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가 낳은 거래절벽, 집값은 뜀박질
미국의 주택시장이 거래절벽에 시달리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사람들이 집을 살 때 금융기관에서 빌리는 모기지론 이자가 크게 올라 기존 주택소유자들이 새 집으로 이사가기를 주저하면서 매물 자체가 줄어들었고, 매물부족 탓에 주택가격은 계속 오르기 때문이다. 거래절벽 속에 주택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도 주택매입 의사를 접거나, 서두르지 않고 있어 당분간 거래감소와 함께 주택가격 고공행진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매물이 사라진 미국의 주택시장 실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미국의 주택거래는 지난해 6월부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이 기준금리를 강도높게 끌어올리면서 크게 위축되기 시작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주택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모기지론 이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모기지론 이자부담을 가중시켰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30년짜리 모기지론 이자는 2일(현지시간) 현재 연 7.07%에 달한다. 1주일전보다 0.07%P 올랐다.
코로나 기간 중 모기지론 이자 평균이 3~4%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엔데믹과 함께 거의 이자부담이 2배 가량 오른 셈이다.
새로 집을 구입하게 되면, 기존 모기지론 대신에 새 이자율을 적용받는다. 이 때문에 기존 집을 팔고, 새로 집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은 기존에 적용받았던 3~4% 이자를 포기하고 7% 이상의 모기지론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미국 역시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원리금상환능력을 고려해 모기지론을 빌릴 때 DTI(총부채상환비율)이 적용된다. 월소득 대비 최대 43%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출금이 결정되는데, 이는 소득이 높고 신용이 우수한 사람의 경우이고 일반적으로 금융기관은 차주의 소득을 고려해 35% 범위 내에서 모기지론을 빌려준다.
100만달러 집을 산다고 생각하면, 평균 35만달러를 금융기관에서 빌릴 수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 기간 금리가 낮았을 때는 원리금 상환부담이 크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 부담이 2배 가량 증가해 선뜻 모기지론을 빌리기가 쉽지 않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기존 주택소유자들은 높은 모기지론 이자를 부담하기 보다는 이사가는 것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덕분에 미국의 기존주택 매매건수는 날로 감소하고 있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5월 미국 기존주택 매매 건수는 411만건(계절조정 연이율 환산 기준)으로 전월 대비 0.7% 감소했다.
고금리 여파는 신규구택 건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5월 신규 주택 착공 건수는 2020년 6월 이후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이런 현상을 반영한다.
건축자재값이 크게 오르고, 인건비 상승도 그렇지만, 그나마 일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신규주택시장은 얼어붙었다. 향후 착공을 예측할 수 있는 건축 허가 건수도 3.8% 감소한 139만 건으로 2020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주택가격은 매물기근 속에 11개월 연속 꾸준한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6월 현재 기존주택 중위가격은 49만5100달러로 작년 6월의 42만6056달러 대비 16.2% 올랐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책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단 금리가 내려가면, 모기지론 이자도 낮아져 꽉 막혔던 주택거래시장에 숨통을 트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때까지는 거래절벽과 집값 상승 현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