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4.07.02 13:00 ㅣ 수정 : 2024.07.02 13:00
효성, '효성그룹'·'HS효성그룹' 2개 지주회사 체제 1일 출범 효성그룹, 섬유·중공업·건설...HS효성그룹, 첨단소재 사업 주력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가치, 최우선 DNA로 삼아야" 강조 HS효성, 타이어코드·탄소섬유 등 글로벌 경쟁력 갖춘 사업 확보 조현상 부회장, HS효성첨단소재 집중 육성해 경영능력 과시할 기회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10년 전 차남과 장남·삼남간 갈등으로 이른바 ‘형제의 난’ 꼬리표가 붙은 효성그룹이 '아름다운 계열분리'로 얼룩을 말끔하게 씻어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효성그룹은 올해 2월 2개 지주회사 체제 개편 작업을 본격화했다. 또한 일부 계열사에 대한 출자 부문을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분할 계획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조현준(56) 회장은 섬유·중공업·건설 등 전통 사업을, 조현상(53) 부회장은 첨단소재 사업을 이끌어 가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리고 효성은 이달 1일 조현준 회장 체제의 ‘효성그룹’과 조현상 부회장 체제 ‘HS효성그룹’으로 본격적인 독립경영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HS효성그룹은 △HS효성첨단소재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HS효성홀딩스USA △HS효성더클래스 △HS효성토요타 △HS효성비나물류법인 △광주일보 등 주요 계열사을 갖춰 첫 발을 내디뎠다.
■ HS효성 캐치프레이즈 ‘가치 또 같이’…최우선 기업 DNA로 ‘가치 경영’ 삼아
조현준 회장이 ‘인간존중’과 ‘기술중시’를 경영 핵심으로 삼고 ‘백년기업 효성’을 지향했다면 조현상 부회장은 ‘가치 경영’을 HS효성그룹의 최우선 DNA로 삼았다.
HS효성에 따르면 조현상 부회장은 의례적인 출범식 대신 임직원과 함께하는 타운홀미팅을 선택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서로 소통해 밝고 건강한 조직문화를 함께 만들겠다는 조 부회장 경영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부회장은 타운홀 미팅에 평소 즐겨 입는 청바지와 후드집업 차림으로 등장해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 HS효성 비전을 직접 발표했다.
그는 임직원과의 질의응답을 직접 주재해 조직내 소통을 적극 실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또 “우리는 고객과 주주에게 훌륭한 가치를 제공하고 우리 활동이 온 인류 미래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HS효성 가족 모두 행복할 수 있도록 ‘가치’를 최우선 DNA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부회장은 “HS효성은 주주와 고객, HS효성 가족, 협력사,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 가치 제고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함께 성장해 나가는 ‘가치 경영’을 펼쳐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HS효성은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과 함께 안성훈 효성중공업 부사장을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안 부사장은 미국 컨설팅 기업 ‘베인 앤 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던 중 2000년 34세의 젊은 나이에 효성그룹에 합류했다. 그는 경영기획팀장, 경영기획팀 담당임원(중공업 PG), 변압기 영업총괄 전무 등을 지냈다. 이후 그는 효성중공업에서 해외마케팅과 운영을 거쳐 전력PU(퍼포먼스 유닛·Performance Unit)를 총괄해 왔다.
특히 안 부사장은 효성그룹에서 장기간 재직하며 경영전략 및 글로벌 마케팅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전력 사업부문 성장에 이바지 해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HS효성의 핵심 계열사 HS효성첨단소재는 타이어코드 세계 시장에서 약 50%를 점유하고 있는 독보적인 기업이다. 타이어코드는 타이어의 △내구성 △주행성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타이어 고무 안쪽에 들어가는 섬유 재질의 보강재다.
HS효성첨단소재는 최근 자동차 시장이 급성장하는 인도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또한 HS효성첨단소재는 중국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최근 성장세를 보이는 탄소섬유 사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탄소섬유는 차량·항공·풍력에너지 부문에 수요가 많은 첨단 차세대 소재다.
특히 탄소섬유 무게는 철과 비교해 4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강도는 10배 높아 태양광 단열재, 풍력 발전기 블레이드(날개), 항공기 동체 등 다양한 산업에 쓰이는 고부가가치 신소재다. 이에 따라 글로벌 탄소섬유 수요는 향후 3년간 연평균 1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HS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생산량은 2023년 말 기준 연간 9000t"이라며 "오는 7월 완공이 예정된 전주공장 탄소섬유 생산공장(2500t), 2025년 완공을 앞둔 베트남 남부 '효성 비나 코어 머티리얼즈' 공장이 합류하면 연간 2만1500t 규모로 급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HS효성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글로벌 마케팅 분야에서 탄탄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안 부사장이 회사 경영을 이끌 적임자라고 여겨 조 부회장이 그를 공동 대표이사로 발탁한 것으로 풀이된다.
■ HS효성 완벽한 계열 분리 시간 걸릴 듯...'새 먹거리'·실적 개선이 선결 과제
조현상 부회장과 HS효성 앞에 놓인 주요 경영과제는 신(新)사업 확장이다.
이를 위해 주력 계열사 HS효성첨단소재는 계열분리 이전에 기존 신사업팀을 미래전략실로 확대해 신설했다.
미래전략실 사령탑에는 효성첨단소재 신사업 전반을 이끌어온 이영준 전무가 발탁됐으며 산하에 신사업 1팀과 2팀으로 나눠 운영한다.
HS효성첨단소재의 이 같은 행보는 신사업을 더욱 확대하기 위한 취지다. 미래전략실은 향후 탄소섬유와 아라미드 등 신소재, 바이오 소재, 2차전지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전환(DX) 사업을 펼치는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 활약도 기대된다.
이 업체는 공장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이용해 기업 간 거래(B2B)용 AI(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등 기술 경험과 역량을 활용해 고속 성장 중인 AI산업 만큼 향후 성장이 예상되는 데이터의 가치 보호에 이바지할 방침이다.
신사업 확대 만큼이나 실적 개선도 시급한 과제다,
HS효성첨단소재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주력 사업인 타이어코드 시장이 최근 불황을 겪어 지난해 매출이 2022년(3조8413억원)과 비교해 16.6% 줄어든 3조202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022년(4373억원) 대비 60.5% 축소된 1723억원에 그쳤다.
다행히 올해 타이어코드 시장 전망은 밝다.
미국·유럽 타이어업체의 재고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일부 전기자동차 타이어 교체 주기가 다가오는 등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현상 부회장은 완벽한 계열분리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조 부회장은 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韓)-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계열 분리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복잡하게 얽힌 지분이 많아 생각보다 프로세스가 오래 걸린다”고 언급했다.
재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과거 형제간 갈등을 빚었던 효성그룹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잡음 없는 계열 분리가 더 주목 받는 듯하다”며 “조현상 부회장은 그동안 형인 조현준 회장에게 가려져 크게 주목받지 못한 자신의 경영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계기“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설 지주사는 HS효성첨단소재 역할이 중요하다"며 "산업소재 사업은 계열분리 전부터 사실상 조현상 부회장이 독자경영을 펼쳐 신사업 확대와 경쟁력 강화 등 기존 사업 청사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