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뱅 가계대출, 지방은행 압도...‘금융 혁신·금리 경쟁력’ 통했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출범 7년차에 접어든 인터넷전문은행 업계가 가계대출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가계대출 잔액이 지방은행 3개사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수준까지 늘어나며 성장세가 지속되는 모양새다.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에서 보여준 비대면 금융 혁신이 금융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어낸 결과로 풀이된다.
15일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케이·카카오·토스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가계대출 잔액 합계는 68조9254억원으로 전년동기(53조7413억원) 대비 15조1841억원(28.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61조2829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만 가계대출을 7조6425억원(12.5%) 늘어났다.
인터넷전문은행 중 가장 체급이 큰 카카오뱅크의 경우 올 6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41조14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33조3749억원)과 비교해 7조7694억원(23.3%) 성장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는 12조1402억원에서 14조6331억원으로 2조4929억원(20.5%), 토스뱅크는 8조2262억원에서 13조1479억원으로 4조9217억원(59.8%) 각각 증가했다.
눈에 띄는 건 인터넷전문은행 업계가 가계대출 시장에서 지방은행과의 격차를 빠르게 벌려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올 6월 말 기준 BNK경남·BNK부산·광주·전북 등 4개 지방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합계는 46조7132억원으로 인터넷전문은행 3사 대비 22조2122억원 적다. 지난 5월 지방은행(DGB대구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의 가계대출 잔액(21조661억원)을 더해도 1조원가량 적은 수준이다.
개별사로 봐도 차이는 두드러진다. 일례로 올 6월 말 가계대출 잔액 기준 광주은행(8조3926억원)과 경남은행(12조7869억원), 부산은행(19조3288억원) 등 3개사를 더한 규모(40조5083억원)가 카카오뱅크 1개사에도 못 미친다. 케이·카카오뱅크(2017년)보다 출범이 늦은 토스뱅크(2021년)의 경우 이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전북은행(6조2049억원)의 가계대출 잔액을 앞질렀다.
이처럼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건 금융 환경 변화에 기인한다. 비대면·디지털 금융이 빠르게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플랫폼 경쟁력으로 무장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고객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다. 반면 지방은행들은 지역 인구 감소와 금리 경쟁력 약화 등의 요인으로 가계대출 성장세가 정체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수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지방은행의 강점이었던 저원가성예금의 상당 부분이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이탈했다”며 “오프라인 채널을 기반으로 한 지역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대상 영업 비중이 높은 지방은행의 전통적인 영업 방식은 고비용 구조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업계가 가계대출 상품 라인업을 확대한 점도 잔액 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출범 초기에는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중심의 영업을 펼쳐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시장도 공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주담대의 경우 건당 단위가 크기 때문에 가계대출 잔액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특히 금융당국이 올 초부터 시행한 대환(갈아타기) 플랫폼은 인터넷전문은행 가계대출 잔액 증가의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영업점 없이 100%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영업 구조로 절감할 수 있는 각종 고정비를 대출금리에 반영해 경쟁력을 갖췄다. 대환 플랫폼에 금리 비교 후 간편하게 갈아탈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된 이후 고객들의 인터넷전문은행 선호도 역시 높아졌다.
인터넷전문은행 업계에선 이 같은 가계대출 성장세가 혁신·포용금융의 결과물이라고 자평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세에 대해선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데다, 시중은행들의 디지털·플랫폼 경쟁력도 제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가계대출 시장서의 영향력을 이어가기 위해선 기성은행들과의 더욱 뚜렷한 차별화가 요구된다.
한 인터넷전문은행의 관계자는 “모바일에서 이뤄지는 편의성과 낮은 금리로 이용 고객이 크게 늘어난 덕에 대출 지표가 성장하고 있다”며 “금융 안정을 위한 가계부채 관리에 인터넷전문은행도 당연히 동참해야 하기 때문에 올해는 상대적으로 잔액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