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4.05.30 09:08 ㅣ 수정 : 2024.05.30 09:08
부산시·광주시·경기도 하반기 금고 은행 선정 작업 지방은행 주금고 강세..시중은행 부금고 두고 격전 지자체 금고 경쟁 심화에 출연금 규모 갈수록 커져 지방은행은 ‘쩐의 전쟁’ 부담...인센티브 도입 요구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올 하반기 주요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금고’ 선정을 앞두고 은행권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조(兆) 단위 예산을 관리하면서 기대되는 잠재 효과가 상당한 만큼 은행 간의 사수·쟁탈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본력으로 무장한 대형 시중은행 공세에 지방은행들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30일 은행권 등에 따르면 부산시와 광주시는 오는 12월 31일 금고 약정이 만료됨에 따라 7월 중 주금고(1금고)와 부금고(2금고) 신청 공고를 낼 예정이다. 또 경기도 역시 내년 3월 31일 금고 약정 만료를 앞두고 올 10~11월쯤 금고 선정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고 은행은 세입 등 지자체의 자금을 수납·관리한다. 통상 전체 예산 중 70%를 주금고 은행이, 나머지를 부금고 은행이 담당한다. 부산시와 광주시의 올해 예산은 각각 15조6998억원, 4조4884억원이며 경기도는 36조1210억원이다. 내년에는 세 곳의 지자체 예산 규모만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지자체는 이번에 선정한 금고 은행과 내년부터 4년 동안 약정을 체결하게 된다. 이번에 금고 진입에 실패한 은행은 내년 말 금고 약정 종료를 앞둔 대전광역시·전라북도·경상남도 등을 노려야 한다. 전국에서 가장 큰 예산을 가진 서울특별시의 금고 약정은 2026년 말까지로 아직 2년 더 남았다.
현재 부산시는 지역은행인 BNK부산은행이 주금고를, KB국민은행이 부금고를 각각 맡고 있다. 특히 부산은행의 경우 2001년 옛 한빛은행과의 경쟁 끝에 따낸 주금고 지위를 23년 째 유지 중이다. 국민은행은 NH농협은행을 밀어내고 2013년부터 부금고를 관리하고 있다.
부산시 주금고는 이번에도 부산은행이 사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부금고가 격전지로 떠올랐다. 국민은행 뿐 아니라 농협은행과 하나은행 등도 줄줄이 참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이른바 5대 시중은행 중 3개 은행이 부산시 부금고를 두고 경쟁하는 형국이다.
광주시의 경우 광주은행이 주금고를 잡고 있는데 큰 이변이 없다면 재약정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광주시의회에서 광주은행의 출연금(협력사업비) 규모에 대한 지적이 나온 건 부담이다. 부금고는 지난 2020년 선정 당시 국민은행에 고배를 마신 농협·하나은행이 재도전에 나설지가 관심사다.
경기도 역시 은행권 금고 선정 시장의 ‘큰 장’이다. 농협은행이 경기도 주금고를 맡고 있는 가운데, 부산·광주시와 달리 지역은행이 없기 때문에 시중은행들의 잠재 공략 대상이다. 현재 경기도 부금고는 국민은행이 맡고 있다.
은행들이 지자체 금고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대규모 자금 유입과 연계 사업, 브랜드 인지도 제고 등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지자체 금고 이자율은 대부분 연 1% 미만이기 때문에 이자를 적게 주고 거액의 저원가성예금을 끌어들일 수 있다. 또 공무원 등 신규 고객 확보, 지자체와의 협력 사업 기회 등도 얻어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일각에선 은행들의 지자체 금고 경쟁이 과열되면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자본력을 갖춘 대형 은행들이 출연금 공세로 전국 지자체 금고를 휩쓸면 지방은행의 설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최근 부산신용보증재단에 각각 120억원, 110억원을 출연했다. 부산시 금고 평가를 앞두고 ‘지역사회 기여’ 항목을 공략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에 부산은행도 출연금을 기존 80억원에서 100억원까지 상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는 지난 금고 선정 때부터 주금고와 부금고를 복수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하나은행이 국민은행(부금고)과 부산은행(주금고)를 상대로 동시에 도전장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시중은행과의 ‘쩐의 전쟁’이 부담스러운 지방은행들은 행정안전부와 금융당국에 금고 선정 시 인센티브 도입을 건의하고 있다.
한 지방은행의 관계자는 “그동안은 지역과 동반성장한 은행으로 지자체와 두터운 신뢰가 있었고 금고 유치에서 큰 위기감은 없었다”면서 “이제 지역분들이 쓰는 은행도 다양화된 상황에 시중은행이 몇 배 더 많은 출연금까지 내면 지자체의 금고 선정 지형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