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오르자 고공행진 거듭하던 금값 주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지난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책회의를 통해서 기준금리를 0.50%P 내리는 빅컷을 단행한 이후 달러화 가치는 한동안 약세였다. 금리와 달러는 비례하여 움직이는 성격을 갖고 있어 금리가 오르면 달러화 가치가 오르고,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달러화 가치도 함께 내리는 패턴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제금융 시장에서 달러화 가치는 연일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주에만 주간 달러화 지수는 2.1%나 올랐다.
달러화 강세의 배경에는 미국의 고용지표 호조가 한몫 했다. 9월 미국의 고용지표는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서프라이즈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하다는 낙관론을 뒷받침한 것이며, 연준의 향후 금리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9월 FOMC에 이어 11월 FOMC에서도 빅컷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쳤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연말까지 0.5%P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11월 빅컷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던 것이다.
하지만 9월 고용지표는 미국 경제가 우려했던 것만큼 심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고용시장의 과열을 걱정할 정도로 건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기대하는 연준의 11월 빅컷 가능성은 현재 10%대로 뚝 떨어졌다. 대신 베이비컷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고, 일각에서는 아예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화 가치는 9월 FOMC 직후와는 반대로 강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며 그동안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국제 금값은 주춤한 양상이다. 일각에선 연준이 11월 금리를 동결할 경우 달러가치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아, 달러와 반대로 움직이는 금값이 꼭지점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올들어 국제금값은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안전한 피난처를 찾으려는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심리에 힘입어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왔다.
연초 온스당 2069달러였던 금값은 지난 11일 기준 2676달러까지 치솟으며 올 한해에만 30% 가까이 올랐다.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에,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으로 중동전쟁이 확산될 조짐까지 가세하면서 국제금값은 지난달 온스당 2685.42달러까지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역대 미국 대선과 금값 시세 변동을 보면 대선이 있는 해에는 대부분 국제금값이 뛰곤 했다. 정치적 리스크가 큰 시기마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값이 오는 것은 반복적으로 나타났던 패턴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달러화 가치가 상승해서 달러화로 표시되는 자산인 금값에 하락 압력을 가하게 된다.
금리가 상승하면 달러로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므로, 금과 같은 비이자 자산은 상대적으로 매력이 줄어들어 가격이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은 11월 연준의 통화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월 고용지표만으로는 연준이 미국 대선 직후에 열리는 11월 FOMC에서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지, 아니면 금리인하 시기를 12월로 미룰지 속단하기 어렵다.
현재 연준은 금리 정책에 있어 신중한 접근을 유지하고 있다. 금리 추가인하 여부는 향후 발표될 경제 지표와 함께 대선 결과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대선 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해지거나 경제 성장 둔화가 명확해지면, 연준이 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그 때가 되면 금값은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