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4.09.13 00:33 ㅣ 수정 : 2024.09.15 02:12
임금과 개인소비 증가 없이 가격만 오르는 부정적 물가 상승, GDP마저 독일에 역전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작년 일본의 명목 GDP가 독일에게 역전 당하며 오랫동안 지켜온 세계 3위 자리를 내주고 4위로 내려왔다.(달러 기준) 심지어 내년에는 인도에게도 역전 당할 가능성이 거론되자 일본 내에서는 위기감과 함께 절망감마저 감돌고 있다.
물론 일본의 명목 GDP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증가폭 자체가 굉장히 적고 최근에는 고물가로 인한 가계 압박과 역대급 엔저 영향까지 발목을 잡고 있어 야후재팬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무려 92.2%의 응답자가 경기가 나빠졌음을 체감한다고 답할 정도로 일본 내 상황은 심상치 않다.
당초 일본 내각부가 지난 달 15일에 발표한 올해 4~6월 명목 GDP는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607조 9000억 엔을 기록했다. 엔진 인증 문제로 멈춰있던 자동차 생산이 재개되었고 노사 임금합의로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기본급이 대폭 상승하며 개인소비가 1년 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덕분에 명목 GDP는 처음으로 600조 엔을 돌파했다.
GDP가 높다는 것은 경제규모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기업 간 교섭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가능한 경제규모를 유지하고 키워가려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본인들의 일상생활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미쓰비시UFJ리서치&컨설팅은 실질 GDP를 동반하지 않은 명목 GDP만 상승한 점을 꼽는다.
일본은 오랜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명목 GDP와 실질 GDP 모두 제자리에 머물렀지만 2022년 후반부터 명목 GDP만 가파르게 상승하며 실질 GDP와의 격차를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엔저와 원자재 가격 급등이 차례로 일본을 덮치며 물가상승 압력을 일으켰고 수량 증가나 품질 향상(=실질 GDP 증가)을 동반하지 않은 채 비용 부담만을 늘린 탓이 크다.
즉,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개개인이 지불하는 비용은 늘었지만 그로 인해 얻는 재화나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퇴보했다는 의미다. 일상생활에서는 외식을 자제하거나 여행을 줄이는 등 개인 지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계속되면서 실질 GDP는 더욱 억눌리고 명목 GDP와의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여기에 생산 활동으로 얻는 부가가치에서 인건비의 비중,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비율을 나타내는 노동분배율은 일본이 주요 선진국들 중에서도 유난히 낮은 편이다. 물가가 오르며 임금이 오르고 오른 임금만큼 개인소비가 늘면서 기업 매출과 이익이 올라 다시 임금에 반영되는 선순환이 일본에는 아직 없다.
결과적으로 인력부족에 시달리면서도 임금은 찔끔찔끔 오르는 현재 상황은 모처럼의 경기호황을 희석시키고 있다. 일본 정부는 기업들에 임금인상을 호소하면서 인력부족 해소와 비용 삭감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사업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 어느 것도 뚜렷한 효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만 이어지는 것이 작금의 일본 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