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중銀’ 어깨 무거운 대구은행...첫 과제는 ‘iM뱅크’ 인지도 제고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DGB대구은행이 금융당국의 은행권 과점 해소 정책 첫 타자로 출격한다. 대구·경북 기반의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체급을 키워 시장 경쟁 활성화에 앞장서겠다는 구상이다. 대구은행은 디지털과 기업금융 등을 대상으로 한 ‘핀셋 영업’을 전략으로 내세웠는데 ‘시중은행’으로서의 인지도 제고가 첫 과제로 지목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일 개최한 정례회의에서 대구은행이 제출한 ‘시중은행 본인가’ 안건을 상정·의결했다. 이는 지난 2월 7일 대구은행이 금융당국에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서를 제출한지 약 3개월 만에 나온 결정이다.
대구은행은 1967년 국내 최초 지방은행으로 출범해 대구·경북 지역에 거점을 두고 영업해왔는데 약 57년 만에 전국구 은행인 시중은행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국내 금융시장에 새 시중은행이 등장하는 건 1992년 평화은행(현 우리은행에 합병) 이후 약 32년 만이다. 특히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 건 전례가 없다.
금융당국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이른바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가 시장 경쟁을 저해해 금융 소비자 선택권 축소로 이어졌다고 판단하고 ‘신규 플레이어’ 투입을 통한 경쟁 촉진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에 자본금과 지배구조 등에서 시중은행 인가 조건을 충족한 대구은행이 첫 타자로 등장한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대구은행이 새롭게 진출하는 영업 구역 중심으로 은행간 경쟁이 촉진되고, 이에 따른 소비자 후생 증가가 기대된다”며 “은행업 영위 경험이 있는 주체가 업무영역·규모 등을 확대하는 것으로, 단시일 내 안정적·실효적 경쟁 촉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은행이 기대하고 있는 건 영업 범위 확대와 조달 비용 절감이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뿐 아니라 지방은행이 없는 강원·충청 지역도 공략해 인프라를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높은 신용등급에도 지방은행이라는 이유로 받았던 저평가(디스카운트)가 해소돼 자금 조달 비용 역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조달 비용이 낮아지면 금융 소비자에 더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대구은행은 가계(리테일) 부문은 디지털 금융으로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의 여·수신 상품 취급에서 비대면 비중이 80%를 상회하는 등 디지털 금융 활성화가 뚜렷한 만큼 모바일뱅킹 기반의 영업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설명이다.
올 1분기 말 기준 대구은행의 전국 영업점은 200개로 179개(89.5%)가 대구·경북 지역에 밀집해 있다. 서울과 경기, 인천, 대전에 운영 중인 영업점은 10개에 불과하다.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영업점 확대에 나설 경우 과도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디지털 금융 전략 수립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수도권 및 강원·충청 지역에 향후 3년간 14개의 영업점을 단계적으로 신설할 계획이다.
기업 부문은 기업영역 전문인력(PRM) 제도로 승부를 건다. 각 지역에 마련된 거점 점포에 상주하는 1인 지점장과 PRM이 금융 수요가 발생하는 기업을 직접 찾아가는 영업 방식이다. PRM은 주요 시중은행 지점장 등을 거쳐 퇴직한 베테랑 은행원이다. 대구은행에 따르면 PRM 모집에서 상당 규모의 지원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대구은행의 한 관계자는 “점포 수를 급격하게 늘리기 보다는 디지털 금융 및 전국 거점 점포와 PRM 제도를 활용해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영업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며 “전국 영업망을 구축을 위한 첫 거점 점포는 원주지점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대구은행이 금융당국의 정책 목표대로 시장 경쟁을 촉진하려면 시중은행과 견줄만한 수준의 체급 확대가 요구된다. 올 1분기 말 기준 총자산은 국민은행이 543조원대로 대구은행(79조원대)보다 6배 이상 많다. 농협은행(352조원대)과 비교해도 대구은행이 크게 열세다.
이 때문에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더라도 단기간 내 금융시장 ‘메기’로 자리 잡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자산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의 지표를 키워가기 위해서는 거래 고객을 늘리는 게 가장 중요한데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게 필수 과제로 꼽힌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에 맞춰 사명을 ‘아이엠뱅크(iM뱅크)’로 바꾼다. 이는 대구은행의 모바일뱅킹 이름을 가져온 건데 수십년간 유지해온 ‘대구’를 뺀 과감한 행보다. 수도권 등에서 영업하기 위해 지방은행의 색깔을 지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고객에 각인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대구은행의 업력이 짧다고 볼 순 없지만 이름이 주는 무게감이 있기 때문에 보수적인 고객들은 주저하는 심리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상당 시간 (이름에 대한) 부연이 필요하고, 금리나 마케팅 측면에서 전략도 가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칫 영업 집중도가 분산돼 그동안의 텃밭이었던 대구·경북 지역 고객 이탈이 일어날 가능성도 부담 요인이다. 이에 대구은행은 본점은 그대로 대구에 두면서 지역에서 ‘대구은행’과 ‘iM뱅크’ 두 가지 이름을 함께 사용하기로 했다. 또 전국 영업을 통해 일어난 이익을 지역에 재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 이후 수도권 영업을 통해 이익 창출 능력을 제고하고, 이를 지역 소재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라며 “대구·경북권에서의 여신 비중은 감소할 수 있으나, 공급 규모는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3월 취임한 대구은행장 출신의 황병우 DGB금융 회장은 대구은행장을 겸직하기로 하면서 시중은행 전환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황 회장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가 결정된 직후 “지난 57년간 축적한 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취약계층과 함께하고 다양한 디지털 혁신 서비스로 지역사회와 동반성장하는 새로운 시중은행이 될 대구은행은 확고한 건전성과 내부통제를 바탕으로 은행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금융시장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