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의 통큰 자율주행 투자에 테슬라 긴장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한동안 조용한 행보를 보였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통 큰 투자에 다시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AI 기반의 자동차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 전문 영국 스타트업 기업인 웨이브(Wayve)가 1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는 일본의 큰 손인 소프트뱅크가 주요 투자자로 나섰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도 공동 투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브는 2017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컴퓨터 박사과정 학생인 알렉스 켄달이 공동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내장형 인공지능(Embodied A.I.) 시스템'을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데, 이 시스템은 자동차, 로봇 또는 제조 시스템과 같은 물리적 물체의 두뇌 역할을 한다.
웨이브는 그동안 AI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다양한 자율운전 시스템 개발에 주력해왔다. AI 소프트웨어는 기계가 실시간으로 자율적으로 결정을 내려 변화하는 운전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브가 개발하고 있는 자율주행 방식은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소유한 웨이모(Waymo)와 같은 다른 자율주행차 개발업체와 차별화를 보이는데, 웨이브의 경우 거리를 측정하고 물체를 감지하는 데 사용되는 레이저 도구인 고화질 지도나 라이다(LiDAR) 센서에 크게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웨이브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2023년 런던 시내에서 이 회사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차를 직접 경험하면서 입소문을 탔다. 당시 게이츠는 체험기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는데, “시승경험이 환상적이었다”면서 “이 차는 운전 환경이 가장 좋지 않은 곳 중 하나인 런던 시내에 우리를 태워다 줬다”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웨이브는 AI를 기반으로 데이터 학습 자율주행 기술을 앞세워 2022년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2억 달러를 유치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의 웨이브에 대한 투자를 계기로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경쟁은 불이 붙을 전망이다.
앞서 미국의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올해 부진한 1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자율주행택시인 로보택시는 오는 8월에 공개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테슬라는 또 중국에서 자율주행과 관련한 검사를 모두 통과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내에서 자율주행 전기차 사업의 길을 열었다.
제일재경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자동차공업협회와 국가컴퓨터네트워크응급기술처리협조센터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자동차 데이터 처리 4항 안전 요구 검사 상황 통지(제1차)'에서 테슬라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 차종(모델3·모델Y)이 모두 검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통지에서 검사 통과 판정을 받은 업체는 테슬라 외에 BYD, 리오토, 로터스, 호존, 니오 등이다. 이들 업체들은 중국당국이 요구한 네 가지 기준(▲차량 밖 안면 정보 등 익명화 처리 ▲운전석 데이터 불수집 ▲운전석 데이터 차내 처리 ▲개인정보 처리 통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켰다.
테슬라는 앞서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를 4년전에 출시하고도 중국에서 데이터 규제 등의 이유로 그동안 제품을 내놓지 못했는데, 이번 검사 통과 판정을 계기로 중국에서 FSD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으로 현지업체들은 분석했다.
한편 자율주행 시장은 웨이브와 테슬라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뛰어들었으나 기술개발의 어려움 등으로 좌절을 맛봤다.
제너럴 모터스는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의 안전과 법적 문제로 지난해 도로에서 자율주행차를 철수시켰으며, 애플 역시 최근 수년간의 개발 끝에 자율주행차 개발을 아예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