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판매 부진, 현대차그룹에는 절호의 기회 될 수도..
[뉴스투데이=곽대종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글로벌 전기차 전환의 선두 기업인 테슬라가 최근 심각한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누적에 빠졌다.
이는 글로벌 경제 침체를 반영한 전기차 산업 전반에 걸친 상황일 수도 있겠지만, 테슬라는 전기차 전업 기업으로서 글로벌 생산/판매 체계 구축에 성공한 지 기껏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향방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 테슬라, 최근 미국, 독일 및 중국에서 재고 누적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 상황에서는 소비에서 가성비를 최우선하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자동차와 같은 내구소비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아직 전기차의 가격경쟁력이 본궤도에 오르지 않은 시점에서 최근 글로벌 경제침체로 인해 오히려 하이브리드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가 구입 및 운영 단계에서의 가성비 때문에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는 글로벌 생산 100만대를 달성한 시점이 2021년으로서 지난해 184만6천대 생산을 달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재고가 크게 쌓이고 있다. 이는 테슬라의 생산 거점인 미국, 중국 및 독일에 걸쳐 공통된 상황이다.
최근 레딧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하면 미국, 중국 및 독일의 테슬라 생산·물류 거점에 테슬라 전기차의 재고 차량이 많이 야적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띄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세인트루이스 외곽의 폐쇄된 쇼핑몰 주차장에는 약 400대의 테슬라 전기차가 주차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뉴저지 로렌스빌의 퀘이커 브리지몰 주차장에도 사이버트럭을 포함한 테슬라 전기차 수백 대가 방치되어 있는 모습이 사진에 찍혔다.
버지니아 리치몬드의 주민이 살지 않는 아파트 주차장에는 배송 대기 중인 테슬라 전기차 수백 대가 주차되어 있는 모습을 드러냈다.
테슬라의 글로벌 주요 생산 거점인 독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옛 동독 군 비행장에는 베를린의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 테슬라 전기차가 매일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테슬라 재고 상황, 특히 금년 1분기가 최근 2~3년 중 최악
이러한 테슬라의 심각한 재고 누적 상황은 분기별 통계로도 잘 알 수 있다.
2020년 1분기부터 금년 1분기까지 테슬라는 생산 즉시 팔리는 수준으로 유일하게 눈에 띄는 통계는 2022년 4분기의 3만4천대 정도이지만 바로 다음 분기에는 1만7천대로 해소되는 등 연말 재고는 연초에 즉시 소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런데 금년은 전혀 다르다. 올해 1분기의 테슬라 전기차 재고는 최근 4년 동안 최고치인 약 42,600대 수준으로서 2023년 1분기 약 1만8천대에 이어 판매 부진이 심회되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
테슬라는 최근 이러한 글로벌 판매 부진을 대규모 할인 판매를 통해 돌파하고자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제침체 하에서 성공의 보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최근 테슬라의 재무 실적은 아직 상당 규모의 영업이익 및 순이익 규모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에도 이어지리라고 예상하기 곤란한 상황이다.
< 테슬라의 최근 분기별/모델별 재고 추이 >
• 테슬라의 최근 판매 부진, 중국에 대한 의존에서 비롯
최근 테슬라의 역대급 판매 부진 및 재고 누적은 중국에의 과도한 의존에 비롯된 것이다.
즉 지난해 기준으로 글로벌 생산 184만6천대 중 중국에서의 생산은 94만7천대로서 51.3%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글로벌 판매 168만3천대 중에서 중국 내 판매 비중이 20%(2023년 4분기에는 약 35%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로 미국 다음일 뿐만 아니라 최근의 연평균 증가율은 220%로 매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2023년 초 전기차 보조금을 철폐한 데 이어 BYD를 비롯한 중국 내 전기차 업체의 생산 및 판매는 물론 중국 내에 주로 국한된 것이기는 하지만 세계 최대 수준을 기록한 데서 잘 알 수 있다.
이러한 판매 위기를 타개하고자 테슬라는 최근 대규모 할인 판매를 추진하고 있지만, 자국산 전기차 소비 비중이 높은 중국 시장에서 과연 먹혀들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 테슬라의 최근 6년간 연도별/주요국별 판매 추이 (단위: 대, %) >
• 테슬라 모델 진부화와 플랫폼 진화 부진에 비해 배터리 시스템 및 플랫폼에 강점 갖는 현대차그룹에는 호재일 수도..
2023년 초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는 2026년에 현대차그룹이 생산 대수 면에서 토요타 및 폭스바겐을 근소한 차로 누르고 글로벌 1위에 등극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러한 전망이 결코 허황되지 않은 것은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글로벌 1,2위인 토요타 및 폭스바겐의 중국 의존도가 20% 수준으로 절대적이라는 사실이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이미 중국에서 질서 있게 퇴각하여 중국 내수 시장 점유율이 매우 미미한 반면 현지 생산 및 수출이 매우 다변화된 양상을 보인다는 것으로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더욱이 전기차에서도 현대차그룹은 테슬라에 자율주행 시스템에서 다소 지체될 뿐 배터리 시스템과 플랫폼에서 거의 대등하거나 앞서고 있음은 물론 테슬라는 전혀 생산하지 않지만 최근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하이브리드차에서도 글로벌 탑 수준의 경쟁력을 보인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반면 테슬라는 전기차 모델도 모델 X, S, 3 및 Y를 유지하면서 거의 10년 넘게 후속 모델이 나오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플랫폼도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테슬라는 이러한 위기를 중국 정부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완전자율주행(FSD) 구현으로 돌파하고자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도로 및 주행 패턴은 국가마다 매우 상이한 점을 고려해야 할 뿐만 아니라 금년 11월 미국의 차기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든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하든 중국 견제 기조는 불가피한 점을 감안해도 테슬라의 재도약이 가능할지는 다소 불투명한 상황이다.
부디 우리 현대차그룹이 급격한 전기차 전환 과정 중 한숨 돌리는 현 상황에서 내연차, 하이브리드차 및 전기차에서 글로벌 탑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 곽대종(Daejong Gwak) ▶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박사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환경·기술분과 위원 / (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평가위원 / (전) 산자부 연구개발사업 평가위원 / (전) 규제개혁위원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