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책무구조도 앞둔 은행권, 내부통제 ‘혁신’ 계기되길

유한일 기자 입력 : 2024.07.08 08:23 ㅣ 수정 : 2024.07.08 08:23

잇따른 은행 금융사고에 책무구조도 도입
CEO 제재 가능성에 경영 위축 우려 제기
부담 크겠지만 추락한 고객 신뢰 되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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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은행권에서 잇따라 터지고 있는 대규모 금융사고와 관련해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사전 적발의 한계가 존재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과거보다 내부통제 체계가 강화되고 있지만, 한 개인이 작정하고 일을 벌이면 본점이나 감사팀, 심지어 같은 부서 또는 영업점에서도 알아차리기 쉽지 않을 때가 많다는 얘기다. 

 

이는 금융당국이 금융사고 근절을 위해 도입하는 ‘책무구조도’ 내용 중 최고경영자(CEO) 제재가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영자의 책임의식 제고를 유도하기 위한 의도겠지만, 개인 일탈에 대한 책임까지 CEO에 적용하는 건 자칫 경영 위축 등의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금융판 중대재해법’이라고도 불리는 책무구조도 도입은 은행권 스스로 자초했다. 한 부서에 장기간 눌러앉은 은행원이 수백, 수천억원을 횡령하는 동안 조직은 전혀 알지 못하고, 영업점에서는 각종 서류가 위조됐다. 또 고령 고객 등에게 투자 위험성이 다분한 파생상품을 공격적으로 팔아치워 수익을 챙겼다. 이 모두가 최근 몇 년간 일어난 일이다. 

 

금융사고 피해는 회사와 고객, 주주 등으로 연쇄 확대된다. 일례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로 절반 이상의 원금을 잃은 투자자가 속출했고, 이에 대한 배상 절차가 시작되면서 은행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신뢰, 재무적으로 타격을 입은 은행주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했다.  

 

그동안 은행들이 앞다퉈 내부통제 강화와 건전한 조직문화를 강조해왔지만 사실상 헛구호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유독 은행권에서 연이어 터지고 있는 금융사고로 사회적 피로도 역시 누적된 상태다. 조(兆) 단위 상생금융과 각종 금융 정책 참여로 쌓아온 ‘따뜻한 금융’의 이미지가 금융사고 발생으로 와르르 무너진 건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전국 곳곳에 포진된 영업 현장을 관리하는 데 대한 물리적 한계와 깨알같이 적힌 책무구조도 내용에 대한 경영 부담을 공감 못 하는 건 아니다. 다만 금융사고를 뿌리 뽑는 건 각 은행 뿐 아니라 금융시장 전체를 선진화하는 길이라는 점에서 은행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은행권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할 것으로 생각한다.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책무구조도 제도를 시범 운영하되 6개월의 유예기간을 뒀다. 주요 금융그룹과 계열 은행들도 앞으로 지켜나갈 책무구조도 작성에 분주한데,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효과적인 금융사고 근절 체계를 구축하면서도 경영진과 관련한 부담은 최소화하고 싶을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책무구조도를 내부통제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은행은 고객이 맡긴 자금을 기반으로 이익을 내는 사업 구조상 여타 업종 대비 견고한 내부통제가 요구된다. 금융의 본질은 신뢰이며 고객의 신뢰는 은행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은행권이 내부통제 혁신을 통해 신뢰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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