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완 기자 입력 : 2024.04.11 05:00 ㅣ 수정 : 2024.04.11 05:00
전기차 사업, 레거시 기업 중 현대차그룹 경쟁자 없어 올해 말 미국에 전기차 전용 공장 준공...IRA 혜택 기대 커 인도 최적화된 SUV 모델 '크레타' 전기차 출시 앞둬
전기차 도입이 전세계적으로 주춤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미래 경영 전략과 설비 투자 등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비해 현대자동차는 하이브리드카라는 과도기적 친환경차 역량을 활용해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에서 현대차가 뛰어난 성과를 일궈낼 수 있었던 것은 하이브리드카를 양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업체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판매가격이 높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판매 비중을 늘려 실적 호조를 이끌고 있다. 현대차는 중장기 성장을 위한 전기차 생산 설비 구축도 치밀하게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오는 2025년까지 미국에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건설해 세계 최대 시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충청남도 아산에 전기차 공장을 세워 전기차 생산 물량 증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처럼 치밀한 경영 로드맵을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현대차 현황과 경영 전략을 살펴보는 시리즈를 2편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전 세계 인구의 22%를 차지하는 미국과 인도 시장을 잡아라'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이 첨단 전기차 역량을 토대로 세계 최대 소비국가 미국과 세계 1위 인구 보유국 인도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는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인구 수(3억4181만명)와 인도 인구수(14억4171만명)를 합치면 약 18억명에 이른다. 이는 전 세계 인구 수 81억명의 22%, 즉 5분의 1을 차지한다.
이처럼 거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레거시(내연기관 자동차) 완성업체 가운데 가장 발빠르게 전기차 생산설비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과거 레거시 완성차 시장을 주름잡았던 일본과 독일 자동차 브랜드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풍속도다. 게다가 올해 말 미국에서 완성될 현대차 전기차 전용 생산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완공되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양산 역량은 더욱 막강해질 전망이다.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역량도 해외 소비자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 기아 전기차 'EV6'와 'EV9' 등이 세계 각종 매체·기관이 선정하는 우수 차종으로 뽑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지난 2020년 선보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모델'을 기반으로 다양한 전기차 개발과 양산에 나서고 있다”며 "이는 현대차그룹의 독보적인 전기차 기술력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까지 걸음마 수준의 전기차 역량을 보유한 일본 완성차 브랜드, 중국 기업에게 전기차 플랫폼 외주를 맡겨 전기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독일 완성차 기업과는 확연이 대비되는 모습"이라며 "미국 완성차 브랜드 역시 자체 전기차 플랫폼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현대차·기아는 미국내 입지를 토대로 최근 중국(인구수 14억2517만명)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이 된 거대 인도시장을 거머쥐기 위해 인도 현지 공장 인수, 1조원 투자 등 광폭 행보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현대차·기아, 자체 플랫폼 갖춰 美서 경쟁자 따돌려
미국 자동차 업계 분석기관 켈리블루북(Kelley Blue Book)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2023년 미국에서 전기차 9만4340대를 판매해 테슬라에 이어 전기차 시장 2위에 올랐다. 3위는 7만5883대를 판매한 미 완성차 업체 GM이며 4위는 4만2608대를 판매한 미국 포드가 각각 차지했다.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카를 생산하지 않고 전기차만을 생산하는 테슬라는 지난해 65만4888대를 판매해 1위를 거머쥐었다.
레거시 완성차 업체 가운데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 역량은 놀라울 정도다. 특히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에서 주목할 만 한 점은 현대차·기아가 지난 2022년 전기차 판매량 3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는 점이다.
2022년 당시 포드는 6만5000대를 판매해 2위를 차지했으며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5만8028대를 팔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2022~2023년 미국내 현대차·기아 판매량은 5만8028대에서 9만4340대로 62.5% 상승했지만 포드는 같은 기간 6만5000대에서 4만2608대로 줄었다"며 "이는 현대차그룹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포드가 이처럼 전기차 양산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은 자체적인 전기차 플랫폼이 없고 노사 분규에 따른 전기차 생산공장 확장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포드는 2020년부터 독일 완성차 기업 폭스바겐과 손잡고 폭스바겐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포드는 2023년 초 독자적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MEB 활용과 결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포드는 2025년 자체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해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포드는 지난해 하반기 전기차 공장 투자계획을 발표했지만 포드 노조가 2개월 간 시위를 펼쳐 포드 전기차 사업이 타격을 입었다.
