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건강이 곧 항공 안전"...항공사들 다양한 정신건강 프로그램 도입
최근 다양한 직업군이 등장한 가운데 특히 4차산업 종사자들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2‧3차 산업이 중심이던 과거 1980~1990년대까지는 정신 건강 장애를 앓고 있는 직장인을 사실상 찾기 어려웠다. 정신보다는 육체 중심의 노동이 많았던 탓도 있지만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은 중증 이상 환자만 가능하다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사회가 변화하면서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정신 건강 장애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치료를 위해 정신과 진료를 받는 사람이 많아면서 직장인 정신 건강 장애가 사회 문제로 인식 자체가 전환되고 있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직장인 정신 건강 장애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선 기업 등의 사례를 총 15회에 걸쳐 보도하며 우리 사회와 직장에 작은 걸음이나마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최현제 기자] 항공사들은 임직원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고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정신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항공업계 임직원들은 감정 노동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의 중요성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여하튼 승객의 안전과 편안한 비행을 위해 높은 수준의 서비스와 안전 관리가 요구되는 환경에서 일하는 항공사 임직원들은 업무의 특성상 많은 스트레스와 심리적 부담을 겪기 쉽다.
■ 대한항공의 정신건강 지원체계 강화
대한항공은 야간과 교대근무를 하는 직원들의 근무환경을 분석하고 개인별 수면 상태에 대한 기초 조사를 통해 수면 문제의 원인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신입 운항승무원에게 수면 무호흡증 평가 및 피로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고경력 운항승무원에게는 중년기 신체적, 심리적 변화를 다루는 교육을 통해 스트레스 관리와 안전운항을 위한 자기관리 방안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직원들이 건강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조직 차원에서 예방 교육을 실시하며 수면 문제의 고위험군을 선별해 신체적, 심리적 건강 지원 및 중재를 시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지난 5일 발간한 2024년 ESG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사내 심리상담실인 '휴클리닉'을 운영해 임상심리전문가 2인이 상주해 철저한 비밀 보장 하에 스트레스를 적시에 관리할 수 있도록 심리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승무원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까지 확대해 업무 중 다양한 충격적 사건으로부터 마음건강을 보호하고 조기에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휴클리닉'을 통해 개인별 맞춤형 건강정보를 제공하며 심리적 위험군에 속하는 직원들에게는 전문 심리상담을 연계해 조기 관리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 아시아나항공의 휴포트 프로그램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업의 특성상 대고객 접점 업무가 많아 직원들의 심리안정과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오즈 휴포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외부 전문 상담사를 통해 진행되며, 철저한 비밀 보장을 바탕으로 직원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상담 예약 절차 개선과 사내 홍보를 통해 프로그램의 접근성을 높이고, 더 많은 직원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프로그램의 상담사나 상담 건수 등 이외의 내용은 철저히 비밀로 하고 있어 더 이상 내용을 알려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제주항공의 맞춤형 심리케어 프로그램
제주항공은 임직원의 심리 안정을 위해 사내 전문심리상담 자격을 가진 보건관리자를 배치해 직무별 특성에 맞는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월 넷째 주마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뇌파 및 자율신경 균형 검사를 진행 스트레스 및 두뇌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으며, 육아휴직 후 복직한 여성 임직원들을 위한 감성 코칭, 육아 코칭 등 전문 심리케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뇌파 및 자율신경 균형 검사를 통해 스트레스 및 두뇌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위험군 분류에 따른 개인 및 조직별 집중 관리와 예방적 차원의 정신건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스트레스 단계별 문제 해결 훈련과 우울증 조절 훈련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제주항공은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임직원의 정신 건강 증진을 위해 다양한 보건 관련 지자체 및 광역 기관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 서부 근로자 건강센터와 매월 각기 다른 주제로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강서구 정신건강복지센터와는 원예 활용 우울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며 "국가트라우마센터와 함께 마음안심버스를 운영해 임직원들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동아오츠카와의 협업도 눈에 띈다.
제주항공은 지난 5월 21일 동아오츠카와 근로자 건강관리 및 안전 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제주항공은 동아오츠카와 함께 임직원에게 비타민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제주항공 임직원 텐션 업(UP)' 캠페인을 진행했으며 내년부터는 동아오츠카 사이언스팀과 함께 임직원 건강 관리를 위한 활동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이배 제주항공 사장은 "임직원의 건강과 정신적 안정은 회사의 중요한 자산이며, 이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임직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주항공은 다양한 정신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임직원들의 건강과 행복을 도모하며 이를 통해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 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 임직원 정신건강 및 숙면 지원 프로그램 강화
티웨이항공은 운항승무원을 대상으로 레이오버(중간 경유지에서 환승) 시 숙면을 돕기 위한 스트레칭 및 지압법 교육을 실시해 승무원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승무원들은 충분한 숙면을 취할 수 있어 비행 중 안전을 더욱 강화하는 데 주력할 수 있다.
이스타항공은 임직원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증진을 위해 전문 자격을 가진 사내 간호사를 배치하고, 건강관리실 구축과 건강 정보를 담은 Health Letter 발행 등 다양한 건강 증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시차 출근제와 반반차 제도 등 유연한 근무환경 조성을 통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고 있다.
항공업계의 이러한 노력들은 임직원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해 안전하고 원활한 항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