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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뉴투 유리천장 보고서 ②

6% 그친 은행 여성 임원 비중...‘다양성 확보’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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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일 기자
입력 : 2024.09.20 08:20 ㅣ 수정 : 2024.09.26 16:36

국내 10개 시중·지방은행 임원 현황 조사
남성이 여성의 15배 많아...女 비중 6.4%
은행권 고위직 갈수록 유리천장 단단해져
다양성 확보 위한 여성 리더 육성 필요성

견고하고 단단한 한국의 유리천장에도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국내 100대 기업 임원 여성 비율은 2019년 3.5%에서 지난해 6%로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여성의 교육수준 향상과 경제활동 참여가 증가하면서 기업 내 여성의 기여도와 역할이 신장하는 흐름이다. 하지만 기업별, 업종별 수준이 상이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준과 비교하면 한국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두껍고 단단하다는 지적도 있다. <뉴스투데이>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여성임원 현황과 실태를 점검해 보는 ‘2024 뉴투 유리천장 보고서’ 시리즈를 기획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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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각사]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내 10개 시중·지방은행 임원진 중 여성 임원 비중의 평균값이 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조직 구성원의 과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이 고위직으로 갈수록 더 단단한 ‘유리천장’에 맞닥뜨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양성 확보’를 과제로 받아든 은행권은 자체적으로 여성 리더 육성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며 인재풀 확보에 분주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여성 임원 기용이 조직의 수익성 및 지속가능성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은행 임원진 중 여성 비중 많아야 10% 수준...‘남성 싹쓸이’ 사례도 


 

20일 <뉴스투데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올 6월 말 기준 은행별 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M뱅크·BNK부산·BNK경남·광주·전북은행의 임원 총 282명 중 여성 임원은 18명(6.4%)으로 집계됐다. 남성 임원이 264명(93.6%)인 것과 비교하면 쏠림 현상은 두드러진다. 

 

시중은행 중에서 보면 국민은행의 임원진 46명 중 여성 임원은 5명(10.9%)으로 조사됐다. 우리은행은 30명의 임원 중 3명(10.0%)이 여성 임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10개 은행 중 여성 임원 비중이 두 자릿수를 보인 건 국민·우리은행 뿐인데, 이마저도 사실상 턱걸이로 매달려있는 수준이다. 

 

농협은행은 24명의 임원 중 여성 임원이 2명(8.3%)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도 임원진 28명 중 2명(7.1%)을 여성 임원으로 채웠다. 올 6월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는 임원 20명 중 여성 임원이 1명(5.0%)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 역시 36명의 임원 중 여성 임원은 1명(2.8%)에 불과했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경남은행의 임원 25명 중 여성 임원이 2명(8.0%)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전북은행은 임원 23명 중 1명(4.3%)을, 부산은행은 임원 27명 중 1명(3.7%)을 각각 여성 임원으로 선임했다. 광주은행의 경우 임원 23명 전원이 남성으로, 조사 대상 은행 중 유일하게 여성 임원을 기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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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갖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내 19개 은행장 중 여성 은행장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강신숙 Sh수협은행장,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 등 3명 뿐이다. [사진=연합뉴스]

 


■ 직원 과반 여성인데 임원은 남성 쏠림...업계 “경력 단절·보수적 문화 영향”


 

은행은 여성 직원 비중이 높은 대표적 산업이다. 일례로 올 6월 말 기준 국민은행의 정규직 1만3337명 중 여성과 남성은 각각 7610명(57.1%), 5727명(42.9%)로 집계됐다. 같은 기준으로 부산은행 역시 총 2792명의 정규직 중 여성이 1525명(54.6%)을 차지했다. 특히 하나은행의 경우 정규직 1만727명 중 여성(6772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63.1%에 달했다. 

 

이 같은 지표는 여성 은행원들이 고위직으로 갈수록 더 단단한 유리천장에 부딪히고 있다는 평가를 뒷받침한다. 특히 최근 ‘기업의 별’이라 불리는 임원의 여성 비중을 고려하면 그나마 뚫려있던 바늘구멍마저 막혀간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자연스럽게 여성이 은행의 최고경영자(CEO)인 은행장에 오르는 사례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임원 현황 조사 대상 10개 은행의 은행장 중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다. 범위를 더 넓혀보면 은행권의 역대 여성 은행장은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 △유명순 현 한국씨티은행장 △강신숙 현 Sh수협은행장 △이은미 현 토스뱅크 대표 등 4명 뿐이다. 

 

은행권에선 여성 직원들이 출산·육아를 거치며 나타나는 경력 단절과 보수적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한다. 특히 과거에는 이 같은 문제가 상대적으로 낮은 연차 때부터 본격화해 사실상 관리자급으로 오르기 위한 노력조차 가로막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옛날에는 대리가 과장으로 승진 평가를 받을 때 출산과 육아 기간이 반영돼 (승진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이슈들이 있었다보니 자연스럽게 지금의 상황처럼 되지 않았나 싶다”며 “보통 지점장 정도 가면 남녀 비중 차이가 조금씩 나기 시작하는데 영업성과를 통해 실력이나 능력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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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그룹이 8월 21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그룹의 차세대 여성 리더 육성프로그램인 ‘하나 웨이브스(Hana Waves)’ 4기 출범식을 개최했다. [사진=하나금융그룹]

 


■ ‘여성 리더’ 육성해 인재풀 늘리는 은행권...가시적 성과 내야 


 

국내 금융사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기조로 여성 임원 확보 필요성도 커져가고 있다.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서는 조직 내 다양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해외에서는 금융 감독 및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고위직 다양성을 사회(S) 및 지배구조(G) 부문의 주요 의제로 다루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은 금융그룹 차원에서 ‘여성 리더’ 육성 움직임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KB금융그룹은 여성 리더 멘토링 프로그램 ‘WE STAR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신임 여성 부지점장을 대상으로 선배 남녀 임원이 멘토로 나서 리더십 역량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게 핵심이다. 

 

신한금융그룹은 2018년 금융권 최초의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 쉬어로즈’를 가동했다. 신한금융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50~60명의 여성 리더를 육성하고 있다. 출범 이후 지난해(6기)까지 총 280명의 여성 리더가 배출됐다. 하나금융의 ‘하나 웨이브스’ 역시 금융권 대표 여성 리더 양성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은행권의 선제적 여성 리더 육성은 ‘인재풀’ 확보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원 승진 대상에 해당하는 여성 간부 수를 늘려 구조적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이 같은 다양성 확보 노력이 향후 수익성 및 지속가능성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김상경 한국국제금융연수원장 겸 여성금융인네트워크 회장은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그나마 제1 금융권인 은행은 ESG 활동으로 여성 임원 양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저조하다”며 “은행에서 여성들이 맡고 있는 분야가 리테일(소매금융) 쪽에 몰려있고, 핵심 부서들은 남성들로 채워져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의 (여성) 임원이 안 나온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이어 “미국과 영국 등 금융 선진국은 여성 임원 비중을 당국의 감독 차원에서 맞추고 있다”며 “여성 임원이 늘어나고 이사회도 다양성을 확보했을 때 그 기업의 수익이 훨씬 늘어난다는 통계가 많이 나온다. 이제 성별 다양성은 도덕적 개념이 아닌 수익적 개념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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