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회전...국회에 쏠리는 눈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현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된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이 뚜렷한 결과물 없이 공회전하고 있다. 행정 절차를 마무리한 산업은행은 조직 개편 등의 방식으로 부산 이전 효과를 끌어낸다는 계획인데 노동조합(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사실상 마지막 관문인 관련 법 개정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24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노동조합(노조)에 오는 26일 개최 예정인 이사회서 내년도 조직 개편안을 상정한다고 전했다. 산업은행 노사 단체협약에 따라 사측은 이사회 상정 안건을 사전에 노조에 공유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조직 개편은 부산 지역에 ‘남부권 투자금융본부’를 신설하는 게 핵심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산업은행은 부산에 ‘동남권 투자금융센터’를 설립한 바 있다. ‘남부권 투자금융본부’가 신설되면 산업은행 일부 인력이 부산으로 이동하게 된다. 예상되는 인원은 지난해(1차)와 비슷한 50여명 수준일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한다는 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대통령 선거 때 제시한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대통령인수위원회(인수위)서 정부의 공식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이후 지난해 5월 국토교통부가 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행정적 절차는 마무리된 상황이다.
문제는 부산 이전 문제를 두고 산업은행 노사 간 입장차가 첨예하게 엇갈린다는 점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서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산업은행이 부여받은 역할”이라며 “부산 이전 문제는 포기하거나 말거나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반대로 노조는 부산 이전 시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등 국책은행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이번 산업은행의 조직 개편에 대해서는 ‘꼼수’라고 직격했다. 김현준 산업은행 노조 위원장은 “정부와 사측이 앞다퉈 불법 행위를 예고하는 상황 속에서 꼼수로 본점 이전을 시도하기 위한 불법 조직 개편에 반대하는 의견을 수차례 밟혀왔다”고 말했다. 이에 산업은행 노조는 지난 19일부터 본점 출입구 앞에서 천막 농성 투쟁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산업은행 부산 이전 작업이 매듭을 짓지 못하고 공회전하고 있는 건 법 개정 문제 때문이다. 현행 한국산업은행법 제4조 1항은 ‘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했다.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기려면 이 조항을 ‘서울특별시’에서 ‘부산광역시’로 바꿔야 한다. 원칙적으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이뤄지면 법 개정에 대한 여야 합의와 본회의 처리가 이뤄져야 하는 셈이다.
국회 의원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정무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아 발의된 법안은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대표발의)의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유일하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부산을 지역구로 둔 일부 의원들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데, 실제 법안 발의까진 이뤄지지 않았다.
여소야대인 국회 지형을 고려했을 때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법 개정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국책은행 본점을 지방으로 옮기는 데 대한 경제적 효과를 측정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서로 다른 평가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이해관계자간 협의가 전제되지 않은 법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부산 이전 저지에 나선 산업은행 노조도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접촉에 한창이다. 특히 오는 10월 진행되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때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책은행 기능 약화 등 우려사항에 대한 입장을 적극적으로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 노조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국정감사장에서 직접 발언하는 건 어렵고, 의원실을 직접 찾아 노조 입장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