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수신금리 인상하며 영업 '기지개'…수신경쟁 본격화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저축은행이 수신금리를 인상하며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시중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을 앞두고 수신금리를 하향하는 것과 다른 모양새다.
26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전일 기준 저축은행업계의 정기예금(12개월) 평균금리는 3.69%로 전월 말 3.66%에 비해 0.03%포인트(p) 상승했다.
연 4%가 넘는 금리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정기예금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스마트저축은행으로 4.15%의 금리를 제공한다. 이어 △더블‧동양‧참저축은행 4.10% △안국저축은행 4.03% △대한‧바로‧상상인플러스‧유니온‧조은(서울본점)저축은행 4.00%를 적용하고 있다.
대형 저축은행들도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금리를 제공하며 수신고 확보에 나서는 분위기다. 상상인저축은행은 3.83%, OK저축은행은 3.81%, SBI‧애큐온저축은행은 3.80%, 웰컴저축은행은 3.75%, 한국투자저축은행은 3.70%의 금리를 제공한다.
저축은행이 제공하는 정기예금 금리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금리 3.35~3.42%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올초 3.96%를 기록했다. 하지만 금리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3.6%대까지 내려앉았다. 심지어는 시중은행의 금리가 더 높은 금리역전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금리인상이 시작된 2021년 8월 말 2.12%에서 오르기 시작해 지난해 1월 초 5.37%까지 올랐다. 일부 저축은행에서는 6%대의 금리를 적용한 상품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인상을 마무리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저축은행의 수신금리가 다시 오르기 시작한 건 수신잔액을 늘리며 대출여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다. 저축은행은 고객이 맡긴 돈을 통해 대출을 취급하며 이자를 받아 수익을 낸다. 그런데 고금리에 접어들면서 돈을 맡긴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수신금리가 오르는 반면 고객에게 받을 수 있는 대출금리는 법정 최고금리인 20%로 제한돼 있어 오히려 취급을 할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상황이었다.
그간 저축은행이 시중은행보다 낮은 수신금리를 유지하며 예금 취급을 줄인 것은 비용절감을 위한 방안이었다. 시중은행과의 수신경쟁에서 밀려나며 이자비용이 확대됐고, 실적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결국 비용을 줄이기 위해 수신금리를 낮추고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하며 수신과 여신 규모를 도두 축소해 왔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7월말 수신잔액은 99조9128억원으로 전년 동월말 115조312억원에 비해 13.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여신잔액도 108조9848억원에서 96조9415억원으로 11.1% 줄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가 가시화되면서 대출여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돼 대출영업을 재개하려는 분위기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가시화되고 있어 대출영업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면서 "적자 확대와 건전성 악화 등으로 당장 대출 규모를 늘리기는 어렵겠지만 시중금리가 안정화되면 대출 취급 여력이 생길 것인 만큼 수신금리를 인상하고 자금 확보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정기예금 고객이 4분기에 몰려있는 점도 수신금리 인상의 원인으로 꼽힌다. 저축은행은 2022년 4분기 금리가 인상되던 당시 고금리 수신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했다. 때문에 4분기마다 정기예금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액수가 큰 상황이다.
저축은행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2022년 4분기 수신경쟁이 치열해지면서 4분기 만기 고객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면서 "만기가 도래하는 고객에게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면 수신고가 급감하게 돼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