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대대적 혁신' 예고…계열사 인사교체 '폭풍' 전망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강호동 제25대 농협중앙회장이 "현재의 농업‧농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며 대대적 조직 혁신을 예고했다.
12일 농협중앙회(이하 중앙회)에 따르면 강 회장은 전일 취임식에서 고물가, 지역소멸, 농가소득 감소 등 농업의 위기를 진단하며 이같이 말했다.
강 회장은 후보시절 경제지주와 중앙회의 재통합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경제지주가 분리되면서 지역 농‧축협과의 경쟁이 발생해 조합의 수입에 타격을 입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강 회장은 취임사에서 "중앙회의 모든 사업은 조합원과 농축협 입장에서 추진하도록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임기 첫날인 이달 7일 류길년 신용보증기획부 국장을 비서실장에 임명하고 경제지주-중앙회 재통합과 관련한 검토에 돌입했다. 현재 중앙회는 경제지주와 금융지주를 산하에 두고 있어 '1중앙회-2지주' 체제로 구성돼 있다. 이제 임기를 시작해 검토에 들어간 만큼 경제지주 통한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은 마련되지 않았지만 재통합을 약속한 만큼 경제지주 소속 15개 자회사 대표 인사가 대폭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 역시 '인사폭풍'이 불 가능성이 있다. 중앙회는 관행적으로 새 중앙회장 취임시 계열사 대표로부터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받고 재신임하는 과정을 거쳐왔다.
지난 2020년 이성희 전 중앙회장은 취임 당시 이대훈 NH농협은행장, 홍재은 NH농협생명 대표, 최창수 NH농협손해보험 대표 등으로부터 사표를 제출받았다. 당시 이 전 회장은 임기가 9개월 가량 남은 이대훈 행장을 교체했다.
2016년 취임한 김병원 전 회장 역시 당시 이경섭 NH농협은행장과 김용복 NH농협생명 대표, 이윤해 NH농협손보 대표 등에게 사표를 받았으며 임기만료를 앞둔 김 대표의 사표만을 수리했다.
이 같은 전례를 고려하면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윤해진 NH농협생명 대표, 서국동 NH농협손보 대표의 거취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최근 NH농협은행에서 109억원 규모의 배임 사건이 드러나면서 은행장을 교체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 상황이다.
이석준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선 캠프 초기 좌장을 맡는 등 현 정부의 신뢰를 얻고 있어 교체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NH농협생명의 경우 지난해 1817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 대비 172.8% 성장했다. 또 저축성 상품 중심 포트폴리오를 보장성 상품 중심으로 바꿔 체질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는 평을 받고 있어 대표 교체 명분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서국동 대표는 중앙회 비서실장, 상호금융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한 뒤 지난해 12월 NH농협손보 대표에 취임한 만큼 시기상으로 교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계열사에 대한 중앙회의 장악력을 확대하기 위해서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계열사 대표 인사의 경우 임추위를 거쳐 중앙회장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하는 만큼 중앙회장이 인사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앙회장이 직접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무이사, 조합감사위원장, 상호금융대표 등 '핵심 3인방'에 대한 인사가 인사 방향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강 회장이 상호금융 독립법인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상호금융대표 인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강 회장은 취임사에서도 "상호금융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상호금융 자산운용 시스템 전문성을 강화해 농축협에 수익배분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상호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상호금융 독립법인화를 공약으로 내세워 핵심 3인방 가운데서도 상호금융대표 인사가 중요할 것"이라며 "상호금융대표 등 핵심 세 자리에 대한 인사가 혁신을 알리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