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경제] 금값 고공행진에도 중국인들이 금 싹쓸이에 나선 이유

정승원 기자 입력 : 2024.04.29 00:32 ㅣ 수정 : 2024.04.29 00:32

부동산발 경기침체와 금융기관 부실화 맞물려 중국인들 너도나도 금 사재기에 나서, 중국 인민은행도 미 국채 팔고 금 수입에 나서면서 최근 2년간 중국이 수입한 금 2800톤에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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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간 중국의 금 수입량이 2800톤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국제 금값이 올들어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배경에는 중국의 싹쓸이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은 2021년부터 미 국채를 파는 대신, 금 수입을 조금씩 늘려왔는데, 작년부터 수입량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중국의 금 수입량은 2800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인민은행의 금보유량이 2022년 기준, 2200톤 정도임을 감안하면, 거의 블랙홀 수준으로 금을 수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2800톤은 미국이 전국 12개 연방준비은행에 보관하고 있는 8133톤과 비교해도 거의 3분의 1 수준에 가까운 엄청난 양이다.

 

중국이 전세계에서 금을 싹쓸이하고 있는 것은 민간과 중국 인민은행 모두의 합작품으로 해석된다.

 

수년전부터 경제불안에 시달려온 중국인들은 코로나를 계기로 부동산발 경제위기가 커지고 그로 인해 제도권 금융기관마저 부실위험에 빠지자, 가장 믿을만한 금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자는 물론, 일반인들까지 안전자산인 금 매입 행렬에 가세하면서 금 수요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금 수입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들어서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1분기 금 수입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CNB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금 소비는 2820억위안(약 53조4700억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홍콩 사우스모닝차이나포스트(SCMP)는 “경기 침체와 자산 관리 상품 수익성 저하, 해외 투자에 대한 제한된 접근 등으로 최근 몇 년 간 중국 내 금 구매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의 중산층들이 금 구입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금융 미디어 회사 우샤오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중산층 가정의 약 11.7%가 금을 주요 금융 상품으로 보유하고 있고, 중국 Z세대의 58.52%가 금을 구입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정부는 금 수입이 지나치게 불어나자 일반인들의 금 사재기를 자제할 것을 경고하고 나섰지만 중국 인민은행 역시 금 구입에 누구보다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인민은행 차원에서 금 수입량을 늘리면서 역대 최장기간인 17개월째 금 수입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외환보유고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6%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5년 전만 해도 3%가 채 안 됐던 비중이 5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중국이 금 수입에 적극적인 것은 미국과의 갈등으로 보유중인 미 국채를 대거 정리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와 홍콩 SCMP는 미국 재무부 집계 결과 지난 2월 말 현재 중국 정부가 보유한 미 국채는 전월 대비 227억달러 감소한 7750억달러였다고 전했다.

 

중국은 2021년부터 최근까지 미 국채 보유량을 약 25% 축소했으며, 2022년 4월 1조달러 아래로 줄인 이후 줄기차게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의 미 국채 보유금액은 1위 일본(1조1680억달러)과는 격차가 더 벌어졌고, 3위 영국(7008억달러)과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추세라면, 올해안에 영국이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미 국채를 많이 보유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이 미 국채를 파는 대신, 금 수입량을 늘리면서 국제금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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