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역량검사 실시하는 기아차와 KT&G…고득점 비결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서 HR업계에도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게임과 화상 면접을 진행하며 지원자의 직무 역량을 파악하고, 적합한 인재를 선별하는 AI 채용검사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도입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AI 채용검사 도입에 새로운 취업 준비 방법을 배우느라 한창이다. 이에 서울시는 '서울시 AI역량검사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구직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AI역량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우수기업을 초청해 '서울시 우수기업 채용설명회'를 운영중이다. <뉴스투데이>는 서울시 우수기업 채용설명회와 AI역량검사 설명회를 각각 단독 취재해 2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지난 18일 오후 2시에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1층에 위치한 서울청년일자리센터에서는 청년활력소 AI전문 컨설턴트와 콜마그룹 인사담당자들이 참가해 ‘2024 서울시 AI역량검사 프로그램’의 하나인 ‘서울시 우수기업 채용설명회’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AI역량검사 결과를 자기소개서, 면접에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1부 행사와, 콜마그룹 채용담당자들이 나와 채용 꿀팁을 전하고 그룹 Q&A를 진행하는 2부 행사로 진행됐다.
1부 행사의 진행은 ‘2024년 서울시 AI역량검사 프로그램’의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손성용 마이다스인 PM이 맡았다. 손 PM은 "오늘 채용설명회는 역대급이다. AI역량검사 결과지를 바탕으로 자기소개서와 대면 면접을 준비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한다"며 "서울시가 주최하고, 콜마그룹이 후원하는 AI역량검사 설명회를 시작한다"고 운을 띄웠다.
■ 강지영 컨설턴트, "강점을 부각시키고 약점을 보완하는 답변이 합격 포인트"
강지영 청년활력소 취업컨설턴트가 'AI역량검사 하나로 끝내는 취업 완전정복'이라는 주제로 자소서 뽀개기‧면접 뽀개기 강연을 진행했다. 강 컨설턴트는 삼성SDI와 삼성카드, 쿠팡, 현대 오토에버, 두산 인프라코어 등에서 교육‧운영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서울‧경기지역의 고용복지플러스센터와 대학교 등에서 취업컨설턴트로 근무했다. 현재는 서울시 청년활력소에서 AI역량검사 결과 분석 컨설턴트로 근무 중이다.
강 컨설턴트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3회 이상 AI역량 검사를 실시하고, 직무와 관련 경험을 연결해야 한다.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기업에 필요한 내용을 작성하면 된다"면서 AI역량검사를 활용한 취업 준비 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강 컨설턴트는 "AI역량검사는 서울시 AI역량검사 공식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응시할 수 있고, 결과지도 받을 수 있다"면서 지난해 AI역량검사 컨설팅을 받고 취업에 성공한 A씨를 사례로 검사 결과를 활용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A씨는 홍보와 마케팅 직무에 지원을 했고, 6개월 인턴 경력과 토익 890점을 보유하고 있었다. 장점은 ‘높은 긍정성’, 단점은 ‘약한 성공의지’, 핵심 키워드는 '긍정적인‘, ’의지력 있는‘, ’배려와 존중‘ 등이었다.
기업은 자기소개서에 구성원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경험에 대해 기술하라고 했고, A씨는 AI역량검사에서 장점과 핵심 키워드로 안내받은 역량이 들어갈 수 있도록 자기소개서 답을 작성했다. A씨는 '악플을 잠재우는 선플 달기' 캠페인에서 팀장으로 일하며 팀원 간 갈등을 해결한 경험을 구체적인 사례와 수치화된 결과로 증명했다. AI검사지에서 장점으로 추천한 '소통과 협력'이라는 주제어를 바탕으로 '팀장으로', '양쪽 모두의 요구를 만족시켰다' '허드렛일을 자청하고'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이어 강 컨설턴트는 AI역량검사 결과로 면접을 준비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AI검사지가 알려주는 지원자의 강점을 강조할 수 있는 경험을 찾아서 근거로 제시하고,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연구를 해야 한다“면서 ”약점은 완성형보다는 진행형으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긍정의 힘을 발휘해 부정적인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변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 컨설턴트는 “A씨는 성공의지가 약한 단점과 높은 긍정성, 뛰어난 실천력 등의 장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면서 “모의 면접에서 성공의지가 약한 편인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만드는 훈련을 도왔다”며 모범 답안 사례를 제시했다. 이어 “답변에서 점진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한 경험과 큰 목표를 작게 나눠 실천한 경험, 실패 원인을 분석한 경험 등을 강조했다”고 말하면서 AI역량검사 결과지를 활용해 면접 답변을 만들고 합격률을 올리는 방법을 소개했다.
