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로보틱스 인수 통해 LIG넥스원이 추진하는 3가지 사업 전략

남지완 기자 입력 : 2024.02.21 17:44 ㅣ 수정 : 2024.02.21 19:19

무인 방산분야 공략과 함께 자체 플랫폼 보유로 안정적 매출 확보하며 민수 사업 확장까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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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익현 LIG넥스원 사장과 고스트로보틱스의 비전60 사족보행 로봇.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방산업체 LIG넥스원이 미국 로봇 기업 고스트로보틱스(GRC) 인수를 통해 무인 방산분야 공략과 함께 자체 플랫폼 보유로 안정적 매출 확보하며 민수사업 확장까지 추진한다.

 

LIG넥스원은 지난 13~16일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진행한 기업설명회(NDR)에서 GRC를 인수해 △국방 무인화 분야 역량 강화 △로봇 관련 자체 플랫폼 구비 △민수 시장 진출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각종 매체 또는 증권사 리포트를 통해 LIG넥스원이 GRC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으나, 인수 후 LIG넥스원의 구체적인 사업비전에 대해서는 크게 언급된 바 없다. 이에 따라 이번 LIG넥스원의 기업설명회에는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LIG넥스원은 유도무기 명가로서 전세계에 이름을 알려왔다”며 “이번 GRC 인수를 통해 LIG넥스원은 유도무기 분야를 뛰어넘는 복합 방산기업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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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G넥스원은 매 분기 유도무기 부문에서 총 매출의 약 50%를 확보하고 있다. [사진=LIG넥스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LIG넥스원은 매 분기 발생하는 5500억~6800억원의 매출 가운데 약 50%를 유도무기 부문에서 확보하고 있다.

 

GRC 인수가 마무리 된 후에는 LIG넥스원의 무인 사업이 속한 지휘통제 부문의 매출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균형 잡힌 사업포트폴리오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뿐 아니라 LIG넥스원은 중장기적으로 민수 사업 개척까지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사업행보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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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로보틱스(GRC) 지분 출자 구조. [사진=미래에셋증권]

 

한편 LIG넥스원은 GRC 인수를 위해 사모투자조합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국투자PE)와 함께 미국에 기업인수목적회사 LNGR LCC를 설립했다. 

 

이 기업을 통해 GRC 인수는 진행되며 LIG넥스원과 한국투자PE가 각각 1877억원, 1260억원을 출자했다. 이로써 양사는 GRC 기업가치 5250억원 가운데 지분 60%(3150억원)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올해 5~7월에 GRC 인수가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재 당사의 미국기업 지분 투자가 가능해 지도록 대미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투자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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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소총을 장착한 비전60(왼쪽), 로봇 팔을 장착한 비전60. [사진=고스트로보틱스]

 

■ 비전60, 뛰어난 기동성 내세워 육군 로봇 분야에서 활약 기대돼

 

IBK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GRC의 핵심 제품인 비전60은 △긴 배터리 지속시간(3시간 이상) △뛰어난 기동성(초속 3m) △높은 방수 등급(IP67) △부품 모듈화에 따른 신속한 수리 시간 등으로 여러 4족 보행로봇 제품 가운데서도 상당히 우수한 편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비전60을 개량해 군 임무 현장에 투입하면 국방 인력 감소에 따른 공백을 상당부분 채울 수 있고, 국방 무인화 역량 또한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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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군의 무인체계 분류 현황. [사진=한국국방연구원]

 

2022년 기준 △육군은 드론과 로봇으로 무인전투체계를 분류하고 있으며 △공군은 공중·지상을 기준으로 무인전투체계를 분류했다. △해군은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로 무인전투체계를 나눴으며 △해병대 역시 동일한 방법으로 무인전투체계를 분류하고 있다.

 

LIG넥스원의 GRC 비전 60이 활약할 것으로 예상되는 영역은 육군 로봇의 정찰용·공격용/지원용 부문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비전 60은 뛰어난 기동성, 높은 방수 등급 등의 스펙 덕택에 정찰 임무, 지원 임무, 공격 임무 등을 다수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4족보행 로봇을 현장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상당기간 국가 기관과의 협업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방산업체 현대로템이 이미 4족보행 로봇 관련 국가 과제를 수행하고 있고, 이에 따라 후속 업체인 LIG넥스원도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은 협동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협력해 국방과학연구소 산하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과 대테러작전용 다족보행 로봇 신속연구개발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제는 지난 2022년 8월 시작됐으며 2025년 1월까지 총 46억원이 투입돼 진행된다.

 

■ 자체 플랫폼 보유로 안정적 매출 확보할 수 있는 카드 손에 넣어

 

로봇이라는 자체 플랫폼을 보유해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는 점도 주목 포인트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기업의 주력 매출원인 유도무기는 전차, 비행기 등 각종 발사대 플랫폼에 종속되는 측면이 있다”며 “당사는 플랫폼 확보를 목적으로 GRC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방위사업청으로부터 대규모 방산 제품 수주를 성사시키기 위해선 방산기업 고유의 플랫폼이 존재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의 경우 1999년 첫 양산이 진행된 이래 2019년까지 총 11차례 양산이 진행됐다. 생산 플랫폼이라는 토대가 있고 여러 부품 업그레이드를 통한 성능 강화도 꾸준히 이어져 왔기에 K9은 지난 20여년동안 수차례 양산된 것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로봇을 활용한 방위산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는 않다.

 

다만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사족보행 로봇은 지난해 7월 용산 대통령실에 입성해 대통령 경호 업무에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대차그룹의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세종시 대표 관광명소 이응다리에서 순찰 업무를 맡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사족보행은 우리 생활 곳곳에 침투하고 있으며, 이를 좀 더 심화 개발하면 군에서의 임무에도 일정 부문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동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LIG 넥스원이 타 방산업체 대비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기업가치 평가절하)를 받던 요인은 자체 플랫폼의 부재이다”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훈련기/전투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주포, 현대로템은 전차 등 플랫폼 기반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나 LIG넥스원은 정밀유도 무기 등 소모성 성격의 제품만을 납품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연구원은 ”그러나 이번 GRC 인수를 통해 LIG넥스원은 로봇이라는 명확한 플랫폼을 확보하게 된다“며 ”이에 따라 향후 사업 확장성이 무궁무진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꾸준한 성장 위해 민수 분야로 점진적인 사업 확장 추진

 

현재 LIG넥스원은 방산 사업으로만 매출을 확보하고 있다. LIG넥스원의 방산 역량이 출중하다고 할지라도 방산 시장 규모는 국가 간의 갈등·분쟁에 따라 매우 신축적으로 변화한다. 따라서 방산만으로 안정적인 기업 성장을 이어가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LIG넥스원이 앞으로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선 민수 부문으로의 점진적인 사업 확장이 필요하다. GRC 인수도 일부 이러한 미래를 고려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경비, 소방 등 민수 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LIG넥스원은 드론, 우주 사업 등을 통해 민수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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