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전 시장 점검 (6)] 체코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결국 수익성이 관건 ② - 해외 실패 사례(미쓰비시중공업)
[기사요약]
1994년 아르헨티나(독일 지멘스), 2016년 베트남(러시아) 원전사업 중단 등 실패 사례 다수
미쓰비시중공업도 2013년 수주한 튀르키예 원전 건설 5년만에 포기
개도국 원전 진출, 시장 위험 높아.. 수입국 정부와 각종 계약 조항 보장 등 안전장치 마련 필수
우리나라는 두바이에서 열린 COP28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세 배로의 확대와 2050년까지 원전 세 배로의 확대를 동시에 선언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정책적 방점은 원전에 좀 더 놓여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글로벌 원전 시장 현황을 자세하게 정리한 보고서가 발간되어 이를 중심으로 하여 국별 현황을 살펴보고 가장 중요한 이슈인 원전을 둘러싼 비용 관련 여건을 정리한다. 특히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원전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중심으로 주요 이슈도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곽대종 산업연구원 명예 KIET Fellow] 해외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건설을 진행하다가 실패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다수 존재한다.
먼저 독일 지멘스와 캐나다 ACEL이 1980년에 아르헨티나 아투차에 원전 2기를 건설하기로 계약을 체결했으나 아르헨티나의 경제적 어려움과 정치적 혼란 등으로 인해 결국 1994년 원전 건설이 중단된 사례가 있다.
2009년 러시아의 로사톰이 베트남에 100억달러 규모의 난반 원전 2기 건설 계약 체결에 성공했으나 안전에 대한 우려와 경제난 등으로 2016년 건설 계획이 취소되었다.
• 해외 원전 프로젝트, 실패 사례도 다수.. 미쓰비시중공업, 튀르키예 원전 건설 비용 84억달러로 치솟자 결국 철수
한편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은 2013년 프랑스 아레바 컨소시엄과 34억달러 규모의 튀르키예 시노프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했으나 지질학적 문제, 환경규제 강화 및 정치적 불안정 등으로 인해 2020년 5월 건설이 중단되었다.
미쓰비시중공업의 공격적 원전 수출 움직임은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일본의 상황이 주로 작용했다.
당초 2013년 시노프 원전 프로젝트 수주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캐나다가 철수한 이후 계약에 성공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결국 치솟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우리의 경우 재원 조달의 어려움을 들어 계약조건에서 튀르키예 정부에 보증을 요구했지만, 일본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함께 정부 보증 없는 계약조건을 내세워 경쟁에서 유리한 상황을 선점하고 결국 계약에 성공하게 되었다.
당초 프로젝트 비용의 30%는 미쓰비시중공업과 프랑스 컨소시엄이 부담하고 70%는 일본국제협력은행 등의 대출을 통해 조달되는 구조였다.
1982년 원전 대상 부지로 선정된 시노프 지역에 미쓰비시중공업 컨소시엄에 앞서 원전 건설을 요청받은 GE는 대상 부지가 지진대에 놓여 있기 때문에 안전 문제를 들어 건설 참여에 소극적이었다.
결국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프랑스의 컨소시엄은 2013년 한 기당 1.12GW급 4기 총 4.48GW 용량의 220억달러 규모 원전 건설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건설비가 당초 대비 2.5배 이상 급증한 반면 전력구매 계약에 따른 가격은 1kWh 당 10.80~10.83센트에 불과하여 비용 회수가 곤란할 것이라는 판단하에 사업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 미쓰비시중공업, 튀르키예 원전 수주와 무관하게 경영 악화
하지만 단순히 비용 악화만이 철수의 이유는 아니었다.
미쓰비시중공업의 경우 2017년 2500억엔에 달하는 대형 적자를 기록한 후 여객선 사업에서 철수한 데 이어 당시 추진하던 제트 여객기 개발 비용이 계획 당시 대비 4배가 넘는 6천억엔에 달하였으며 2014년 인수한 히타치의 화력발전 사업부 역시 경영 악화에 시달리고 있었다.
더욱이 합병 전에 히타치가 수주한 남아공의 발전소 공사 비용이 급증하여 일본 상사중재협회에 7743억엔을 지불하는 중재 신청을 제기하는 등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된 것도 한몫했다.
뿐만 아니라 튀르키예의 상황 악화도 동시에 발생했다. 2018년의 리라화 화폐가치는 2013년 계약 체결 당시 대비 5분의 2로 하락했으며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에르도안 정부 치하에서 경제상황 악화도 발생한 것이다.
일본 원전 업계의 해외 원전 프로젝트 실패는 튀르키예 건만 해당된 것은 아니었다.
일본 원전 업계와 경제산업성은 2000년대 이후 일본 내 신규 원전 건설이 지지부진해지자 해외 시장 개척으로 전환했는데 도시바의 경우 인수한 미국의 웨스팅하우스(WH)가 건설 중이었던 미국 내 원전 4곳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어 결국 파산에 처한 바 있으며, 미쓰비시중공업이 수주한 미국 오노프레(Onofre) 원전의 증기발생기가 튜브 문제로 중단되어 결국 원전이 해체되기에 이른 사례도 있다.
• 안전장치 확보가 중요 - 해당국의 정치경제적 안정성, 부지의 안전성과 비용 급증 회피 등
이러한 미쓰비시중공업의 해외 원전 실패 사례는 많은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는 장기간에 걸친 해외 원전 프로젝트에 대처하는 교훈을 잘 알려주고 있다.
즉, 해당국 정치경제적 안정성 및 해당 인근 부지의 안전성과 함께 비용 급증을 회피할 수 있는 안전장치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시노프 원전의 경우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프로젝트 모회사인 미쓰비시중공업 컨소시엄이 책임을 지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일본 금융계가 보증 책임을 진 시노프 프로젝트에서 채권이 소각되거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 결국 일본 납세자에게 궁극적 부담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따라서 당초 시노프 원전 프로젝트에서 튀르키예 정부에 정부 보증을 요청했던 우리의 전략은 매우 주효했던 반면 일본의 경우 수주에 급급해서 자체 보증을 담보로 수주한 데 따른 위험을 고스란히 안게 되었던 것이다.
다음에는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성공한 우리나라의 비용 조건을 중심으로 원전 관련 비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 곽대종(Daejong Gwak) ▶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박사 / 산업연구원 명예 KIET Fellow / (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환경·기술분과 위원 / (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평가위원 / (전) 산자부 연구개발사업 평가위원 / (전) 규제개혁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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