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호(號) 하이브리드카·SUV '두 토끼'로 실적 고공행진
전기차 도입이 전세계적으로 주춤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미래 경영 전략과 설비 투자 등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비해 현대자동차는 하이브리드카라는 과도기적 친환경차 역량을 활용해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에서 현대차가 뛰어난 성과를 일궈낼 수 있었던 것은 하이브리드카를 양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업체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판매가격이 높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판매 비중을 늘려 실적 호조를 이끌고 있다. 현대차는 중장기 성장을 위한 전기차 생산 설비 구축도 치밀하게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오는 2025년까지 미국에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건설해 세계 최대 시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또한 충남 아산에 전기차 공장을 세워 전기차 생산 물량 증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처럼 치밀한 경영 로드맵을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현대차 현황과 경영 전략을 살펴보는 시리즈를 2편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현대자동차가 고수익 차종으로 꼽히는 하이브리드카 판매 비중 확대와 비교적 판매가격이 높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판매에 힘입어 역대급 경영 성적표를 거머쥐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액 162조6636억원, 영업이익 15조1269억원을 일궈내 매출 증가와 영업이익 증가라는 실리를 모두 챙겼다.
이번 실적은 지난 2022년 매출 142조1515억원, 영업이익 9조8249억원에서 각각 14.4%, 54.0%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총 차량 판매량 증가와 믹스(Mix)개선 덕택에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2022년에 비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믹스개선은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판매 비중을 늘리는 경영전략을 뜻한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자동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기준으로 살펴보면 하이브리드카 판매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고 차량 종류는 SUV 판매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하이브리드카는 내연기관차 대비 수익성이 크고 SUV는 세단 대비 평균판매가격(ASP)이 높다”고 설명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카 가격은 내연기관차보다 20% 비싼 편이며 마진도 내연기관차 대비 2% 더 많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차가 하이브리드카와 SUV라는 두 가지 무기를 앞세워 역대급 실적을 써 내려가고 있다는 얘기다.
■ '약 600조원 대 하이브리드카 잡아라'...현대차, '자동차 과도기'에 고(高)수익성 사업 포트폴리오 마련
글로벌 리서치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츠에 따르면 세계 하이브리드카 시장은 2022년 2279억달러(약 305조원)에서 해마다 7.3% 증가해 2030년 4439억달러(약 59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세계에서 하이브리드카 양산 역량을 갖춘 업체는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일본 도요타·혼다, 미국 포드 등 5곳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경쟁업체가 적고 친환경차로 분류돼 고(高)수익성을 보장하는 하이브리드카 특징에 힘입어 현대차는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현대차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이 전기차 판매량보다 더 많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카는 또한 전기차와 함께 대표적인 친환경 자동차다.
이를 보여주듯 지난해 현대차 친환경차 판매량 가운데 37만4000대(53.9%)는 하이브리드카이고 26만9000대(38.7%)는 전기차다.
2022년 역시 하이브리드카 23만9000대(47.2%), 전기차 20만8000대(41.0%)를 기록해 하이브리드카가 차세대 친환경 차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 확대가 둔화되고 있어 '과도기적 친환경차'로 평가받는 하이브리드카 생산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차는 지난해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이 37만대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48만대까지 늘어날 계획”이라며 “올해 초 대형 SUV '싼타페'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접목해 새로운 차량을 출시했으며 2025년에는 SUV 펠리세이드에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카 기술력 첨단화를 무기로 미국 등 해외시장 공략에 고삐를 죌 방침이다.
한화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하이브리드카 점유율은 각각 5.7%, 4.8%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도요타는 48%, 혼다는 22.7%, 도요타 자회사 렉서스는 7.4%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친환경차 전쟁에서 이기려면 하이브리드카 경쟁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며 "하이브리드카 생산량을 늘려 일본 완성차 기업이 선점하고 있는 시장을 공략하고 일본 업체들이 갖추지 못한 첨단 기술을 하이브리드카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현대차 SUV, 美 등 세계 주요 시장에서 판매량 급증
현대차는 세단 대비 상대적으로 판매가격이 비싼 SUV 부문에서도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판매가격이 높다는 것은 쉽게 설명하면 그만큼 차량업체에 돌아가는 마진(판매 수익)이 많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SUV 판매 비중을 늘려 매출과 영업이익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현대차 IR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총 421만7000대에 이르는 차량을 판매했으며 이 가운데 53.9%(227만3000대)가 SUV 차량이다.
2022년에는 총 판매량 394만3000대 가운데 SUV가 51.5%(203만대)를 차지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SUV 판매 비중이 증가하면서 현대차의 글로벌 ASP(평균판매가격)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SUV 판매가 급증하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차량 90만6000대를 판매했으며 이 가운데 75.8%(68만6000대)는 SUV 차량이다. 2022년 미국내 차량 총 판매량 79만3000대 가운데 72.5%인 57만4000대가 SUV 차량인 점을 감안하면 SUV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다.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차는 유럽에서 지난해 차량 63만6000대를 판매했으며 이 가운데 62.4%인 39만6000대가 SUV 차량이다. 현대차의 2022년 유럽 총 판매량 57만대 가운데 61.7%인 35만1000대가 SUV 차량이다.
특히 현대차의 대표 SUV '싼타페'가 미국 SUV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싼타페는 미국 시장에서 △2021년 11만2071대 △2022년 11만9589대 △2023년 13만1574대를 판매했다.
이 같은 인기를 감안해 현대차는 미국 현지에서 싼타페 생산 공장 증설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2005년 미국 앨라배마주(州)에 공장을 건설해 아반떼, 쏘나타, 투싼, 싼타페 등을 연간 39만여대 생산했다.
또한 현대차는 지난해 8월 앨라배마주 공장에 약 3900억원을 투입해 SUV 생산 역량을 끌어올렸다. 이를 토대로 현대차는 올해 앨라배마주 공장에서 가솔린 싼타페 7만대, 하이브리드 싼타페 7만대를 생산해 미국 SUV 시장 공략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싼타페는 올해 초 국제포럼디자인(International Forum Design)이 주관하는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2024 iF 디자인 어워드(International Forum Design Award)’에서 자동차 부문 본상을 수상해 우수한 디자인 역량을 과시했다"며 "게다가 미국 자동차 매체 켈리블루북은 ‘2023년 최고의 가족용 차’로 싼타페를 선정해 뛰어난 상품성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차는 자동차 시장 대 격변기에 하이브리드카와 SUV로 미국 등 세계 주요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