이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이미 보유한 현대차그룹과는 크게 대조를 보이는 대목이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州)에 건설 중인 전기차 전용 공장 HMGMA 가동시기를 기존 2025년 하반기에서 올해 하반기로 앞당겨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HMGMA는 조지아주에 총 55억 달러(7조8000억원)를 투입해 1183만㎡(약 358만 평) 부지에 건설되고 있다. 이 공장은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전기차를 연간 30만대 생산할 예정이다. 특히 현대차의 대표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 5가 처음 양산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오닉 5는 지난해 미국에서 3만6712대가 판매돼 같은 기간 국내 판매량 1만6605대를 크게 앞질렀다. 게다가 지난해 미국내 아이오닉 5 판매량은 2022년 아이오닉 5 판매량(2만3610대) 대비 55.5% 증가한 물량이기도 하다.
아이오닉 5는 미국 유력 자동차 전문평가 웹사이트 카즈닷컴이 평가한 ‘최고의 차 어워즈(Best of Awards)’에서 2023년,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최고의 전기차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올해 말 HMGMA 가동이 현실화 되면 현대차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규정하는 현지 전기차 생산 여건을 충족한다"며 "이에 따라 현대차는 보조금 형식의 세제혜택(Tax Credit)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이를 통해 판매 확대와 영업이익 증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 인도 내연기관차 선전과 함께 전기차 시장 공략 본격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인도 완성차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약 42조56000억원으로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인도 완성차 시장 규모는 오는 2027년 약 71조3800억원으로 늘어나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가운데 하나로 부상한 인도에서 현대차·기아의 최근 활약은 눈부시다. 현대차 인도판매법인(HMIL)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 완성차 시장에서 60만2111대를 판매해 현지 시장점유율 13.48%를 차지했다.
기아는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차량 25만2000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5.38%를 기록했다. 현대차·기아의 합산점유율은 18.86%이며 이는 인도 현지 브랜드 마루키 스즈키의 시장점유율 40.37%에 이은 2위이다.
특히 현대차 판매량 선전에 효자가 되고 있는 차종은 현지 특화 모델 '크레타'다. 지난해 현대차의 인도 판매량 가운데 약 25%인 15만7300대가 크레타 모델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타는 충분한 공간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다. 인도 현지인의 생활수준을 고려해 소형 차종이지만 넉넉한 실내 공간을 확보하고 있고 현지 더운 날씨를 고려해 뒷좌석 에어컨을 기본 사양으로 적용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기존 내연기관 외에 기차 시장 공략에도 본격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8일 인도 배터리 기업 엑사이드 에너지(Exide Energy)와 ‘배터리셀 현지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엑사이드 에너지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개발·생산하고 현대차·기아 인도공장에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그동안 인도 공장에서 아이오닉 5 전기차를 조립해 출고하는 방식을 펼쳤다"며 "이는 엄밀하게 말하면 현대차가 배터리를 활용한 전기차를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인도 기업과의 업무협약을 기반으로 현대차의 인도 전기차 시장 공략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제조 비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용은 30~40%”라며 “배터리 현지화를 통해 가성비가 중요한 인도 시장에서 합리적인 전기차를 내놓을 수 있다면 무주공산인 인도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꿈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인도 맞춤형 인기 모델 크레타의 전기차 모델 '크레타 EV'를 올해 말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이미 선풍적인 인기를 끈 크레타가 인도에서 전기차 모델로 새로운 돌풍을 이끌어 낼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SK증권은 현대차가 올해 매출 170조2110억원, 영업이익 15조367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매출 162조640억원, 영업이익 15조610억원보다 각각 5%, 2%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아는 올해 매출 101조7220억원, 영업이익 11조450억원으로 지난해 매출 99조8080억원, 영업이익 11조6090억원 대비 1.9% 상승과 소폭 하락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