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DGB맨’ 황병우, 그룹 회장으로...시중은행 전환 탄력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이 DGB금융그룹 차기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금융권에선 내부 출신 인사가 그룹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게 업무 연속성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전일 차기 회장으로 황 행장을 추천했다. 지난해 9월 CEO 경영 승계에 돌입한 뒤 지난달 19일 롱리스트(1차 후보군), 이달 14일 숏리스트(2차 후보군) 압축에 이어 최종 후보가 정해졌다.
황 후보는 1998년 대구은행 입행 후 경영컨설팅센터장, 은행장 비서실장, 그룹 이사회사무국장, 그룹 상무, 그룹 지속가능경영총괄, 그룹 전무를 거쳐 지난해 1월 대구은행장에 취임했다. 경력의 시작부터 현재까지를 대구은행과 그룹에서 쌓은 ‘DGB맨’이다.
대구은행장이 그룹 회장에 오른 건 하춘수(2011~2014년)·박인규(2014~2018년) 전 회장에 이어 세 번째다. 2018년 5월 취임한 김태오 현 DGB금융 회장은 1978년 외환은행(현 하나은행)에 입행해 은행 부행장보, 그룹 상무, 그룹 부사장, 은행 부행장, 하나생명 대표를 거쳐 DGB금융 회장으로 영입됐다.
금융권에선 황 후보가 DGB금융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상황을 반영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황 후보는 현직 대구은행장 위치에서 지난해 7월 시중은행 전환 추진을 공식화한 뒤 이달 금융당국 본인가 신청서 제출까지를 진두지휘했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대구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할지 심사 중인데, 이르면 3월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플레이어(대구은행) 투입으로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해소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정책 목표인 만큼 본인가가 내려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 인가 과정을 거치면 1967년 국내 최초 지방은행으로 설립된 대구은행은 전국구 은행으로 재탄생한다. 특히 국내 금융시장에 새 시중은행이 나오는 건 1992년 평화은행(우리은행에 합병) 이후 32년 만이다.
DGB금융 역시 핵심 계열사인 대구은행의 성공적인 시중은행 전환을 올해 경영 목표로 설정했다. 지난해 DGB금융의 영업이익은 2조1768억원이었는데 대구은행(1조6053억원)이 73.7%를 차지했다. 대구은행의 대출 및 자산 성장세에 따라 그룹 실적이 요동칠 수 있는 구조다.
경영 승계 과정부터 황 후보가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된 배경도 경영 연속성이었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이후 시장 정착과 계열사 시너지 제고 등을 이끌기에는 현직인 황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평가다.
DGB금융 회추위도 황 후보에 대해 “그룹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뛰어난 통찰력을 바탕으로 실현 가능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했다”며 “우수한 경영관리 능력을 겸비했을 뿐만 아니라 시중지주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DGB금융의 새로운 미래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역량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황 후보(1967년생)는 김기홍 JB금융그룹 회장(1957년생)과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1960년생)에 비해 젊은 만큼 DGB금융의 ‘세대교체’ 효과도 기대된다. 황 후보는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과 비교해도 가장 젊다.
한편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DGB금융 회장에 취임하는 황 후보 뒤를 이을 대구은행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금융권 안팎에선 황 후보가 회장에 오른 이후에도 대구은행장을 겸직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는데, 새로운 인물이 내정될 가능성도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