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시장 개방 초읽기...은행권, 비금융 진출 시동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은행권에서 눈독 들이고 있는 ‘알뜰폰’ 시장이 조만간 정식 개방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非)금융 시장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는 은행권 움직임에 정부가 규제 개선으로 화답하면서다. 앞으로 통신을 비롯해 유통,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은행들의 ‘혁신금융’ 시도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상반기 안에는 금융위원회에 알뜰폰 사업 ‘리브모바일(리브엠·Liiv M)’을 부수업무로 신고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승인과 법령 개정이 이뤄지면 리브모바일은 국민은행의 정식 사업으로 자리 잡게 된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아직 행정적 절차가 남아있어 부수업무 신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급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준비를 완벽하게 한 뒤 진행하려는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리브모바일 사업을 처음 시작한 건 2019년이지만 ‘혁신금융 서비스’ 제도에 따른 특례 방식으로 2년 단위 재승인 조건이 붙었다. 이후 금융위는 지난해 4월 특례 없이도 가상이동통신망사업(MVNO)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국민은행의 규제 개선 요청을 수용했다.
알뜰폰이 부수업무로 포함되면 은행들의 시장 진출은 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은행권은 타사와의 제휴로 요금제만 판매하는 등 간접적으로 시장에 발을 들였는데, 규제·법령 개선에 따라 정식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회계법인을 통한 사업성 검토와 관련 인력 채용 등으로 알뜰폰 시장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현재는 신사업 추진 부서에 꾸려진 알뜰폰 전담 팀이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으로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금융위가 알뜰폰을 부수업무로 지정해주면 바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아직까진 검토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여·수신 등 고유의 업무에서 알뜰폰 같은 분야로 사업 범위를 넓히는 건 ‘빅블러(Big Blur)’ 시대에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입을 모은다. 빅테크(IT 대기업)의 금융시장 진출이 가속하는 등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만큼 사업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또 사업 과정에서 유입되는 대량의 데이터를 금융과 결합해 본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유망 신기술 개발·적용 과정에도 이 같은 데이터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사업 다각화에 따라 수익원 창출 분야도 넓어질 것이란 기대 역시 나온다.
은행권이 진출할 수 있는 비금융 분야는 알뜰폰에 국한되지 않는다. 신한은행은 ‘혁신금융 서비스’ 특례로 배달앱 ‘땡겨요’을 운영하고 있다. 낮은 중개수수료와 빠른 정산 등 소비자와 가맹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서비스를 지향한다.
이와 함께 모빌리티, 헬스케어, 부동산 등도 은행권이 진출하기 유망한 분야로 꼽힌다. 현재 보유한 금융·고객 인프라와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결합할 경우 사업 시너지가 제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까진 은행권이 공격적으로 비금융 시장에 진입하기에는 제약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금융 자본과 산업 자본이 서로의 영역을 교차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금산 분리다. 이로 인해 은행이 비금융 자회사를 따로 세우는 데 규제가 따른다.
당초 금융위는 지난해 8월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제도적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골목상권 위축 우려와 은행권에서 잇따른 금융사고 등으로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그동안 은행권이 비금융 시장에서 시도한 혁신금융 성과와 기대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뒤 방향성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당장의 수익성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비금융 시장 진출은 지속가능성을 높일 중요한 부분”이라며 “금산분리 완화에 기대감은 여전히 가지고 있고, 정부도 부응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