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개각에 금융위원장 교체설...은행 숙원 ‘금산분리’ 어디로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조만간 단행할 개각에 금융위원회를 포함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요 금융 정책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숙원인 ‘금산(금융과 산업) 분리’ 규제 완화 움직임에 속도를 붙일지 주목되는데 국회 지형을 고려했을 때 상황이 녹록치는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2022년 7월 취임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단행할 개각으로 교체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개각 대상에 대해 “정부 출범 후 2년간 장관직을 맡은 분들”이라고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금융위원장에 대한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거론된 건 김병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과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다. 금융위원장은 국회 인사 청문회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인사 검증 작업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약 2년 만에 금융당국 수장이 바뀔 경우 세부적인 금융 정책에도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의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등 금융시장 안정과 취약계층 지원, 상생금융 확대, 은행권 경쟁 촉진 등을 핵심 금융 정책으로 추진해왔다.
특히 김 위원장이 강조해온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계승될지가 관심사다. 금산분리는 금융과 산업 자본이 상대 업종의 소유나 지배를 금지하는 원칙이다. 현행법상 금융그룹은 비(非)금융 회사의 주식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고, 은행과 보험사는 다른 회사 지분에 15% 이상 출자가 불가능하다.
디지털 전환 등의 영향으로 업종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이른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하고 있는 만큼 낡은 규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금융권에서 나왔고, 김 위원장도 이에 공감했다. 김 위원장은 “드론이 날아다니는 시대에 (금융사들이) 총검술을 해봤자 뭐하겠냐”고 말한 바 있다.
당초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 금산분리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금융사들이 문어발식으로 사업 확장에 나설 경우 중소기업 등이 피해를 입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면서다.
김 위원장이 이달 중 교체될 경우 금산분리 규제 완화 작업은 차기 금융위원장이 진두지휘하게 된다.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의견수렴 등을 거쳐 방향성 수립에 나섰다. 금융사의 자회사 투자를 허용하고, 부수업무 범위를 현행 포지티브(열거주의)에서 네거티브(포괄주의)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 개발·적용이 용이해질 뿐 아니라 비금융 사업 확대로 수익 구조도 다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 부수업무에 알뜰폰을 포함시키는 등 규제 완화에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점도 기대를 키우는 이유 중 하나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금융 산업도 데이터 싸움이 될 텐데 현행 규제에서는 경쟁력을 키워 나가기가 매우 제한적이다. 워낙 오래된 정책이라 전환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사업적으로나 수익적으로 많은 먹거리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수는 여소야대로 구성된 국회 지형이다. 금산분리를 손질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한데 의석 과반을 차지하는 야당이 비우호적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강령에 ‘금산분리 원칙을 견지해 금융 소비자의 편익을 증대시키고 경제적 피해는 억제시킨다’고 명시했다. 사실상 금융당국 정책에 쉽게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등의 노동조합이 소속된 전국금융산업노도조합(금융노조)도 금산분리 완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취임한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정무위원회 면담을 시작으로 대(對)국회 활동을 본격화했다. 박홍배 전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4·10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