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신선식품 이어 K-패션까지 눈독…에이블리와 손잡을까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 알리바바그룹이 'K-패션' 공략에도 나섰다. 국내 패션 플랫폼인 에이블리에 투자해 본격적으로 국내 패션 시장에 진출하려는 모양새다.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한편, 일각에서는 데이터 유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이블리는 현재 글로벌 투자기업 퍼미라,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등과 2000억원대 규모의 투자 협의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알리바바도 1000억원 정도를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계약이 이뤄지면 알리바바가 확보하는 에이블리 지분은 5%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투자 협의 배경에는 'K-패션'의 잠재력을 알아본 알리바바와 '자금 조달'이 필요한 에이블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알리바바는 한국 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인수 또는 지분 투자를 추진할 국내 이커머스 업체를 물색해 왔다.
그 가운데 알리바바는 국내 패션 시장 규모가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트랜드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패션 시장 규모는 △2022년 47조910억원 △2023년 49조5000억원 △2024년 51조3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잠재력을 높게 평가해 K-패션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것이다.
반면 에이블리는 투자를 통한 자금 수혈이 절실한 상황이다. 창업 초기 대규모 투자와 마케팅 비용을 집행한 결과,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누적 적자가 2000억원에 달한다. 현재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가 1129억원인 반면, 부채총계는 1672억원에 달해 자본총계가 -543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알리바바가 여러 국내 이커머스 업체와 패션 플랫폼에 투자를 제안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에이블리와 뜻이 맞았던 것인데, 에이블리 입장에서도 4년간 누적 적자가 2000억원에 달하는 등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라 반가운 제안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사가 협업할 경우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패션전문관 'A.fashion'을 통해 국내 패션 유튜버와 협업하는 등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2030세대 여성을 주 고객층으로 둔 에이블리와 패션 사업을 연계할 경우, 국내 셀러 확대는 물론 신규 고객 유입 효과까지 누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블리 역시 자금 확보는 물론 K-패션의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낼 수 있어 '윈윈(win-win)'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자본 투입이 단순한 투자를 넘어 시장 잠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군다나 투자사의 요청에 따라 국내 소비 트렌드와 고객별 선호 품목 등이 담긴 KPI(핵심성과지표)를 공유하게 될 경우 데이터 유출 문제에 대한 논란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에이블리 측은 "소수 지분 투자이기 때문에 데이터 유출 등의 피해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K-셀러의 해외 진출을 통해 동대문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면밀하게 투자 유치를 검토 중"이라며 "우수한 상품력을 지닌 국내 셀러가 해외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