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객 잡아라' 수익 악화 타개책 찾아 나선 카드사
엔데믹 이후 폭증한 해외여행 수요 맞춤형 혜택 줄줄이 출시
'해외결제 강자' 하나카드, '트래블러스' 가입자 400만명 돌파
신한‧KB국민 '맞불'…기업계 카드사는 '무료환전' 혜택서 불리
업계 "고객 몰리는 곳에 투자…가입자 수 확보 위한 전략"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카드업계가 급증하고 있는 해외여행객의 수요에 맞춘 상품을 내놓으면서 해외소비를 겨냥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29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용카드사의 개인 신용카드 해외 사용액은 16조8526억원으로 전년 11조9358억원에 비해 41% 증가했다. 2021년 8조2898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이나 늘었다.
해외결제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는 팬데믹으로 감소했던 해외여행 수요가 회복됐기 때문이다.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여행객 수는 2271만5841명으로 전년 동기 655만4031명에 비해 246.6%나 폭증했다.
온라인 해외 쇼핑몰을 통한 해외직구액 역시 크게 늘었다. 통계청이 이달 1일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해외직구액은 6조75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6.9% 확대됐다.
이처럼 해외 소비가 늘어나면서 카드업계는 해외결제 수요에 맞춘 상품을 출시하며 고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카드업계는 지난해부터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인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수익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고물가 영향에 국내 소비가 감소하고 있어 수익성 방어가 시급한 상황이다. 때문에 수요가 몰리는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고객 확보에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하나카드는 해외여행 관련 서비스에서 강자로 꼽힌다. 2022년 7월 출시한 해외여행 특화 체크카드 '트래블로그'는 이달 28일 기준 가입자 수 400만명을 돌파했다. 트래블로그의 인기에 힘입어 하나카드의 체크카드 해외이용 시장점유율도 급등했다. 트래블로그 출시 전인 2022년 6월 20.2%였던 점유율은 올해 1월 39.2%로 두 배 가량 올랐다.
트래블로그는 총 26종의 통화에 무료환전 혜택을 제공한다. 또 국내외 결제 시 부족한 금액을 연결계좌에서 자동 환전 후 결제하는 자동 환전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해외 ATM 인출 시에도 적용되는 자동 환전 기능에도 무료환전 혜택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나카드는 4월 중 무료환전 통화를 41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결제 시장에서 하나카드의 점유율이 확대되자 다른 카드사들도 해외결제 특화카드를 내놓으며 대응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이달 14일 신한은행과 함께 'SOL트래블 체크카드'를 내놓은 바 있다. SOL트래블체크카드는 30종 통화 환율 100% 우대, 해외결제 및 해외 ATM 인출 수수료 면제 등 해외결제 특화 혜택을 담고 있다. 환전 후 전용 외화계좌에 보유 중인 외화 중 달러와 유로에 대해서는 각각 연 2%와 1.5%의 특별금리도 제공한다.
KB국민카드도 KB국민은행과 협업해 4월 중 해외이용 특화카드 'KB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하나카드, 신한카드와 동일하게 환전 수수료 면제 혜택을 탑재하고 KB Pay 이용 시 추가 할인 등 해외여행객을 겨냥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카드가 지난해 8월 출시한 '트래블월렛 우리카드'는 외화 충전 잔액이 부족한 경우 자동으로 신용거래로 승인된다. 비자 브랜드 이용수수료와 해외이용 수수료는 무료다. 주요 통화인 달러, 유로, 엔화에 대해서는 무료로 환전해 준다.
은행과 협업이 가능한 지주계 카드사들이 환율 우대 혜택으로 고객을 확보하는 가은데 기업계 카드사들은 결제 할인, 적립 등의 혜택을 제공하면서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카드는 이달 15일 아멕스 카드 Edition2를 출시하면서 여행 관련 업종 이용 시 최대 5배 적립 혜택을 적용했다. 롯데카드는 'Trip to 로카' 상품에 대해 전월 실적 충족 시 해외가맹점 2%, 국내 가맹점 1.2% 결제일 할인을 제공한다.
조달부담에 무이자 할부 기간 축소 등 고객 혜택을 줄여온 카드사들이 해외결제 관련 혜택을 강화하는 이유로는 회원 수 확보가 꼽힌다. 수요가 많은 곳에 투자를 늘려 고객을 붙잡는다는 것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물가로 국내 소비가 줄어드는 가운데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마케팅이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고객이 몰리는 곳에 투자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말했다.
다만 기업계 카드사들의 경우 무료환전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만큼 지주계 카드사가 유리한 구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지주계 카드사들이 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제공하는 무료 환전 서비스는 기업계 카드사가 제공하기 어렵다"면서 "할인이나 적립 외에 제휴를 통해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을 강화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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