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에 바빠진 증권사...밸류업부터 ESG까지

황수분 기자 입력 : 2024.06.03 08:23 ㅣ 수정 : 2024.06.03 09:15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방안...시장은 환영 기업은 고민
정착 위해 기업공시 부담 감소, 밸류업 공시 단순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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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 증권사들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하 밸류업) 공시에다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까지 다가오면서 바빠졌다. [이미지=freepik]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올해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내놓은 방안 추진들로 상장 증권사도 덩달아 바빠졌다.

 

국내 상장 증권사들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하 밸류업) 공시에다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까지 다가오면서 시스템 구축 등 여러모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아서다.

 

하지만 아직 증권사들은 관련 부서도 제대로 꾸려지지 않았고, 공시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모르는 상황이어서 혼선을 빚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회계기준원(KAI)의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에 이어, 지난달 27일 한국거래소가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확정·시행됐다. 

 

즉 ESG 공시부터 시작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까지, 상장 기업들이 할 일이 많아진 셈이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과 기업가치 제고 계획 모두 미래 지향적인 전략이다.

 

그렇더라도 우선 정착을 위해서는 기업의 공시 부담 감소나 투자자 이해 개선을 위한 기업 차원의 밸류업 공시 단순화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ESG·밸류업 모두 기업가치 평가 시 기존보다 더 다양한 분석 도구가 투자자들에게 주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따라서 기업들의 본격적인 공시 시작과 공시 후 기업가치 제고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을 쫓으며 주기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부담을 지우긴 어렵다. 

 

중·소형 증권사로 내려가면 상황은 더할 수밖에 없다. 이사회 구성은 물론, 당장 공시부터 부담이기 때문이다. 

 

밸류업 공시는 △기업개요 △현황진단 △목표설정 △계획수립 △이행평가 △소통으로 목차를 구성해 작성해야 한다. 

 

또 상장 기업은 사업부문별 투자와 연구·개발(R&D)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자사주 소각·배당, 비효율적인 자산 처분 등 목표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 및 공시하면 된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만큼, 기업 지배구조 또한 주요 공시 항목이다. 

 

밸류업은 상장사가 자율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방안을 공시한다. 거래소는 연 1회 등 주기적으로 공시하는 것을 권장한다. 물론 공시 참여율이 저조해 밸류업 공시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기업들이 공시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유인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이는 세제 지원 등 혜택 관련 내용은 있으나 인센티브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증권가는 세제 지원방안에 대한 검토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밸류업에 따른 저평가 해소는 하반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한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주주환원 증가분에 대한 법인세 부담 완화, 배당확대기업 주주의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밸류업 참여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인센티브를 위한 세제 지원방안에 대한 검토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때문에 하반기부터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에 따른 점진적인 저평가 해소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향후 성장을 나타내는 지표를 자율적으로 선정할 수 있는 것이 밸류업 공시의 특징이다. 기존의 공시는 결정된 사실을 공시한다면, 밸류업 공시는 미래 계획을 설명하니 기존 공시와는 성격이 다르다.

 

한국 증시 투자 관행을 바꿀 방안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일부 상장 증권사는 부담을 드러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밸류업 및 주주가치 제고에는 적극 동의하지만, 경력직 공시 담당자를 구하는 게 어려운 상황에서 미리 공시 여부를 결정한다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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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 증권사들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하 밸류업) 공시에다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까지 다가오면서 바빠졌다. [이미지=freepik]

 

아울러 상장사는 기업지배구보고서에 배당절차 개선방안부터 소액주주·해외투자자와의 소통 내역, 이사회 다양성에 대한 사유까지 밸류업 공시와 유사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

 

거래소는 지배구조점검 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거래소는 매년 초 중점 점검 항목과 항목별 주요 점검 사항을 사전에 예고해 기업이 보고서 작성 단계부터 충분히 준비하도록 할 방침이다. 

 

부실공시로 정정공시를 요구받은 기업은 별도 교육 참여를 권고하고, 부실공시를 반복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2025년부터 기업명과 세부 내용을 공개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ESG 공시도 마찬가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2일 금융투자협회에서 ‘ESG 금융추진단’ 제4차 회의를 열고 ESG 공시 추진 계획을 공개했다. 

 

내용은 우선 기후 및 환경 분야에 대해 각 기업이 공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상장사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기후변화 대응과 기후 리스크 관리, 탄소배출량 감축 계획 등을 공개해야 한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은 2026년부터 ESG 공시의무를 지켜야 한다”며 “이 공시는 기업들만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를 분석해내야 하는 투자자들과 재무학자들에게도 추가적인 부담이다”고 말했다. 

 

ESG 정보 공시는 기업이 환경, 사회 그리고 지배구조에 따라 기업의 성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재무적 정보를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보고해 자본시장에 공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ESG 정보 공시는 국가별로 의무화 시기는 다르다. 국내의 경우 2026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자산 2조 이상의 기업을 시작으로 2032년까지 유가증권시장 내의 모든 기업은 ESG 의무 공시가 부여된다. 

 

홍 교수는 “국내에서 ESG 의무 공시가 2026년 이후부터 시작되는 것에 비하면 1년 이르다. ESG 공시는 아주 가까운 미래에 사실상 거의 모든 기업에 적용될 것이기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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