면 하반기 추가 금리 인하가 이뤄질 순 있지만, 당장 이러한 인식이 확산될 만한 재료가 없어, 시장금리도 당장은 전저점을 뚫고 내려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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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연합뉴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990~5.780% 수준이다. 약 석 달 전과 비교해 하단이 1.150%p 높아졌다. 지난 7월 19일 혼합형 금리는 연 2.840~5.294%다.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해,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도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연합회가 전일 공시한 ‘2024년 9월 기준 코픽스’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40%로, 전월 3.36% 대비 0.04%p 상승했다. 지난 6월 이후 8월까지 석 달 연속 이어진 하락세에서 벗어나 반등한 것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과 은행채 등 수신 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가계빚 증가와 함께 집값 상승 우려도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어, 대출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은 더더욱 낮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는 은행별로 수립한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준수해야하기 때문에 대출금리도 급격하게 변동되진 않을 것 같다”며 “현재 기조가 유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결정 직후 간담회에서 향후 금리 인하 속도가 시장의 기대만큼 빠르진 않을 것이라며,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을 향해 경고장을 날렸다.

 

이 총재는 “해외에서 50bp씩 떨어진다고 우리나라도 50bp씩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측면에서 경고를 드린다”며 “돈을 빌려 투자할 경우 자신이 금융 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3개월 내 기준금리 3.25% 유지’ 의견을 밝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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