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경기에도 경기부양책 찔끔, 중국정부 남은 실탄 있나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최근 중국 정부는 경제 회복을 위한 여러 가지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에서는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조기 추가 재정지출 등 구체적인 숫자가 빠졌다는 지적과 함께 더 이상 국가채무를 늘리기 힘든 중국정부의 대응이 한계점에 도달한 게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면서 부양책 발표 직후 홍콩 항셍지수가 10% 가까이 폭락하기도 했다.
단적인 예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 및 국유은행 자본확충 등을 위한 국채발행, 지방정부 지원 방안이다. 중국정부는 대대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국채 발행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규모를 공개하지 않아 시장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란포안 중국 재정부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국유은행을 돕기 위해 특별 국채를 발행하고, 지방정부에도 유휴 토지와 미분양 주택 매입을 위한 특별채권 발행을 허용한다고 발표했지만 정확히 어느 정도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겠다는 세부내용이 빠졌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절박감이 없다”고 평했고. 로이터통신은 “정확한 규모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고 지적했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도마위에 올랐다. 중국정부는 소비자에 대한 세금 감면과 바우처 지급 등 직접적인 지원책을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이고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이 정도 정책으로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되살아날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못지 않는 글로벌 쇼핑축제로 각광받고 있는 광군제(11월 11일)의 경우 올해는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으로 인해 알리바바 등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과거와 달리, 기대이하의 매출을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발표된 정책들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나 명확한 목표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부양책의 규모도 기대이하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경우 실망감이 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들은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실제로 자신의 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 엔데믹이후 정부는 대대적인 소비심리 개선을 기대했으나 그럴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주택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일각에선 부동산 가격이 회복되지 않는 한 소비심리 개선으로 연결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국이 디플레이션 극복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BNP파리바 SA의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인 재클린 롱은 “소비 진작책이 매우 약해 보인다”며 “중국 경제의 두 가지 문제인 디플레이션이나 부동산 시장 침체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거나 바닥에 도달했다고 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반응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골드만삭스의 후이 샨과 리셍 왕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최근의 중국 경기부양책은 당국이 경기 순환적 정책 관리로 전환하고 경제에 더 집중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그러면서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7%에서 4.9%로 올렸다. 또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4.3%이던 것을 4.7%로 상향 조정했는데, 이 같은 조정은 중국이 지난 주말 발표한 공공지출 확대 계획 등 최근의 경기부양책을 반영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