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 관점에서 본 북한 문제 (6)] 여전히 석탄에 의존하는 북한 공업
[기사요약]
현대사회 공업의 식량은 석유인데 북한 공업의 식량은 여전히 석탄
북한의 단위 면적당 석탄 매장량은 세계 1위라고 해도 과언 아니야..
북한의 석탄 소비구조, ‘증기 생산’ 위한 보일러용이 53% 차지 - 주 에너지원은 보일러에서 생산한 증기
석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북한 공업, 오히려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는 의미
북한은 이해하기 힘들다. 주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허덕이는데, 연일 비싼 미사일을 공해상에 쏘아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이상 국경을 닫아걸었고 내부 소식은 알 길이 없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북한과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북한 내부, 남북관계, 국제상황 등을 살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동용승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현대사회에서 공업의 식량은 석유다.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석탄과 석유의 지위가 바뀌었다.
지금은 탄소제로를 목표로 클린에너지를 지향하지만, 여전히 석유의 지위는 공고하다. 그런데 북한 공업의 식량은 아직도 석탄이다.
• 북한 공업의 ‘식량’은 석탄
김일성은 생전에 “석탄이 없이는 제철소와 제강소는 물론, 다른 모든 공장과 기차, 배 같은 것을 움직일 수 없으며 화학공업을 발전시킬 수 없다. 석탄은 모든 공업의 동력이며 중요한 원료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북한에서 김일성의 말은 헌법보다 위에 있으니 북한 공업이 석탄 중심으로 편재되어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탈북자들은 북한의 공장지대는 매캐한 냄새와 뿌연 공기로 오염되어 있다고 증언하곤 한다.
북한 전역에 묻혀 있는 석탄 매장량은 약 200억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그 가운데 무연탄 26%, 유연탄 74% 정도다. 이 추정대로라면 세계 10위 수준의 매장량을 보유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미국, 러시아, 중국, 호주, 인도 등 영토가 넓은 나라들에 매장량이 많지만, 단위 면적당으로 보면 북한이 단연 세계 1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50년대 북한이 석탄을 공업의 식량으로 삼고 자력갱생을 위한 에너지 공급원으로 채택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대다수 나라가 석탄 중심에서 석유 중심으로 에너지 공급원을 전환할 때 끝까지 석탄 중심 공업을 고수한 결과, 이제 석탄은 북한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 함경북도 대표 탄벌, 아오지 탄광
북한에서는 석탄이 많이 나오는 지역을 ‘탄벌’이라고 지칭한다. 우리도 잘 알고 있는 북한 탄광 중 하나는 아마 ‘아오지 탄광’일 것이다. 탈북 등 중대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끌려가 중노동을 하는 곳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두만강 하구의 함경북도 북부탄벌에 위치한 아오지 탄광은 일제 강점기 시절 가장 많은 유연탄을 생산했던 곳이다. 매장량이 10억톤 이상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대표 탄광이다.
사실 이곳이 처음부터 범죄자나 정치범들이 끌려갔던 곳은 아니다. 1950년대 중반 전쟁 복구 시절에 집중 채탄을 해야 했지만, 북한 내에서도 매우 오지에 있다 보니 사람들이 가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자 전쟁 포로나 출신성분이 안 좋은 사람들을 강제로 이주시켜 탄광 일을 하게 했다. 이때부터 아오지 탄광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아오지 탄광이 된 것이다.
사실 아오지 탄광은 ‘6월13일 탄광’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오늘날 이 탄광은 인력난, 탄광 노후 등으로 생산량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북한 전역에 9개의 탄벌이 있는데, 평안남도와 함경북도 지역에 96%의 탄광이 집중되어 있다.
가장 큰 탄벌은 안주탄벌이다. 북한 전체 매장량의 68%를 차지하며, 그 가운데 유연탄은 93%에 달한다고 한다. 평안남도 청천강 하구와 연결된 서해 밑 넓은 구역에 분포해 있는데, 육지에 40억톤, 바다에 120억톤이 매장되어 있다고 추정한다.
바다에 매장된 유연탄을 채굴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서 채굴 대신 태워서 가스화하는 작업을 추진했는데, 실패를 거듭했다. 이 때문에 북한은 갈탄가스화사업에 주력하게 됐고 오늘날 ‘탄소하나화학산업’ 개발에 집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큰 탄벌은 평안남북도에 걸쳐 있는 평남북부탄벌인데 무연탄 매장량이 가장 많다. 연산 250만톤 규모의 직동, 천성 탄광을 비롯한 수많은 탄광이 있는데, 북한 무연탄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북한은 2010년 이후 무연탄 수출이 급증했는데, 대부분이 이곳에서 생산된 무연탄이다. 인근의 서해안 공업지대에 원료와 연료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 보일러로 돌아가는 북한 경제
오늘날 북한의 석탄 소비구조를 보면 ‘증기 생산’을 위한 보일러용이 53%, 공업원료용 23%, 주민들이 땔감으로 사용하는 민수용 10%, 철도운수용 5%, 수출용 등 기타가 8.5%를 차지하고 있다.
이 구조를 보면 북한의 주 에너지원은 보일러에서 생산한 증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북한에는 화력발전소 같은 대규모 산업시설은 물론 각종 공장과 기업소, 주민 생활지역 등 전역에서 증기 생산용 보일러가 있다고 한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북한 경제가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은 2010년 이후 석탄 수출을 가파르게 늘려 2017년에는 전체 수출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급증했다. 석탄으로 산업을 유지하는 북한이 석탄을 내다 판다는 것은 석탄 중심의 자력갱생에서 벗어나겠다는 시도였던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석탄수출에 제재를 가했고, 2019년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면서 북한은 다시 자력갱생으로 돌아가고 있다. 급기야 2021년 김정은은 다시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선택했다고 선언했고, 여전히 자력갱생을 외치고 있다.
최근까지 북한의 중소형 공장들은 석유를 사용하는 발전발동기를 이용해 전기를 자체 생산해서 사용했지만, 다시 ‘보일러’를 써야만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들 보일러가 노후해서 효율이 떨어질 뿐 아니라 석탄 공급도 원활하지 못하다. 북한에서 환경을 위한 저탄소 문제는 배부른 소리일 뿐이다. 북한 공업은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 동용승(Dong, Yongsueng) ▶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수료 /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통일북한학과 겸임교수 / (전)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경제안보팀장) / (전)대통령 통일정책자문위원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