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 관점에서 본 북한 문제 (4)] 해외공관 철수하는 북한

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3.11.08 00:30 ㅣ 수정 : 2023.11.08 00:30

[기사요약]
북한, 우간다·앙골라 등 해외공관 철수 잇따라
북한이 해외공관 문 닫는 첫 번째 이유는 경제적 문제
자력갱생해야 했던 북한 해외공관, 경제제재로 어려움 겪어..
코로나로 인한 국경폐쇄로 북한 내부와의 무역 절벽 야기
국제사회와의 대립 지속, 북한주민의 생활고 더욱 깊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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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이해하기 힘들다. 주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허덕이는데, 연일 비싼 미사일을 공해상에 쏘아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이상 국경을 닫아걸었고 내부 소식은 알 길이 없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북한과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북한 내부, 남북관계, 국제상황 등을 살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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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 밖에서 포착된 미디어 카메라 [출처= Reuters]

 

[뉴스투데이=동용승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북한이 우간다, 앙골라 해외공관 문을 닫기로 한 데 이어, 스페인 대사관에서도 철수하기로 했다. 조만간 홍콩 영사관도 문을 닫겠다고 중국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북한, 4개의 해외공관 철수

 

국정원에서는 앞으로 북한이 10여개 공관의 문을 순차적으로 닫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은 150여개국과 수교하고 있지만 공관 철수 전까지 전 세계 53개국에 공관(대사관 47개, 영사관 3개, 대표부 3개)을 운영해 왔다.

 

1990년대 경제난 이후 북한의 재외 공관은 점점 축소되어 왔다. 북한이 해외공관의 문을 닫는 이유로 경제적 문제를 첫 번째로 꼽는다.

 

기본적으로 해외공관은 코스트 센터다. 운영 경비는 본국에서 보내주는 것이 상례다. 해외공관은 그 나라의 얼굴이기 때문에 웬만한 나라들은 능력에 비해 공관을 그럴듯하게 운영하려고 노력한다. 외교관들은 세련된 매너와 외모, 생활환경 등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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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학 駐우간다 북한대사가 2023년 10월 23일 요웨리 무세베니(Yoweri Museveni) 우간다 대통령(앉은 이)과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출처=the east african]

 


• 해외공관도 ‘자력갱생’하는 북한

 

그런데 북한은 경우가 다르다. 해외공관도 자력갱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자력갱생을 추구한 것은 아니다. 1990년대 북한경제가 어려워지기 시작하고 해외공관 숫자를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자력갱생으로 돌아선 것이다.

 

북한경제는 사실 1970년대 이후부터 기울어지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이때부터 북한의 해외공관은 각종 사업에 관여할 수밖에 없었다.

 

해외공관에 대사직을 수행하다가 한국에 들어온 인사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좀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공관 운영비는 보내줬지만, 점차 인건비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했고, 나중에는 운영비도 보내주지 못하는 상황까지 갔다는 것이다.

 

해외공관에는 외교부에서 파견되는 정식 외교관 이외에 각 기관에서 파견되는 외교관들이 있다. 이들은 생활비를 해결하기 위해 각자 사업을 해야만 했다.

 

주로 북한 내부 소속기관과 연결하여 무역을 하거나, 3국간 중계무역을 통해 생활비를 해결하고 일부는 공관 운영비 명목으로 갹출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북한에서 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2000년대부터는 시장과 연계된 무역이 활성화되다 보니까 내부 소속기관에도 상납하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한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 북한이 핵개발을 본격화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는 대북 경제제재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경제제재에는 무역, 금융, 인적 제재가 있다. 그 가운데 금융 제재가 치명적이었다. 무역을 하려면 국제금융거래가 필수인데, 국제사회는 북한 기관 또는 개인들의 금융거래를 차단했다.

 

2017년 유엔이 취한 제재에는 인적 교류 제한까지 포함됐다. 이로 인해 해외에 나갔던 북한근로자들은 2019년말까지 모두 북한으로 귀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해외공관의 마지막 주요 돈벌이가 막힌 것이다.

 

최근 북한이 코로나 이후 폐쇄했던 국경을 다시 개방하면서 베이징과 러시아에 비행기를 보내서 북한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경제제재로 북한으로 귀환하려던 사람들 가운데 코로나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던 사람들을 나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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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 대사관 건물 밖에서 대사관원이 경비를 서고 있다. [출처=observer]

 


• 북한 내부 시장의 약화도 한 몫

 

해외공관들의 자금난에는 북한 내부 시장 약화도 한 몫을 한다.

 

북한 내부와 무역을 하면서 자체 생활비와 공관 운영비를 마련하던 중에 코로나가 발생했다. 북한은 2020년 초 국경을 완전 폐쇄했다. 정상 무역은 물론 일상적인 밀수도 전면 차단했다.

 

2010년경부터 북한은 무역계획을 사실상 없애고 수출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수출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그 가운데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석탄 수출이 북한 전체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급증했다.

 

이에 힘입어 북한 시장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북한의 대외무역은 무역계획에 의존하던 시기에 비해 두배 이상 증가했다.

 

무역 증가에 따른 과실은 상당부분 북한 시장으로 들어갔고, 북한의 해외공관은 시장 확장에 따른 무역 기회 확대를 이용하여 그나마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한 국경폐쇄는 무역 절벽을 야기했다. 무역으로 확대되던 북한 시장은 얼어붙었다. 여기에 2019년 2월 미국과의 정상회담이 결렬됨에 따라 북한은 자력갱생 기조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경제제재에 국경폐쇄, 그리고 또다시 자력갱생이라는 삼중고는 해외공관의 자생력을 약화시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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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북한 신의주에서 중국 단둥으로 향하는 버스 [출처=연합뉴스, SPN]

 

북한의 해외공관 철수는 갑자기 정해진 것은 아닌 듯하다. 향후에도 자생력이 없는 공관들은 철수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압박이 북한 해외공관의 철수로 나타나고 있으며, 북한은 중국, 러시아, 동남아 등 비교적 자생력을 유지할 수 있는 나라를 제외하고 대부분 철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고 했던 빌 클린턴의 말을 북한은 여전히 무시하며, 국제사회와의 대립을 지속할 듯하며 북한주민들의 생활고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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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용승(Dong, Yongsueng) ▶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수료 /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통일북한학과 겸임교수 / (전)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경제안보팀장) / (전)대통령 통일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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