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밸류업, ESG가 이끈다(下)] '자율성' 강조한 가이드라인…기업 참여·ESG 시너지에 성패 달려

김태규 기자 입력 : 2024.05.17 09:38 ㅣ 수정 : 2024.05.19 20:39

금융주, 주주환원 시그널 보이며 주가 상승…"밸류업 효과 분명"
ESG 공시, 기존 보고서 범위 내로 이뤄져 충족 어렵지 않을 듯
"밸류업, 펀더멘털‧거버넌스 갖춘 기업 효과 빠르게 나타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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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부활을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베일을 벗으면서 시장은 대응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정책 효과로 박스권 장세 탈출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와 단기 모멘텀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공존한다. 전문가들은 밸류업 전면에 나설 '선수'인 우리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확보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 가운데 ESG 경영의 중요도가 부각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오는 22일 본지 주최로 열리는 '대한민국 ESG금융포럼 2024'를 앞두고 두 편에 걸쳐 밸류업에서의 ESG의 역할을 조명하고 시장 과제를 점검해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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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밸류업 프로그램의 윤곽이 드러나자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 섞인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기대하던 인센티브 등 기업 참여 유인책에 대한 세부안이 빠지면서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또 거버넌스 구축 등 비재무적 지표를 충족해야하는 것도 기업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저평가된 사업군의 주가가 상승곡선을 보이며 기대감을 한 껏 끌어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ESG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지속가능경영 투자 환경이 안착될 수 있다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2일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은 기업 자율성을 존중하되 시장 내 견제 장치를 통해 실질적인 동참을 유도하는 방안으로 구성됐다.

 

기업은 핵심 지표를 선정해 중장기 목표를 수립하고 사업 부문별 투자와 연구개발(R&D)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자사주 소각‧배당, 비효율적 자산 처분 등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이 사별 현황과 특성에 맞춰 자유롭게 공시하도록 제약을 두지 않았다.

 

결국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정책지원 뿐 아니라 기업들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적극적 주주환원에 은행주 디스카운트 해소

 

대표적인 저평가주인 금융권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2~5월 금융주는 주주환원 시그널을 명확히 보이며 주가가 상승했다. 밸류업 프로그램 이전 은행주 배당수익률은 7~8% 수준이었다. 하지만 주주환원 정책이 발표‧이행되면서 5%대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상승한 영향이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5%대 배당수익률은 적정가치"라면서 "디스카운트가 해소됐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비재무지표 공시 의무화와 투자자 유입의 선순환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상장기업은 무엇보다 지배구조 이슈 등 비재무지표가 중‧장기적 기업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비재무지표가 국내증시의 주요 저평가 요인 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과 일본이 겪었던 과정을 수년 내 추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본부장은 이달 14일 열린 '자본시장 밸류업 자산운용사 임원 간담회'에서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표면적으로는 구체성이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들이 있었으나 다수의 상장기업들은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며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민간의 활동주의가 합쳐진 상황"이라며 기업가치 제고를 수년 내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점은 한계점으로 꼽힌다. 시장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기대한 점은 세제 혜택이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미국 워싱턴 D.C. 세계은행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실시와 법인세 세액 공제를 도입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9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2차 세미나에서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구체적인 내용이 필요하다"며 인센티브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최 부총리의 세제 혜택 언급 이후 금융 업종을 비롯한 저PBR주가 급반등하기도 했으나 정작 가이드라인에서 세제 혜택 등 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기지 않으면서 실망감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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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 ESG 공시, 상당 부분 자율성 보장…비용 부담은 걸림돌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비재무적지표 고도화가 필요한 만큼 ESG 공시제도가 안착할 필요도 있다. ESG 공시제도는 기업이 ESG 성과를 공시하는 제도로,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금융위는 지난달 22일 'ESG 금융추진단' 제4차회의를 열고 ESG 공시 추진계획을 공개했다. 금융위는 기후 및 환경 분야에 대해서는 각 기업의 공시를 의무화한다. 이에 따라 상장사들은 탄소중립을 목표로 기후변화 대응과 기후 리스크 관리, 탄소배출량 감축 계획 등을 공개해야 한다. 정부는 2026년부터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금융사들은 ESG 공시제도가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비용 문제는 걸림돌이다. ESG 가이드라인에 맞추기 위해서는 인프라 개선 등에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사의 경우 이미 충분한 준비가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ESG 공시제도 초안이 요구하는 범위를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등 기존 보고서가 충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볼 때 밸류업과 ESG 공시제도가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공시 실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것이나 주요 기업들은 이미 밸류업, ESG 공시와 무관하게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 관련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었고 그 내용의 깊이나 범위가 공시제도 초안에서 의무사항으로 요구하는 것보다 크다"고 말했다.

 

공시제도에서 요구하는 의무 정보공개 범위나 수준을 금융사를 비롯해 기업들이 충족하기에 어려운 수준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연구위원은 "상당 부분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어 형식적으로는 공시의무를 충족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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