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부실채권’ 쌓이는 지방은행...경기 둔화 늪 빠졌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내 지방은행의 기업 부문 여신에서 부실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부실채권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지역 경기 침체에 따른 업황 악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자산 건전성 지표가 악화하는 와중에 수익성마저 둔화하면서 지방은행들의 위기감이 커져가는 모양새다.
22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 등 5개 지방은행의 올 1분기 기준 기업여신 잔액 127조8741억원 중 고정이하여신(NPL·8158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0.64%로 전분기(0.55%) 대비 0.09%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1분기(0.50%)와 비교하면 0.14%p 오른 수준이다. 대구은행의 경우 지난 5월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iM뱅크)으로 전환했다.
은행은 차주에 내준 대출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눠 관리한다. 이 중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이 해당하는 NPL은 3개월 이상 연체돼 회수가 어려워진 부실채권으로, 사실상 떼인 돈이다. 여신 잔액에서 NPL 비중이 높을수록 은행의 자산 건전성은 안 좋다고 인식된다.
시중은행과 비교해보면 지방은행의 건전성 악화는 더 두드러진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올 1분기 기준 기업여신 잔액 940조4905억원 중 NPL 잔액은 3조2994억원(0.35%)으로 집계됐다. NPL 비율만 놓고 보면 지방은행이 시중은행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은행 기업여신 중 NPL 증가세는 중소기업이 이끌고 있다. 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은행의 중소기업 NPL 잔액은 2022년 1분기 4768억원에서 지난해 1분기 6526억원, 올 1분기 7704억원으로 증가했다. 올 1분기 기준 이들 은행의 기업여신 NPL 중 중소기업 NPL이 차지하는 비중은 94.4%에 달한다.
지방은행들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부실채권이 쌓이고 있는 데 대해 지역 경기 침체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입을 모은다. 주요 거래 고객인 지역 중소기업들의 자금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지역 경기가 위축되면서 업황이 악화됐고, 결과적으로 대출 상환 능력도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한 지방은행의 관계자는 “지방은행은 관계형 금융 차원에서 영업점 직원들이 공단 등에 있는 기업 고객을 수시로 찾아가 사장님에게 직접 경영 상황을 들어보고, 이를 여신 관리에 반영한다”면서 “아무래도 중소기업 쪽에선 내수 위축이나 원자재값 상승같이 경기 위축에 대한 토로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방은행의 기업여신 건전성 악화가 수익성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는 건전성 지표가 나빠지면 잠재 부실에 대비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데,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순이익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다.
올 1분기 기준 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 잔액은 2조1129억원으로 전년동기(1조6276억원)보다 29.9% 증가했다. 이들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 4685억원에서 올 1분기 4755억원으로 1.7% 줄었다. 꾸준한 가계·기업 부문 대출 성장과 이자 수익 증가가 나타났지만, 잠재 부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수익성 개선의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지방은행의 경영성과가 2010년대 중반 이후 좋지 않은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건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빠진 데다 지방경제의 침체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며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과 지역 금융 소비자들에 대한 질 높은 서비스 제공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역 금융 서비스 제공에 대해 정책적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