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장사없다? 아마존에 밀리는 여성용 고급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의 수모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고급 여성속옷과 향수의 대명사로 꼽히는 미국의 의류회사 L브랜드 산하 빅토리아 시크릿이 1분기 실적예상과 함께 주가가 큰 폭으로 밀렸다. 장기불황에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값비싼 브랜드를 외면하면서 주가가 미끄럼을 탄 것이다.
뉴욕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빅토리아 시크릿은 지난 7일 개장과 함께 주가가 큰폭으로 밀리더니 전장대비 29.7% 하락한 18.0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다음날 주가는 0.61% 올랐지만 올해에만 주가는 33%나 빠졌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작년에도 주가가 26% 하락했는데, 상장후 한때 70달러까지 올랐던 상황과 비교하면 최근의 주가하락이 얼마나 골이 깊은지 짐작케 한다.
JP모건 체이스의 매튜 보스 애널리스트는 빅토리아 시크릿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축소로 변경하고, 목표주가는 22달러에서 15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보스 애널리스트는 “빅토리아 주가는 이미 올해들어 하락했지만, 경기상황 등 어려운 여건으로 인해 주가가 추가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구매력이 약화된 소비자들은 아마존 등으로 몰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룰루레몬 에슬레티카와 같은 기업이 빅토리아의 스포츠 브라 시장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는 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빅토리아는 올해 순매출 60억달러가 예상되는데, 이는 61억8000만 달러로 예상되는 LSEG 추정치를 밑돌고 있다. 특히 1분기 매출은 1.95%의 매출감소가 예상되었지만, 예상과 달리 한 자릿 수 중반의 감소율을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스탠퍼드대 MBA 출신인 로이 레이먼드가 아내에게 속옷을 사다주기 위해 여성 속옷 가게에 들어가기가 부담스러웠던 경험을 살려 창립한 회사다. 1호 개점과 함께 첫 해에만 5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이후 고급 여성용 속옷 브랜드를 만들며 빅토리아 시크릿이라는 브랜드를 고급스러움와 섹시한 이미지의 브랜드로 정립하는데 성공하며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특히 미국 내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여성 속옷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 향수 시장에서는 30%의 점유율을 자랑할 정도로 압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빅토리아 시크릿은 코로나 이후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불황의 그늘을 피해가지 못했다. 장기불황에 지친 소비자들이 얇아진 지갑사정 때문에 빅토리아 시크릿 대신에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룰루레몬 에슬레티카 같은 브랜드로 옮겨가면서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올해는 물론, 향후 2년간 전망도 암울하다. 보스 애널리스트는 “빅토리아의 동일 매장 매출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면서 “향후 12~24개월 내로 동사는 매출 증가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빅토리아는 다만 “변동성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북미 지역의 분기별 판매추세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빅토리아는 향후 2년간 1억6000만 달러의 비용절감 프로젝트를 시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