이날 설명회는 기업에서 실제 사용하는 AI면접 문제를 다양하게 접해보고 싶다는 청년의 문의가 많아서 구직자들을 위한 해결책도 제시했다. 강 컨설턴트는 “잡다(JOBDA) 사이트에서 '기출 면접 연습' 배너를 클릭하면 159개 기업의 1만개 면접 기출 문제를 풀어볼 수 있다”면서 “AI영상면접을 보고 녹화된 영상도 확인할 수 있어 실전 면접 준비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구직자의 절반은 이미 AI역량검사를 마친 상태였다. AI역량검사를 마친 B씨는 "AI역량검사에 대한 불안감을 줄일 수 있었다"면서 "강점을 활용해 약점을 보완하는 방법을 면접 답변으로 풀어 설명한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C씨는 "취준생끼리는 알 수 없는 정보를 AI역량검사 컨설팅을 통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 박미현 컨설턴트,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핵심 역량과 관련된 표현을 많이 사용할수록 합격 확률 높아져”
손성용 PM은 강지영 컨설턴트의 설명을 이어갈 다음 강연자가 나오기 전까지 서울시 AI역량검사 프로그램 참여 혜택을 설명했다. 손 PM은 "올해부터 서울시 AI역량검사에 참여하면 연간 120회 무료 응시가 가능하다. 지난해까지는 무료 검사가 월 5회로 제한됐다"면서 "검사에 드는 모든 비용을 서울시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시 청년활력소에서 무료로 AI면접 장소 대여도 가능하다"며 "면접관들은 자신이 본 면접을 녹화해서 다시 보는 방식으로 면접 연습을 한다"라고 말하면서 구직자들에게 모의 면접 장소에서 연습을 해보는 경험을 쌓은 방법을 추천했다.
손 PM의 설명이 끝난 다음에 바로 바통을 이어서 박미현 서울 청년활력소 컨설턴트가 '역량검사 정확히 알아보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시작했다. 박 컨설턴트는 GS홈쇼핑과 삼성카드, SKT, KT 등에서 교육‧운영 업무를 했고, 서울권 대학교에서 컨설팅을 담당한 10년차 베테랑 취업컨설턴트이다.
박 컨설턴트는 AI역량검사의 기본적인 개념을 짚어주는 방식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AI역량검사는 사람의 무의식적인 행동과 정서‧동기‧사고 등의 특성을 기반으로 성장 가능성과 직무 핵심 역량을 측정하는 것“이라면서 "검사는 4가지 절차로 진행한다.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환경체크’를 실시한 후, 성과역량과 조직적합도를 확인하기 위한 ‘성향파악 검사’를 진행한다. 이어서 직무 역량을 확인하는 ‘전략게임’과 비대면 구조화 면접인 '영상면접'을 본다"고 설명했다.
박 컨설턴트는 “검사에서 큰 축을 이루는 3가지는 게임검사, 자기보고식 검사, 영상면접이다”면서 각 검사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게임검사는 뇌신경과학 기반의 고유한 역량을 파악하는 기억력 검사와 인지력 검사, 분석력 검사 등 3개 분야에 9가지 형태로 구성됐다”고 말했다. 기억력 검사는 ‘약속 정하기’, ‘도형순서 기억하기’, ‘고양이 술래잡기’ 순서로 진행되고, 인지력 검사는 ‘가위바위보’, ‘숫자누르기’, ‘단어개수 말하기’ 순으로 볼 수 있다. 분석력 검사는 ‘길만들기’, ‘도형 회전하기’, ‘마법약 만들기’ 순으로 진행된다.
