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투자자 눈치보기 시작한 바이든과 트럼프
비트코인에 이어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의 현물 ETF 출시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승인을 받으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 승인은 지난 1월10일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승인에 이은 두 번째이자 알트코인 가운데 처음이다. 실제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까지는 아직 넘어야할 관문이 남아있지만 잇딴 가상화폐 ETF 승인은 가상화폐가 제도권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은 획기적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투자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상화폐의 현주소와 미래를 전망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이번 미국 대선에서는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존재가 더 커지고 있다. 리턴매치를 벌이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선거를 앞두고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원래 가상화폐 시장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었지만, 최근 달라진 태도를 감지할 수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해 기존의 부정적 태도에서 승인으로 180도 방향을 바꾼 이면에는 대선을 의식한 백악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운용사들이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를 신청했을 때만해도 SEC가 승인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매우 컸지만, 발표 1주일전에 거절에서 승인으로 방향을 바꿨다는 관측이 나돌았다.
SEC가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해 기존의 부정적인 태도에서 승인 쪽으로 급격하게 기운 것은 가상화폐 투자자들을 의식한 바이든 대통령의 특별한 주문이 있었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상화폐에 대해 매우 우호적인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 역시 가상화폐 투자자들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대체불가능토큰(NFT) 컬렉션 투자자 모임에서 “(가상화폐 후원을) 만약 할 수 없다면, 내가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가상화폐가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한다”고 비꼬았다.
트럼프는 또 트럼프 미디어앤 테크놀로지그룹(TMTG)가 소유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에 올린 게시물에서 “미국은 이 분야(가상화폐 분야)의 리더가 되어야 하며, 2등은 없다”라고 언급하며 가상화폐에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지지를 나타냈다.
트럼프는 과거 대통령 시절이던 2019년 자신의 트위터(현재 X)에 “나는 비트코인이나 다른 가상화폐의 지지자가 아니다”면서 “이들(가상화폐)은 가치 변동성이 매우 높고 기반이 없어 화폐가 아니다”라고 밝혀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지만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우호적인 시선으로 태도를 바꾼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성인인구 중 상당수가 가상화폐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확히 몇 명의 인구가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는지는 추정치가 엇갈리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미국 내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5000만명이 넘는다고 주장한 바 있지만 정확히 어떤 근거로 그런 숫자를 제시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방준비제도(연준)이 최근 2023 연례 가구조사를 실시한 바에 따르면 가상화폐를 사용했거나 소유하고 있는 성인인구는 1800만명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연준 조사에서 가상화폐를 사용했거나 소유하고 있다고 밝힌 미국의 성인인구 비율은 2021년 12%, 2022년 10%에서 2023년 조사에서는 7%로 점점 수치가 떨어지고 있다.
가상화폐 업계에서 추정하는 미국 성인인구 5000만명과는 비교적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음에도 1800만명의 성인인구는 대선의 향방을 가를 충분한 규모라는 점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 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 구애의 손짓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가상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비트코인이 단박에 20만달러에 도달할 것이란 낙관론도 나돌고 있다. 비트코인 투자자라면 트럼프를 백악관에 보내야 한다는 주장들도 인터넷 토론방에 떠돌고 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을 앞서는 것으로 나오고 있지만 두 후보 모두 어느 한편의 압도적인 승리를 장담하기가 힘든 상황에서 1800만명의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대선의 승패를 가를 중요한 숫자라는 점에서 대선까지는 이들을 겨냥한 우호적인 립서비스가 계속해서 쏟아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 투자자들 입장에선 왜 미국 대선이 가상화폐 시장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