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정 기자 입력 : 2024.09.29 07:10 ㅣ 수정 : 2024.09.29 07:10
금융감독 “책무구조도 도입해 내부통제 관리 책임 소재 명확히” 은행권, 10월 중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 제출하기로
[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횡령과 배임 등 잇따른 금융사고로, 이번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도 내부통제가 도마 위에 오를 예정이다. 국회 정무위원들의 강도 높은 질타가 예상되고,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관리 압박도 거세지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은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질적인 금융사고를 막는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책무구조도 시범 도입 참여를 위한 초안 작성과 법률 검토를 대부분 완료했다. 시스템 전산화 작업과 내부 직원 교육을 마치는 대로 금융당국에 시범 운영 신청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제도로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린다. 중대 금융사고가 터지면 책무가 배정된 임원이 직접 내부통제 관리 책임을 져야 한다.
신한은행은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하고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지난해 초부터 태스크포스팀(TF)을 꾸려온 신한은행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하위 규정 내용을 충실히 반영해 책무구조도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다음 달 책무구조도 제출을 목표로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오는 10월 31일까지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신청을 받고, 11월 초부터 내년 1월 초까지 시범운영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KB국민은행도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책무관리실을 신설하고 10월 중 책무구조도 제출을 목표하고 있다. 책무 관련 제도와 내부통제위원회 운영 등을 모두 이곳에서 전담한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NH농협은행 역시 다음 달 책무구조도를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초안과 법률 검토 등은 거의 완료됐고 시스템 전산 구축에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사고는 대부분 업무상 미흡이나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 등으로 발생한다. 더 큰 문제는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관행이다.
내부통제 최종 책임자인 경영진과 이사회가 맡아야 할 역할이 명확하지 않고, 이에 따른 책임 소재도 확실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은행권 관계자는 “책무구조도의 핵심은 내부통제 책임을 일부 아랫사람에게 위임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며 “조직 전반에서 보다 책임감을 갖고 사전 실태점검에 나서면 대형 금융사고 비중을 줄여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명확해질 수는 있지만 개인의 일탈에서 비롯된 사고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와 촘촘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장에게도 금융사고의 책임을 부과하는 책무구조도 보강이 필요하다”며 “은행장이 책임감을 갖고 금융사고 예방을 하지 않으면 큰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내부통제) 기능을 하는 전문 인력을 외부에서도 채용해 독립적으로 활동하게하고, 은행장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책무구조도가 업계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지난 7월부터 시범운영 기간을 시행 중이다. 조기에 도입할 시 제출한 책무구조도에 대해 수정과 보완 등 컨설팅을 제공하고, 시범운영 기간에는 내부통제 관리 의무 위반 등이 적발되더라도 제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