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경제] 꽃 한다발값이 722억원? 바그너그룹 반란이후 확 달라진 푸틴

정승원 기자 입력 : 2023.07.05 06:29 ㅣ 수정 : 2023.07.05 16:20

바그너그룹 반란이후 러시아 전국 누비며 대중과의 친밀도 과시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확 달라진 모습, 일각에선 푸틴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종전 가능성도 점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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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소녀가 꽃 한다발을 들고 다가선다. 남자는 반갑게 소녀를 맞는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소녀를 바꿔준다. 소녀는 자기고향 발전을 위해 국가예산을 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5560만달러, 한화 약 722억원의 재정지원을 약속받는다.

 

최근 비디오로 공개된 한 편의 동화같은 이야기에서 꽃다발을 받은 인물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꽃다발을 준 소녀는 다게스탄 출신 8살짜리 라이삿 아키포바, 그리고 전화를 받은 사람은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이다. 푸틴은 최근 러시아 서부 캅카스지방 동부에 있는 다게스탄 공화국을 방문했을 때 이 소녀를 알게된 후 그녀와 부모를 크렘린 궁으로 초청해 이같은 쇼를 펼친 것이다.

 

2주전 푸틴의 오른팔로 알려졌던 민간 군사기업 바그너그룹의 반란이 벨라루스 대통령의 긴급중재로 무산된 후 푸틴은 러시아 전역을 돌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란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푸틴의 권위에 대한 상당한 도전이었고, 푸틴의 지배력이 약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을 불식시키기 위한 정치적 행위로 해석된다.

 

푸틴은 지난달 24일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모스크바로 향하던 반란군의 행진을 멈추고 벨라루스로 망명한 이후 권위가 손상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푸틴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하듯, 이후 나흘간 전국을 누비며 대중들에게 다가서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전까지는 크렘린 궁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누구를 만나더라도 긴 탁자를 사이에 두고 상당한 거리를 두었던 그가 바그너그룹의 반란이후에는 러시아 대중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모습을 연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BBC는 푸틴의 최근 근황을 보도하며 “마치 재선 운동을 시작한 것처럼 러시아 여기저기서 신출귀몰하게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푸틴이 크렘린 궁에서 다게스탄 소녀를 등장시켜 재무장관에게 전화를 걸고 예산지원을 요청하는 쇼를 한 것도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그의 행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바그너그룹의 반란이후 서방에서는 푸틴의 지배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비록 하룻만에 정리가 되었지만 푸틴을 겨냥해 반란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푸틴의 권위에 커다란 상처를 입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푸틴은 여전히 러시아 내에서 굳건한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독립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는 러시아 전역의 성인 1634명을 상대로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푸틴의 지지율은 80%에 달했다. 바그너그룹의 반란이 일어나고 실시한 조사였음에도 푸틴의 지지율은 반란 직전보다 불과 1%P 떨어진데 그친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을 지지한다는 응답률은 한 달 전 45%에서 8%P 증가한 53%를 기록했다. 전쟁 지속을 찬성하는 응답률은 39%로 한 달 전 48%에서 9%P 하락했다.

 

러시아 내에서 푸틴의 지지율이 여전히 높음에도 푸틴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일어나는 것도 전쟁을 둘러싼 여론의 변화에서 엿볼 수 있다.

 

이를 두고 전쟁의 당사자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의 수직권력이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러시아 내에서 절대권력을 누려온 푸틴이 바그너그룹의 반란이후 보여주고 있는 달라진 행보는 아직은 정치적인 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닫고 오로지 독선적인 행동만 했던 그의 과거를 생각하면 분명 뭔가 변화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푸틴이 갑자기 종전협상을 시작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일까. 한 소녀의 꽃다발 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푸틴은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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