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자금수혈로 건전성 제고 시도…매각 전망 여전히 불투명

김태규 기자 입력 : 2024.04.08 08:14 ㅣ 수정 : 2024.04.08 08:14

상상인, 지난달 두 저축은행에 총 430억원 규모 유상증자
매각기한 늘어나 건전성 제고 통해 매각 성사 의도로 풀이
고정이하여신 비율 업권 평균 두 배 상회…건전성 우려 심각
업계 "건전성‧수익성 모두 하락해 원매자 찾기 쉽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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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이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매각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지분 매각 명령 이행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매각이 진전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상인‧상상인플러스 저축은행의 대주주인 상상인그룹은 지난달 29일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한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주주배정증자 방식으로 두 저축은행의 지분 100%를 보유한 상상인이 전액 부담한다. 보통주 100만주, 신주발행가액은 주당 3만원이며 발행가액 할증률은 600%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도 지난달 25일 13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상상인저축은행과 마찬가지로 상상인이 자금을 수혈하는 주주배정증자 방식이다. 보통주 46만5000주, 신주발행가액은 주당 2만8000원이며 발행가액 할증율은 560%다.

 

지난해 저축은행업권은 8년간 이어오던 흑자 행진을 이어가지 못하고 적자로 전환했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 및 연체율 상승,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의 영향이다.

 

다만 지난해 저축은행업계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35%로 전년 13.15% 대비 1.2%포인트(p) 상승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7.72%로 전년에 비해 3.64%p 올랐다.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역시 실적과 건전성이 모두 악화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해 7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420억원의 손실을 보였다. 두 곳의 손실 규모를 합하면 1170억원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5.05%로 전년 4.47%에 비해 10.58%p나 올랐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15.46%로 전년 4.09% 대비 11.37%p 급등했다. 업계 평균과 비교하면 두 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BIS 비율도 11%대로 법정 관리기준인 8%와 금융당국 권고기준인 9~10%를 상회하고 있으나 업계 평균을 밑돌고 있다. 

 

상상인이 두 저축은행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건전성을 강화해 매각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해 우리금융지주가 인수를 위한 실사에 나서면서 매각이 성사될 것으로 보였으나 우리금융이 인수를 포기하면서 무산됐다. 우리금융은 상상인저축은행의 건전성을 이유로 인수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 유상증자는 건전성을 제고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상상인은 두 저축은행의 불법대출, 신용공여 의무비율 미준수 등의 위법행위가 적발돼 금융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15억2100만원의 과징금과 유준원 상상인 대표 직무정지 3개월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또 상상인이 대주주적격성 충족명령을 이행하지 못하자 두 저축은행의 지분을 올해 4월 4일까지 매각하라는 내용의 처분명령을 조치했다.

 

상상인은 금융위를 상대로 지분 매각 명령에 대한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금융과의 매각 협상이 결렬되면서 처분명령 이행을 위한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1월 27일 대주주적격성유지요건 충족명령과 주식처분명령의 효력을 본안사건 판결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매각을 위한 시간벌기에는 성공했으나 매각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건전성 지표가 좋지 않은데다 업황마저 어두워 저축은행 매물을 사들이려는 인수후보자가 없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모두 지난해 건전성이 악화됐다"면서 "적자로 전환해 수익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나서려는 원매자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업황이 어두운 상황에서 건전성도 저하돼 매각 성사를 위해서는 매각가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상상인저축은행은 수도권이라는 이점이 있으나 비수도권인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매각이 더욱 어려운 조건"이라고 했다.

 

상상인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선제적인 자본 확충으로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하고 리스크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유상증자를 통해 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여 재무건전성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말 대주주적격성 유지요건 및 주식처분명령 효력정지가 인용된 상황"이라며 "매각 작업은 계속해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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