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독일 자동차회사 폭스바겐이 테슬라의 대항마로 꼽히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에 50억달러(약 7조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장 마감이후에 투자발표가 공개되자 리비안은 시간외거래에서 50% 이상 폭등한 반면, 폭스바겐은 하락세를 나타내 대조를 보였다.
폭스바겐은 2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마감 후 리비안에 2026년까지 5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50억달러 투자내역은 뜯어 보면 리비안과의 합작투자회사(JV)에 20억달러를, 리비안 자체에 30억달러를 각각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JV에 대한 투자 시기는 올해말에 절반을, 그리고 2026년말에 나머지 절반을 투자한다. 지분은 폭스바겐과 리비안이 50%씩을 소유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리비안에 대한 30억달러 직접 지분투자는 올해부터 2026년에 걸쳐 균등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양사가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30억달러를 투자할 경우 폭스바겐은 리비안 지분 25%를 확보하게 되어 현재 최대주주인 아마존을 앞서게 된다.
내연기관차의 대명사 폭스바겐이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에 손을 내민 배경에는 폭스바겐의 글로벌 전기차사업 투자전략과 맞물려 있다.
폭스바겐은 올리버 블루메 CEO가 2022년 취임한 이후 줄곧 전기차 사업투자를 강화해왔다.
블루메 CEO는 내연기관 중심의 폭스바겐을 전기차로 전환하기 위해 충전, 배터리, 소프트웨어 등 전기차에 필요한 다각적인 분야에서 투자를 늘려왔지만, 전기차 경험이 빈약한 상태에서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블루메 CEO가 자체 기술 개발에서 다른 전기차업체와의 협력체계 구축으로 눈을 돌린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블루메 CEO는 중국 전기차업체 샤오펑(XPENG)과 협력관계를 구축한데 이어 리비안까지 끌어들이면서 사실상 전기차 기술개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준 것이다.
폭스바겐의 궁극적인 목표는 테슬라에 필적한 전기차를 개발해 2030년까지 미국시장 점유율을 최소 2배이상 늘리겠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은 리비안에 대한 직접투자로 향후 리비안이 개발하는 전기차 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앞으로 리비안은 R2와 같은 기존 리비안 자동차는 물론 아우디, 포르쉐 등 폭스바겐 그룹의 모든 브랜드 자동차에 적용될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도 기술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사실상 리비안에게 자사 브랜드의 전기차 기술개발을 맡겨 2028년까지 테슬라에 필적할 경쟁력 있는 전기차를 시장에 내놓겠다는 것이 폭스바겐의 속셈이다.
이번 빅딜의 승자는 단연 리비안이다. 리비안은 한때 테슬라의 대항마로 주목받았지만, 올해 1분기 14억50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금 보유고도 작년 12월 말 기준 79억달러로, 1년 전(116억달러)보다 크게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폭스바겐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했으니, 리비안은 향후 자금걱정없이 기술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는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폭스바겐은 5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로 현금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들 수 밖에 없게 됐다. 애널리스트들은 발표 이후 폭스바겐의 순현금흐름 가이던스를 기존 45억~65억 유로에서 4억5000만~25억 유로로 하향조정했다.
여러 브랜드를 거느리며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를 지니고 있는 폭스바겐이 스타트업 특유의 발빠른 의사결정을 자랑하는 리비안과 효율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결국 이번 50억달러 투자는 리비안의 기술력을 돈으로 주고 사서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잡겠다는 것인데, 폭스바겐의 전략이 맞아떨어질지는 시제품이 나올 2년후에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