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꺾이고 건전성 경고등...지방은행, 고금리 충격 가시화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내 5대 지방은행(BNK부산·BNK경남·DGB대구·전북·광주은행)의 지난해 실적이 큰 폭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 이익원인 이자 부문은 성장했으나 잠재 부실에 대비한 비용 지출이 영향을 끼쳤다. 고금리 기조가 꺾이지 않는 상황에 자산 건전성이 눈에 띄게 악화하고 있어 지방은행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BNK부산·BNK경남·DGB대구·전북·광주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4358억원으로 전년(1조5500억원) 대비 7.4% 감소했다. 경남은행(+1.9%)을 제외한 4개 은행의 순이익이 1년 전보다 -0.3~16.8% 수준으로 줄어든 결과다.
5대 지방은행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조5701억원으로 전년(5조2376억원) 대비 6.3% 증가했다. 이자 이익의 경우 같은 기간 5조3086억원에서 5조4340억원으로 2.4% 늘었다. 영업이익에서 이자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95.3%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순이익이 역성장한 건 대손충당금 영향이 크다. 5대 지방은행이 지난해 쌓은 충당금은 1조3482억원으로 전년(7314억원)보다 84.3% 증가했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 광주은행의 경우 1년 만에 충당금 전입액이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는 최근 지방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데 기인한다. 고금리 장기화와 지역 경기 침체로 가계·기업 차주의 상환 능력이 약화되고 있는 게 지표로 확인된다. 잠재 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대규모 충당금으로 방파제를 쌓고 있는 것이다.
5대 지방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NPL) 잔액은 1조258억원으로 전년동기(7944억원) 대비 29.1% 늘었다. NPL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금으로 사실상 부신채권으로 분류된다. 총여신에서 NPL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말 0.54%를 기록했다.
연체율 역시 상승세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지방은행의 연체율은 0.56%로 전년동기(0.39%) 대비 0.17%포인트(p) 급등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평균 연체율이 0.29%인 걸 고려하면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업계에선 지방은행 여신 중 높은 기업대출 비중이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한다. 경기 위축으로 기업들의 업황이 악화하고 있는 데다, 특히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부실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대구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77%로 전년 말(0.58%) 대비 0.19%p 올랐다. 지난해 말 가계대출 연체율(0.50%)보다는 0.27%p 높다. 지방은행들은 원화대출금의 과반을 기업대출로 채우고 있다.
상대적으로 대출 규모가 크고 건전한 대기업 고객 확보로 리스크 분산을 유도할 수 있지만, 대부분 수도권에 밀집해있어 지방은행들의 영업 환경이 녹록치 않다. 공격적인 수도권 영업으로 전략을 선회할 경우 지역에 대한 금융 지원 약화 우려가 제기될 수도 있다.
한 지방은행의 관계자는 “요즘 시중은행에서 기업대출을 늘린다고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다보니 대기업 고객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수도권 소재 우량 기업들은 지방은행과의 접점이 많지 않다”며 “차주나 이익 다각화 측면에서 포트폴리오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통한 성장성 확보에 나섰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한 ‘순수 지방은행’들은 뚜렷한 묘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역 자금 공급 역할을 수행하는 지방은행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의 금융 환경 하에서는 지방은행이 지방은행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며 경영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인 지역균형 발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방은행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