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애 LG생건 대표 “올해 새롭게 성장하는 변곡점”…중국 의존도 낮춰 실적 개선 박차
[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LG생활건강이 올해 실적 부진을 타개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으나 이를 이루기엔 산적한 과제들이 많다. LG생활건강은 중국 대상 화장품 사업이 지난해 매출 역성장을 기록해, 이에 대한 돌파구가 시급한 상황이다.
중국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국내 중소 화장품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으로 해외에서 선전하고 있다. 이에 LG생활건강의 화장품을 찾는 현지 소비자들이 급감하면서 해외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LG생활건강에겐 중국 사업 효율화와 비 중국 사업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부담만 커졌다.
24일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올해 당사는 화장품 브랜드들을 순차적으로 리브랜딩하며 재정비하는 시간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 6조8048억원과 영업이익 4870억원을 기록했는데, 각각 5.3%와 31.6% 감소한 수치다. 특히 화장품 사업에서 매출 12%, 영업이익 53% 하락했다. 이는 중국 매출이 2022년 9341억원에서 지난해 7511억원으로 19.6% 급감했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은 "중국 수요 약세로 주요 채널 매출이 하락했는데 사업 구조조정으로 효율화에 나서며 영업이익이 함께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고공행진 했으나 지난 2022년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속되는 매출 침체에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는 직원들에게 "2024년은 2년 간의 부진을 털어내고 새롭게 성장하는 변곡점이 돼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 난항을 두고 실적을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이 해외 화장품 업계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실적 반등을 이루기 어려울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중국 내 소비자들이 LG생활건강의 화장품을 찾지 않게 되며 브랜드 가치가 하락한 상황이다. 중국 내 소비력과 선호도를 높이거나, 그럴 수 없다면 구조조정에 따른 과감한 효율화 정책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중국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디플레이션 조짐까지 보이며 현재 경제 상황은 위기다. 이에 중국의 2030세대 소비자들이 궈차오(중국 내 애국소비 열풍)에 합류하면서, 한국 화장품 기업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 살아남은 화장품 브랜드는 랑콤과 로레알 등 전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와 자국 브랜드 밖에 없다"며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진 않으나, 수익을 높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사업 지역은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 개선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 채널 구조를 재정비하며 수익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미다.
또, 국내 중소 화장품 브랜드가 높은 가격 경쟁력과 함께 소비자 수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도 LG생활건강에 위기 요소다.
LG생활건강은 '더후' 등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에서 성장했다. 문제는 현재 구매력이 떨어진 현지 소비자들은 값비싼 한국의 화장품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중소 화장품 기업들이 대형 화장품 제조사를 끼고 트렌드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빠른 성장이 가능해진 것"이라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 1위 품목이 화장품이라며 전체 수출액은 53억8000달러(7조1739억원)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국으로 수출이 14.4% 감소했으나 미국에서 47.2%, 일본과 베트남에서 12.9%, 28.6% 증가했다"며 "수출국이 다변화해 중소기업의 화장품 수출액은 연간 기준 역대 최대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LG생활건강은 중국 시장을 포기하진 않으나 의존도를 낮춰가며 비중국 시장에서 사업 확장을 통해 수익성을 견인하겠다는 방침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미국은 전 세계 화장품 브랜드가 모이는 최대 시장이라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LG생활건강도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비 중국 지역에서 사업을 확대하며 현지 특성에 맞는 브랜드 중심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