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비서실 감사 수용'에 담긴 속뜻은?
[뉴스투데이=임은빈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18일 '경기도의회 위원회 구성·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공포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도지사·교육감 비서실과 보좌기관 업무를 운영위원회 소관으로 변경해 행정사무감사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 담겼다.
개정안이 경기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일각에서는 김동연 지사가 '비서실 행감' 문제로 이른바 '거부권'이라 불리는 재의요구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지사 비서실은 자치행정국 소속으로 안전행정위원회 심의·감사를 받고 있어 '이중감사'가 될 수 있는 데다 도정 정쟁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개정안이 전임 경기도 지사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SNS와 이재명 대표 팬카페에서는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대표의 지사 시절 범죄 혐의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퍼지면서 김 지사가 재의요구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국회에서도 대표적 친명계 의원으로 꼽히는 강득구 민주당 의원이 지난 17일 '김동연 지사의 재의요구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 하려다가 "추후 대응과정을 지켜보겠다"며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
유영일 경기도의원(국민의힘, 안양5)은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 18일 '경기도의회 위원회 구성·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재석 115명에 찬성 98명, 반대 13명, 기권 4명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기도의회 경기도의원 정당별 의원 현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76명, 더불어민주당 77명, 개혁신당 2명이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의원들이 전원 본회의에 참석해서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해도 민주당 의원들이 최소 17명 이상 찬성한 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표 13명과 기권표 4명을 민주당 의원이라고 봤을 때, 나머지 60명 민주당 의원 중에 상당 수가 찬성표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김동연 지사가 재의요구를 하더라도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할 경우 재의결돼 다시 도지사에게 이송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적지 않았다. 민주당 대표단에서는 행정사무감사 시 출석 대상은 양당이 추후 협의하기로 했기 때문에 전임 지사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은 지난 18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오늘 저녁 '경기도의회 위원회 구성·운영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공포했다. 조례안은 올해 11월부터 지사 비서실과 보좌기관에 대한 행정사무 감사를 진행하는 내용이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이어 "도는 해당 조례안이 민선 8기까지 전례 없는 일인 데다, 중복감사의 불합리성이 있으며, 나아가 전·현직 도지사에 대한 정쟁화 우려까지 있어 강력히 반대해왔다"고 말했다.
다만 "그럼에도 김 지사는 '지난 2년간 협치의 정신으로 도정을 이끌어왔다. 이번 조례안이 불합리한 측면이 있으나 여야가 합의해서 조례안을 통과시킨 만큼 재의요구를 하지 않고, 대승적으로 공포한다'고 밝혔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경기도 지사 비서실 감사 위한 조례개정안'이 전임 지사였던 이재명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주장은 과도한 '정치공학적 해석'인 것으로 보인다. 해당 개정안이 실행되면 현직인 김 지사가 가장 큰 부담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전임 지사 흠집을 내기 위해 자신을 감사하는 시스템을 허용할 정치인은 없다. 이번에 김동연 지사는 정치적 유불리(有不利)를 따지기보다는 정도를 중시하는 원칙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