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벌이 위한 북한 해외파견 노동자 실태
북한은 이해하기 힘들다. 주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허덕이는데, 연일 비싼 미사일을 공해상에 쏘아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이상 국경을 닫아걸었고 내부 소식은 알 길이 없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북한과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북한 내부, 남북관계, 국제상황 등을 살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동용승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북한의 해외파견 노동자 관련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한국의 주요 언론들은 중국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2024년 1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쳐 중국 지린성 허룽시 난핑 지역의 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의 파업과 폭동이 있었던 것으로 보도했다.
• 북한 해외노동자 폭동 소식 전해져.. 임금체불 등이 이유
2천여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임금체불 등을 이유로 폭동을 일으켰고, 북한의 관리직 대표가 폭동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이다. 언론사와 전문가들은 북한판 노동운동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더해 김정은이 지시해서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불하도록 했다는 미확인 내용도 보도하고 있다. 일본 NHK는 현지 취재를 시도했으나 중국 정부가 취재를 불허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은 북한 노동자 10만여명이 수익창출을 위해 40여개국에서 일하고 있다는 내용을 연례보고서에 담았다.
이 보고서에는 “봉제, 건설, 의료, 정보,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북한 당국의 수익창출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IT 분야를 제외한 북한의 해외파견 노동자들이 연간 5억여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 북한의 노동자 해외파견, 파견팀 구성하고 소속기관 승인 받아야..
북한이 해외노동자를 파견하는 사업은 각 기관의 좋은 외화벌이 수단이 되어 왔다.
가장 많은 숫자가 파견되는 중국이나 러시아의 기업들은 북한 노동자의 가성비(임금 대비 노동의 질)가 좋기 때문에 선호했다. 특히 중국, 러시아의 임금이 올라가면서 북한 노동자들의 가치는 더 높아졌다.
북한의 각 기관은 앞다퉈 노동자를 파견했다. 그러나 막무가내로 파견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 내부에서는 파견팀을 구성해서 해당 소속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파견팀 구성은 해외에 라인이 있는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이루어진다.
이들은 해외지역에 있는 파트너 기업이 책임지고 북한노동자를 고용할 것이라는 확인서를 해당 기관에 제출하여 승인을 받게 되는데, 해당 기관은 해외 노동자 송출을 승인해 주는 대가로 임금의 일정 금액을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업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식당의 경우 지배인 1만2천위엔/월, 종업원 6천위엔/월 수준이며, 대략 임금의 30% 정도를 해당 기관에 납부한다고 한다.
중국이나 러시아 지역에는 5만명 내외의 노동자를 파견할 수 있는 쿼터가 있다고 하는데 한번에 수천 명씩 내보내는 기관은 없으며, 대체로 1~2백명 단위가 최대 규모라고 한다.
식당의 경우 대략 20여명이 한 팀이다. 공장이 모여 있을 경우 숫자는 커지지만, 파견 단위별로 북한 노동자들이 마주치는 일이 거의 없다. 그 이유는 파견자들은 대부분 집단생활을 하면서 외출을 통제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제제재에 따라 파견 노동자들이 모두 북한으로 귀환해야 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많은 노동자가 귀환하지 못한 채 중국이나 러시아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해외 각국에 파견됐던 노동자들이 중국이나 러시아를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는데, 당시 너무 많은 노동자가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국경을 통과하지 못한 채 국경이 폐쇄됨에 따라 체류자로 남게 된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중국 당국의 입장과는 달리 중국 기업들은 북한 노동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당국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은밀히 북한 노동자들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은 더욱 열악할 수밖에 없다. 현재도 수만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 내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북한의 해외취업 의미 - 개인은 돈벌이 수단으로 선호, 기관은 상부 할당 채우는 유용한 수단
북한사람들이 해외노동자 파견을 선호하는 이유는 목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3년 정도 일하면서 대략 월 50~100달러 정도 임금을 받으면 수천 달러의 목돈을 만들 수 있다.
대부분 시장에서 장사 밑천으로 활용하거나 귀환할 때 가전제품 등을 중국에서 구입한 후 북한에서 판매해 차익을 얻으려고 한다.
북한에서는 가장 좋은 돈벌이 수단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해외파견에 지원하지만,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웃돈을 주고 파견팀에 들어가야 할 정도였다.
최근 국경이 열리면서 해외파견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경제제재로 인해 신규 파견이 어려운 실정이라서 북한사람들은 편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 하나가 러시아 파견 시 유학생 비자로 나가는 것인데 주로 농업분야 쪽에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경우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북-중 간 3개월의 관광 무비자 방문 제도를 이용하여 3개월 일하고 북한에 잠시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는 방식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도 있다.
북한 각 기관은 특별한 노력없이 파견 쿼터를 받아서 승인을 내주면 정기적으로 수입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선호한다. 당이나 군부 소속의 기관들 역시 노동자 해외파견으로 기관 수입을 확보한다.
북한은 할당이 일반화되어 있다. 개인들은 돈벌이를 위해 선호하지만, 기관들 역시 기관 운영 및 상부의 할당을 채우기 위해 노동자 파견은 유용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각 기관에 떨어지는 할당이 많아지게 되면 해외노동자 파견에 따른 자금 납부 비중도 늘어나게 되는데, 코로나 봉쇄 이후 할당 부담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에서 우려하듯이 북한이 임금을 대량 살상 무기 생산 및 개발에 이용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북한 노동자의 해외파견은 북한 시장의 확대와 파견 노동자들의 심적 변화 등으로 북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차원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 동용승(Dong, Yongsueng) ▶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수료 /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통일북한학과 겸임교수 / (전)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경제안보팀장) / (전)대통령 통일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