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주담대 감소폭 찔끔...‘가계부채’ 금리인하 걸림돌
[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에 2단계 스트레스 DSR을 적용하고, 은행권도 가계대출 문턱을 한껏 올리고 있지만,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 신규 취급액이 크게 줄어들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또 다시 대출 금리 인상에 들어갔다. 부동산 가격과 직결된 신규 주담대가 늘면서 이달 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진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지난달 26일까지 새로 취급된 개별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7조8466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3018억원 규모로, 8월 3596억원보다 16% 정도 취급액이 줄었다.
하지만 추석 연휴 기간을 제외한 23일 기준으로는 하루 평균 3412억원으로, 사실상 역대 최대 기록이었던 8월 3596억원과 비교해 감소율이 5%에 불과하다. 7월 3478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7월부터 서울 아파트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2~3개월 동안의 대출 일정도 이미 잡혀있기 때문에 주담대가 당장 급감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증가 추이에 따라 준비돼 있는 수단을 적기에 과감히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0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KB·신한·하나·우리·농협·DGB·BNK·JB 등 8개 금융지주회사 회장과 간담회를 열고, 가계부채 증가율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중심의 관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는 궁극적으로 금융권의 심사 기능과 리스크 관리 노력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라며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에서 가계부채 총량의 60%가 취급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금융지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주담대 증가 속도 둔화세가 명확하지 않자, 은행권도 추가적인 가계대출 억제 조치를 내놓고 있다.
하나은행은 1일부터 전세자금대출 상품별 감면 금리를 최대 0.50%포인트(p) 축소한다. 우리은행 역시 2일부터 아파트 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0.20%p 추가로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오는 4일부터 주택담보대출(변동·혼합형) 금리를 0.20%p 올리고,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보증기관에 따라 0.15%p~0.25%p 높인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도 오는 4일부터 주택담보·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상품·만기·보증기관 등에 따라 0.10~0.45%p 더 올리기로 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실수요자들에게 안정적으로 금융 상품을 제공하려면 연간 계획에 맞춰 수시로 가계대출을 조절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금리가 다른 은행보다 낮은 은행이 있으면 그곳에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대출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기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들”이라고 덧붙였다.
은행권은 지난달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접수도 잠정 중단하고 있다. 은행권의 대출 모집인 의존도는 상당히 높다. 최근 5대 은행의 영업 현황 자료를 보면, 8월 은행권이 신규 취급한 주담대 중 약 50%가 대출 모집인을 통해 이뤄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안정을 고려해야하는 한국은행이 이달 어떤 통화 정책을 펼칠지에 이목이 쏠린다. 오는 11일 기준금리를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은 가계부채와 집값 추이를 세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6일 공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금융 여건 완화는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누적 등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어 유의해야한다”며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따른 금융 불균형 확대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 등 조화로운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p 낮아지면 1년 이후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0.43%p 더 높아지고, 특히 서울 상승 폭은 0.83%p로 전국 평균의 약 2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