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4.08.01 08:22 ㅣ 수정 : 2024.08.01 08:22
우리투자증권 부활로 10년 만에 증권 사업 재진출 동양·ABL생명 인수도 검토..증권·보험 한번에 갖나 과도한 은행 의존도 분산해 수익·성장성 제고 필요 비은행 자회사 갖추면 만년 4위 탈출 기대감 나와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사업 포트폴리오 보강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10년 만에 증권업 재진출이 본격화했고 보험사 인수합병(M&A) 작업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그동안 최대 약점으로 지목된 비(非)은행 부재 해소로 수익·성장성을 제고하겠다는 구상이다. 우리금융의 체급 확대로 금융그룹간의 실적 경쟁 구도에 균열이 일어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이날 증권 자회사인 우리투자증권을 공식 출범시켰다. 우리금융의 기존 자회사 우리종합금융이 한국포스증권과 합병하고 그룹 자회사로 편입되는 방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정례회의를 열고 두 회사의 합병 인가안을 의결했다.
우리금융이 증권 사업에 뛰어드는 건 10년 만이다. 2014년 민영화 과정에서 NH농협금융그룹에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매각한 뒤 증권사 없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왔다. 이번에 출범한 증권 자회사 법인명을 다시 우리투자증권으로 정한 건 과거 누렸던 명성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투자증권의 자기자본금은 약 1조1500억원으로 업계 18위의 중형 증권사로 출발한다. 사업부는 종합금융과 리테일, 세일즈&트레이닝(S&T), 리스크관리 등 총 4개로 운영된다. 우리금융은 우리투자증권을 5년 내 업계 5위, 10년 내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현재 우리금융은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ABL생명, 동양생명을 ‘패키지 인수’하기 위한 협상도 진행 중이다. 연내 협상이 타결되면 우리금융은 증권에 이어 보험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게 된다. 보험 역시 2014년 DGB금융그룹에 우리아비바생명(현 iM라이프)을 매각한 이후 10년 만에 재진출이다. 현재 14개인 자회사 수도 16개로 늘어나며 은행과 카드, 증권, 보험 등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 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
우리금융이 이처럼 공격적으로 비은행 확충에 나서는 건 은행 의존도 분산 목적이 크다. 올 상반기 우리금융의 당기순이익 1조7554억원 중 우리은행(1조6735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95.3%에 달한다. 카드·캐피탈·자산운용 등의 계열사는 사실상 힘을 못 쓰고 있다. 은행 영업 성과에 따라 그룹 실적 전체가 요동칠 수 있다는 게 우리금융의 약점으로 지목돼 왔다.
우리금융의 은행-비은행 불균형은 경쟁 금융그룹과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올 상반기 기준 그룹 당기순이익에서 은행 자회사 당기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KB금융그룹 54.1% △신한금융그룹 74.7% △하나금융그룹 84.6% 등이다. 이들 금융그룹은 일찍이 비은행 사업 체제 구축으로 균형 잡힌 성장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그동안 높은 은행 비중에서 탈피해 종합 금융그룹으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오랜 기간 증권업, 보험업 진출을 다양한 방법으로 모색해왔다”며 “동양생명, ABL생명도 인수 대상의 하나로서 M&A를 검토 중이나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우리투자증권 출범에 이어 실제 보험사 인수까지 이뤄지면 본격적인 체질 개선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핵심 자회사인 은행의 수익성은 유지하면서 비은행 자회사들이 뒷받침해주는 방식으로 그룹 성장성을 제고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시장 전반에 포진한 각 자회사들 간의 시너지 효과로 지속가능성도 향상될 것이란 기대 역시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의 체급 확대가 금융그룹 간 실적 경쟁 구도에 영향을 줄지도 주목된다. 올 상반기 기준 당기순이익은 KB금융 2조7815억원, 신한금융 2조7470억원, 하나금융 2조687억원 등의 순인데 우리금융(1만7324억원)만 ‘2조 클럽’ 진입에 실패했다. 특히 우리금융 입장에선 3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하나금융과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는 건 뼈아프다.
금융권에선 우리금융이 증권에 이어 보험 자회사까지 품는다면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관심을 가지는 건 보험 쪽 보강이다. 각사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동양생명이 2002억원, ABL생명이 55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단순 계산으로 우리금융이 이들 회사를 품으면 반기에 보험 부문으로만 2000억원대 당기순이익 증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올 1분기 기준으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총자산은 각각 32조4402억원, 17조4707억원으로, 우리금융 입장에선 합산 50조원에 가까운 자산 확대가 가능하다. 올 1분기 기준 우리금융의 총자산은 약 685조원으로 경쟁사인 하나금융(783조원)보다 98조원 정도 적은 상황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사들처럼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는 건 모든 금융그룹들의 과제이자 앞으로 경쟁해 나가야 할 분야”라며 “여력이 있고 좋은 매물이 있다면 M&A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되고 인수 이후에도 기존 자회사들과 조화를 이룰 있게 경영 전략을 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