자기보고식 검사(Self Report)는 ‘나 알아보기’, ‘타인 관점에서 나 알아보기’, ‘하나만 선택하기’, ‘순서정하기’ 등 4가지 형식의 검사를 바탕으로 응시자의 성향과 가치관을 파악한다. 박 컨설턴트는 "나 알아보기는 나의 성향을 물어보는 문제가 제시되면 '그렇다', '매우 그렇다' 등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타인관점에서 나 알아보기는 남이 나를 주로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선택하는 문제가 제시된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순서정하기는 여러 가지 답변 항목 중에서 가장 중요한 순서대로 답을 선택하면 된다"며 시험을 보는 요령을 말했다.
영상면접은 AI 기술을 바탕으로 지원자의 특성과 태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한다. 강 컨설턴트는 “AI면접에서 주로 물어보는 항목은 자기소개, 지원동기, 경험 기반 성공‧실패 경험, 상황 질문"이라면서 "답변을 통해 표현력, 태도, 개인매력 등을 평가한다"고 했다.
박 컨설턴트는 “역량검사는 단편적인 기법이 아닌 복합적인 기법을 통해 여러 사람의 역량을 측정하는 채용 절차다”고 시험의 특징을 요약했다. 이어 “역량검사를 잘 본 것 같은데 떨어진 이유를 모르겠다는 구직자가 많다"면서 "AI역량검사 응시자가 기업별, 직군별로 요구하는 직무 역량을 갖추지 않아서다. 구직자에게 원하는 역량은 기업별, 직무별로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강점과 약점을 잘 활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역량검사를 자주 보면 점수가 올라가는지 물어보는 질문에 박 컨설턴트는 "역량검사는 연습이 아닌 체험을 통해 '과제효과'를 제거해 온전히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별로 역량검사를 활용하는 정도는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박 컨설턴트는 "기아차, 세아 그룹 등은 전체 지원자를 대상으로 AI역량검사를 실시하고, KT&G, 빙그레, CJ그룹, 현대모비스 등은 해당 직군에서 서류 합격자를 대상으로 인적성 검사를 대체한 검사를 보고 있다"면서 "면접 과정에서 AI역량검사를 병행하는 곳도 있는데, LH, 한국수자원공사 등 공공기관이 많다"고 했다.
박 컨설턴트는 "AI역량검사 결과가 도출한 지원자의 핵심역량과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이 일치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구직자가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핵심 역량과 관련된 표현을 많이 사용할수록 합격 확률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AI역량검사는 영업, 연구‧개발, IT서비스, 경영기획지원, 홍보‧마케팅, 금융‧보험 등 11개 직군과 65개의 직무에 대해 핵심역량을 도출한다"면서 “핵심 역량과 지원자 성향이 잘 맞는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영업 직군의 경우 요구하는 핵심 역량은 ‘우호성’, ‘관계대응’, ‘분석력’, ‘성취추구’, ‘환경긍정’ 등 5가지인데, 여기에 맞는 지원자의 역량을 강조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박 컨설턴트는 “구직자의 편의를 위해 AI역량검사의 프로세스가 변화됐다”면서 “예전에는 AI역량검사를 보는 기업이 10곳이면 10번 모두 응시해야 했는데, 이제는 한 번만 보면 여러 번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AI역량검사 설명회에 참석한 청년들은 AI검사를 여러 번 응시하면서도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한 이유를 알 수 있어서 만족하는 경우가 많았다. AI역량 검사에서 수차례 고배를 마셨던 D씨는 "같은 기업에서 1년에 두 번 떨어진 적도 있다. 유튜브에 올라온 AI역량검사와 유형 등에 대한 자료를 맹신했는데 전문가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E씨는 "AI역량검사를 봤는데 점수가 낮게 나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솔직하게 응시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신뢰도를 높이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원하는 기업에 합격하고 싶다"고 설명회 참여 소감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